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진리보다 중요하다”
미셸 위와 미셸 위의 부모는 이제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 그것은 이제 다른 사람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길을 계속 가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10일 끝난 LPGA챔피언십에서 미셸 위(17)는 컷 통과선수 중 ‘꼴찌’를 했다. 그것도 끝에서 2등보다 무려 10타나 뒤진 완벽한 ‘꼴찌’였다. 계속된 남자대회 도전에서 맛본 참담한 실패와 지난주 실격을 피하기 위한 고의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기권사건에 이어 이번엔 10타차 꼴찌라는 참담한 결과가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나쁜 성적만이 아니다. 어린 선수의 커리어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척도가 성적임은 분명하지만 골프야 때에 따라 못 칠 수도 있고 더구나 손목부상이라는 특수상황을 감안하면 성적만 가지고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진짜 큰 문제는 미셸 위가 지금 너무도 많은 ‘적’들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속된 남자대회 도전으로 반감을 사온 것은 물론 대회 출전권을 빼앗긴 선수들로부터 볼멘 소리를 들었고 LPGA에서도 투어흥행과 발전에는 관심 없이 큰 대회에 나타나 상금을 쓸어간 뒤 관심은 남자대회에 가있는 자세를 보인 것에 대해 반감이 쌓여왔다. 물론 그러한 반감의 뒷면에는 아직 어린 나이에 세계적 스타로 돈과 명예를 싹쓸이하는데 대한 질시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미셸 위에게 쏟아지고 있는 엄청난 적대감은 단순히 시기나 질투에서 비롯됐다고 몰아세우기에는 부족하다.
지난 주 고의성 짙은 기권과 그 뒤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미셸 위 캠프의 자세는 모두에게 씁쓸한 뒷맛을 안겨줬다. 미셸 위는 LPGA투어 멤버가 아니다. 지난주 대회에 출전한 것은 스폰서 초청이라는 주최측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엄청난 마케팅 파워 덕임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대회 출전권은 미셸 위에게 권리가 아니라 혜택이었다. 그런 혜택을 받고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행동을 한 것은 누구의 눈에도 좋게 비쳐질 리 만무하다. 경기를 끝마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라면 대회 초청을 사양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오죽하면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까지 “스폰서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그녀를 향해 쓴 소리를 했을까. 그리고 그런 소렌스탐의 지적에 대해 “나는 잘못한 것 없으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덤벼드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있다. 프로앰 라운딩에서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한 것에 대해 불평을 접수한 LPGA투어 커미셔너가 미셸 위를 불러들여 ‘주의’를 주자 미안해하기는커녕 “왜 터무니없는 모함을 하는 지 어이없다”며 발끈하며 “커미셔너라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한 것은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사실 미셸 위 정도의 천재라면 ‘시기와 질투’라는 장벽을 만나는 것은 피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시기와 질투에 대해 “나만 잘하면 그만”이라며 계속 ‘My Way’를 고집하는 것은 곤란하다. 독불장군은 오래갈 수 없는 법이다. 아군이 되어야 할 사람들까지 적군으로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타이거 우즈가 1996년 나이키로부터 4,000만달러, 타이틀리스트로부터 2,000만달러 스폰서 계약을 받고 프로로 전향했을 때 PGA투어에는 그에 대한 질시의 시선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이를 극복했고 또 그의 마케팅 파워에 힘입은 PGA투어 전체의 인기가 솟구치자 선수들은 모두 타이거 덕에 자신들이 큰 혜택을 봤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미셸 위에게도 LPGA는 그녀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후원해 줄 든든한 아군이어야 한다.
시인 정원은 잠언시집 ‘묻지 않는 자에게 해답을 던지지 말라’에서 “자기가 항상 옳다고 믿는 이들은 불행하다 (중략) 관계는 진리보다 중요하다 진실로 지혜로운 자는 지혜 자체보다 자신의 옮음보다 사람을, 인생을 즐거워한다”고 했다. 이제 미셸 위와 그 부모는 그들 자신의 옮고 그름을 떠나 상처 난 관계를 회복시키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의 충고를 듣고 받아들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선수에 앞서 자연인으로서 미셸 위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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