지난 1995년 에리카 김 변호사가 지은 ‘나는 언제나 한국인’ 출판기념회에서 김변호사와 이명박씨가 축하 케익을 자르고 있다. <자료사진>
‘380억 금융사기’ 이 전시장 의혹 공방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에서 미주 한인 출신 김경준씨의 ‘BBK 의혹’에 대한 ‘검증 공방’이 계속되면서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본격화되면서 박근혜 후보측은 물론 열린우리당까지 가세해 이명박 후보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BBK 관련 의혹은 사실 김경준씨가 380억원(약 4,000만달러)의 금융사기 혐의를 받고 미국에 도피 중이던 지난 2004년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연방 수사당국에 의해 전격 체포되면서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이곳 한인사회의 주목을 끌었던 사건이었다. 한국 대선을 앞두고 소위 ‘검증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김경준씨 사건의 배경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김경준-이명박 커넥션’ 관련 의혹은 무엇인지 등을 재정리해 본다.
1995년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
출판기념회 계기 첫 만남
이 전시장-김씨 공동 설립
‘LK e-뱅크’자회사 통해
김씨 주가조작 투자자 피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BBK 의혹의 핵심은 과연 금융사기 범죄 용의자로 미국에 잡혀 있는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가 과연 어떤 관계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와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 남매를 알게 된 것은 지난 1995년께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에리카 김 변호사는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책을 내고 서울의 힐튼호텔에서 한국의 내로라하는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한 출판기념회를 열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고, 동생 김경준씨도 역시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차익 거래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으며 조명을 받았다.
이명박 후보는 이후 국회의원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고 2000년 e뱅크투자증권을 설립했고, 당시 한국으로 들어와 활동하는 김경준씨와 함께 ‘LK e-뱅크’라는 지주회사를 공동 설립해 그 밑에 자회사로 e-뱅크증권, BBK 등을 두고 한동안 동업자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1년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가 김씨 등 미국 시민권자 8명을 이사진으로 해 새 출발하면서 이 전 시장이 실제 대주주로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고 옵셔널 벤처스에 투자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이 과정에서 주가 조작에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측은 그동안 이 후보가 김경준씨와 LK e-뱅크를 중심으로 사이버 금융 네트웍을 준비하다가 시작도 못하고 끝났으며 두 사람의 관계청산 과정에서 김경준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이 후보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모든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체포됐을 당시 이 후보의 한 대리인은 “김씨 남매를 만난 (이 후보가) 인생 선배로서 그들을 도왔다가 피해를 입게 됐다”며 “김경준씨와 함께 회사 설립을 하기는 했지만 김씨가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더 이상 만나지 않았고 잘못된 사업으로 인해 (이 후보도)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경준씨측은 연방 법원에서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횡령한 공금으로 몰아 가는 것은 한 정치인의 정치적 게임 때문”이라며 “음모에 희생된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다. 김씨의 변호인인 마크 백 변호사는 “미국 시민인 김씨는 손상된 이미지 개선과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한 정치인의 정치적 게임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경준씨 사건은
벤처사 투자금 380억원 횡령
미 도피중 체포, 송환재판중
한국에서 벤처회사 투자금 380억원(약 4,000만달러)을 횡령해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한국 검찰의 수배를 받아오던 한인 1.5세 김경준(41)씨가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의거,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마샬에 의해 지난 2004년 5월27일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전격 체포된 사건.
김씨는 2005년 범죄인 인도 재판에서 한국 송환 판결을 받았으나 이에 항소해 현재 연방 항소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인 상태다. 이와 관련 김씨와 가족 소유의 3,000만여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동결됐으나 올 들어 연방 법원에서 자산동결 해제조치가 내려졌다가 재동결된 바 있다.
한국 검찰의 자료에 따르면 김경준씨는 한국에서 BBK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면서 지난 2000년 코스닥 등록기업인 심텍으로부터 50억원을 유치한 뒤 20억원만 돌려주고 잔액을 갚지 않아 투자사기 혐의로 2001년 12월 긴급 체포됐다. 일단 조사를 받고 풀려난 김씨는 부인과 함께 곧바로 미국으로 도주했다.
■ 김경준씨는 누구
코넬대 출신 유수 증권사 근무
에리카 김 변호사와 남매지간인 김씨는 1966년 서울 출생으로 5세 때 가족과 함께 도미했다. 코넬대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는 등 명문대를 두루 거친 화려한 학력을 갖고 있다.
김씨는 모건 스탠리 등 유수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파생상품(차익) 거래에서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고 한국으로 건너가 투자자문사인 BBK의 사장과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주변에 따르면 김씨는 명석한 두뇌와 빼어난 화법으로 투자자들에게 인상 깊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투자금 유치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금융사기 혐의를 받고 2001년 미국으로 도피한 뒤에도 베벌리힐스에 저택을 구입하고 LA시 커미셔너로 활동하기도 해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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