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은 진짜일까. 김정일이 심근경색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 말이다. 항상 설(說)로 시작돼 설로 끝난다. 북한 관련 뉴스의 특징이다. 때문에 하는 말이다.
하여튼 건강이 안 좋기는 안 좋은 모양이다. 지난 4월25일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행사에 나타난 김정일은 병색이 완연해 보였다. 그런데다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으니.
김정일의 신변에서 이상이 감지된다. 이번만이 아니다. 3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김정일의 초상화가 사라졌다. 고위 당국자들의 탈북이 러시를 이룬다. 130여명의 장성을 포함해서. 장남 정남이 암살을 겨우 모면했다. 매제 장성택이 숙청됐다. 그의 부인, 그러니까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뒤이어 나온 얘기가 차남 종철이 후계자가 됐다는 거다. 마치 권력세습을 둘러싼 궁중 쿠데타라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하나도 확인이 안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숙청됐다던 장성택이 나타난다. 동시에 후계자 얘기가 쑥 들어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줄기가 잡힌다. 권력향배가 얘기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군부동향으로, 북한 군부는 권력세습과 관련해 큰 변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줄거리다.
이제 와서 분명해진 사실이지만 북한의 권력세습 구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정일의 건강에는 문제가 있고. 이 상황에서 북한 군부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의 후계구도는 부자세습이 아닌 군부집단지도 체제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의 한 신문이 일찍이 내린 전망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에는 과거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의 군사평의회식 집단지도 체제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미 해병대 참모대학의 브루스 벡톨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김정일 이후 북한이 맞을 상황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중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군부의 대두, 혹은 군부를 등에 업은 실력자의 부상을 든 것이다.
전망은 그렇다고 치고, 군부 대두는 그러면 반드시 부정적인가. 남한의 경우 군사정권은 궁극적으로 경제발전에, 민주화로의 점진적 이행을 가져왔다. 같은 일이 북한에서도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질문이다. 대체적 전망은 그러나 부정으로 기운다.
“북한 군부는 사상 처음으로 실전경험이 없는 장성들이 그 정상부를 차지하게 됐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는 북한 군부에서 반미감정이 사라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제국주의자들과 싸운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실상은 그와 반대다.”
최근 김정일의 군 핵심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와 관련해 한 영국의 북한 관측통이 한 말이다. 북한 군부는 분명히 젊어졌다. 김정일은 1994년 이후 무려 586명의 장성을 진급시켰다. 그 중 436명은 영관급에서 진급한 케이스다.
또 군부요직 인선을 하면서 명목상 최고 권력기구이던 국방위원회를 군사뿐 아니라 외교·대남·대내 문제를 아우르는 권력실체로 탈바꿈시켰다. 동시에 각 군단 사령관을 40, 50대로, 여단장을 30대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군부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젊은 장성들의 사고방식이다. 전 세대보다 더 경직될 수도 있다. 상당수 관측통들의 견해다. 이들은 김정일 밖에 모른다. 그 체제하에서 세뇌됐다. 더 국수주의적이라는 말이다.
북한 핵실험도 바로 이들 소장파 장성들의 압력 때문에 단행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요컨대 이들 북한의 신군부는 핵을 체제 보장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런 군부가 권력을 떠받치고 있는 한 북한의 핵 포기는 불가능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의 신변을 둘러싸고 나오는 얘기들은 산만하기 짝이 없다. 때로는 신빙성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뚜렷한 메시지를 전한다. 김정일 체제의 북한은 탈출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군부로 상징되는 체제 수호계층은 항상 고정불변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그 체제 결사수호 고정불변의 정신을 온 세계에 떨치기 위해서인가. 북한은 또 다시 미사일을 날렸다. 불과 두 주 만에 두 차례의 미사일 발사다. 바로 그 날 정세균 열린 우리당 의장은 국회연설에서 8.15 제주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
그리고 며칠 전이었나. 열린 우리당 의원 103명과 한나라당 의원 3명 등 159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자못 민족적이고, 역사적인 결의안’에 서명을 한 게. 무려 ‘4억5,000만달러+알파’라는 거액을 김정일에게 몰래 바쳤다. 그리고 성사시킨 평양방문, 그리고 공동성명을 낸 7년 전의 그때 그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코미디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비극으로 보아야 하나. 정말이지, “아! 아! 대한민국”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