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특수화시키는 도약의 기회
방학내용 따라 아이 특성 결정돼
기숙사에서 맞이하는 여름방학은 수업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필자가 다니던 기숙사 학교에서도 방학이 아직 몇 달이 남았을 때부터 교실마다 칠판 한 구석에는 방학을 카운트 다운하는 숫자가 적혔는데 우리 학교 칠판 다른 한 구석에는 또 다른 숫자가 적히고 있었다. 모두 다 궁금해서 그것은 또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은 조용히 “이것은 개학해서 돌아올 날까지의 날짜 수야!”하고 반문을 했던 것이다. 필자가 바로 그 학생이었는데 한국에서 주입식 공부만 하다가 처음 자유의 나라 미국에 와서 보낸 학교에서의 1년이 너무나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또 다시 가을에 돌아올 날이 기다려져서 써놓았던 숫자였던 것이다.
다행히 그 여름에는 형의 결혼식도 있었고 그 때문에 모처럼 오신 부모님과 한 달에 걸친 미 서부지역의 여행도 있었고 해서 아주 즐겁고 뜻 깊게 보낼 수 있었지만 개학이 되어서 다시 학교에 돌아왔을 때 그만 또 한번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그것은 너나 나나 모두 석달분 이상 변해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키가 부쩍 큰 아이가 있었나 하면 방학동안 수염을 길게 기른 학생도 있었고 모두 검은 구릿빛 탄 모습으로 더 건강하고 늠름하게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한국과 달리 세 달이나 하는 여름방학, 단지 ‘방학’이 아니라 중요한 도약의 기간이라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여름방학에 변하는 것은 단지 육체만 성장하고 살갗만 검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업이 있는 아홉 달이 의무화된 평준된 교육이라고 하면, 여름방학의 세 달은 평준화를 깨고 개별화시키고 특수화시키는 아주 중요한 도약의 기회인 것이다. 이 여름방학을 어떻게 지내느냐가 한 아이의 특성을 결정해 주는 좋은 승부처가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직 데리고 다니기가 만만할 때에, 미니밴에 이것저것을 싣고 여기저기 신나게 누비며 다녔다. 그때의 지냈던 시간과 해프닝을 찍어 놓은 사진들은 학교에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할 때마다 무진장한 소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훗날 그들이 가정을 꾸미고 아이들을 키울 때, 그 아이들에게도 좋은 볼거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러다가 학교의 공부가 점점 어려워질 때쯤, 한 아이가 수학을 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그 여름은 학력 보강의 여름으로 잡고 아이들과 씨름을 하겠다고 했더니 이모들이 그러면 조카들도 좀 같이 낄 수 있느냐고 해서 허락을 했었고 그 말이 새 나가서 이웃에 관심 있는 학부모도 같이 낄 수 있느냐고 해서 아주 미니 사설 여름학교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재미도 있어 하고 또 학력도 보강이 되었는지 그 후에도 몇 번 앙코르 공연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교제는 근처 teachers’ supply 가게에 가서 각각 필요한 교제를 사서, 주로 Kumon식으로 드릴을 시켜서 자신이 없던 과목에 자신을 가지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로 새 학기에는 보다 능동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고 학교 수업에 흥미를 얻었다고 해서 너무 좋았었다.
그렇지만 이런 사설학교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는 가까운 곳에 비슷한 취지와 형식을 갖춘 ‘여름학교’가 많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많이들 했었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면 교회에서 한글도 확실히 배우고 교회에 따라서 점심도 주고 태권도, 미술, 음악 등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가르쳐 주는 곳이 있을 것으로 안다. 그리고 좀 더 나이가 들면 주위에 있는 주니어 칼리지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목을 택할 수 있겠고 우리 아이들과 같이 수영을 개인 레슨보다 훨씬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에게서 아주 확실히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숙사 학교를 보내기가 너무 부담되는 부모들도 여름학교 한 학기만이라면 명문고에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주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유명 대학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학교를 많이 하는데, Stanford나 Harvard는 공동으로 주최해서 아주 좋은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경쟁률이 너무 높은 것이 흠이지만. 이런 것들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여기저기 여행을 갈 때 근처에 있는 대학부터 시작해서 대학 탐방을 시작해도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자세가 많이 바뀌는 것을 보고는 한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중학교에 다닐 때에 UCLA를 나온 집사님이 관심 있는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자기 모교를 보여주었는데 그 후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그 아이디어 자체가 많이 그들에게 가까워지고 현실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국방문이다. 여러 단체에서 2세의 뿌리 교육을 염두에 두고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특히 연세대, 한동대 같은 사립대학에서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여름학교만 하러 갔다가 아주 1년을 더 한동대에 가서 하고 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론 친척이 있으면 아직 어렸을 때에 폐를 끼칠 수도 있겠고, 특히 농촌이나 어촌에 친척이 있으면 그런 곳에서의 생활도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데 아주 유익할 것이다. 필자는 중학교 때 향토반과 함께 서산도 앞바다에서 여름방학을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때 수영도 확실하게 배웠고 어촌에서의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었다.
그리고 고학년으로 가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을 시켜 보는 것이다. 토랜스에서는 ‘Green Team’이라고 해서 토랜스시 여러 부서에서 풀타임으로 일해 볼 기회를 주는데 11학년이 주 대상이다. 아이들이 직접 ‘큰돈’을 벌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또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아주 절호의 찬스다. 부모의 형편에 따라서는 자기 사업체에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지만 더 바람직한 것은 지인의 사업체에 부탁을 해보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 때 부친과 친분이 있는 일본 중소기업에서 2주를 보낸 적이 있는데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기회였었다.
자, 이번 한 여름, 부디 값진 여름, 도약의 기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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