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재(전 은행인)
신사, 소위 젠틀맨의 사전적 의미는 ‘품행과 예의가 바르고 학덕이나 기품을 갖춘 남자’ 또는 상류사회의 남자를 가리킨다고 되어있지만 통속적으로 양복을 잘 뽑아입은 남자를 신사라고 하는데 항간의 유행가 제목 사랑은 아무나 하나’처럼 신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아무리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제대로 갖췄다 해도 대인관계 중 대화하는 태도에서 신사도의 유무가 판가름 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언어의 교류로서 사리 분별을 따지는 고등동물이기 때문이다.
대화 도중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고 자기 말을 하는 것도 화제의 흐름을 끊거나 분위기가 바뀌어 주제를 중동무이시킬 우려 때문에 올바른 태도가 아닌데 남의 말 허리 자르고 막무가내로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남의 의견은 무시하고 자기만 옳다는 유아독존적 배타심 때문에 이런 사람은 다시 태어나도 신사가 될 수는 없다.이런 사람들이 하늘이 잠든 사이 우매한 백성들을 세 치의 혀로 우려 어쩌다 권력이라도 잡게 되면 독재자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뿔 달린 귀신은 아니지만 평등과 번영이란 미명 아래 뭇백성의 눈과 귀를 막아 산 송장을 만든다는 데에 인류의 비극이 생기게 된다.
독재의 개념을 간명하게 정의하면, 언론의 자유가 없는 것으로 수백만이 굶어 죽어도 호소할 곳 없는 생지옥이 그 본보기인데 이름 자체가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니 붉은 해가 눈물 흘리고 푸른 바다에서 먼지 솟아날 아이러니다. 미친 사람이 자기 미쳤다 안 하듯 독재자들 또한 같다.
요즘 또 노무현 정부가 시어미 생일날 빈손으로 찾아간 며느리 대하듯 병이 도져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흔히 군사정부 시절엔 그들이 무식해서 언론 탄압을 했다 치부되지만 준비되고 똑똑하고 진보적이요 개혁적이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어쩌자고 언론사들을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讐) 삼는가 아둔한 머리로는 알 길이 없다. 단지 그런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추측될 뿐이다.
“내가 지금 흠 없이 잘 하고 있는데 왜 옆에서 나불거려 고분고분한 민초들까지 들쑤시느냐”는 원망일 수도 있고 “내 언행에 하자가 없으니 묵묵히 따르라”는 독선과 오만일 수도 있는데 이들 모두가 전체주의적 사유요, 독재자들의 전형적 수법으로 무오류(無誤謬)의 제왕적 가치관이다. 오죽하면 자기는 앞서가는데 백성들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짜증내는 대통령이 아닌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듯 여기저기 기자 출입처가 있어 말썽이 중구난방이니 확 갈아엎어 없애고 입맛대로 하겠다는 얘긴데 6.25 전후 배 고프고 등 시려웠던 시절 동네 부잣집 제삿날 밤이면 조무래기들도 잠 없이 제삿집 주위를 뛰논다. 제사가 끝나면 집사(교회 집사가 아님)쯤 되는 이가 떡함지를 메고 코흘리개들을 어느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떡 한개씩 주고 내쫓는다.이제 기자 출입처를 왕창 없애고 브리핑 받으려면 모이라는 곳에 순순히 모여 주는대로나 받으라는 얘기인데 콩나물 시루같이 떼거지로 기자들 모아놓고 담당부서의 장이 브리핑하겠다는 것이 어찌 그리도 제삿집의 조무래기들 떡 나눠주기와 똑같은지 감회가 새롭다.
정부청사 내 수십 곳의 기자실을 폐쇄하고 몇군데 맛뵈기만 남겨 놓겠다는 구상은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들의 집을 닥치는대로 부수어 처마 밑에 아예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것인데 당장이야 전기줄에 앉아 찬비를 맞으며 고달픈 날개를 쉬지만 집도 절도 없이 새끼들은 어디서 키울까? 취재원을 잃은 기자들이 제비들과 무엇이 다른가. 도시 남의 일같지 않아 애처롭다. 브리핑이야 체면불구 시루 속에 콩나물이 되어 대통령의 완,소,남,혀 노릇하는 국정홍보처에서 하사(?)하는 한 사발의 물 받듯 어찌 어찌 하겠지만 취재원을 봉쇄당한 기자들은 길바닥에 나앉아서 날아가는 저 기러기에게 사연을 물어야 하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또 울릴까 두렵다.
서두에서 밝힌 신사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고대적 의미의 선비요 현대적 해석으론 인텔리겐 차인데 원래 전통적 개념으론 저술가, 예술가, 언론인, 교사 등 지식인을 뜻하지만 국제정보화시대에 있어서는 사회의 결함을 빨리 감지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 비판적 태도를 갖는 자를 인텔리라고 했으니 그중 가장 인텔리가 기자인데 이들의 손발을 묶는 정부를 민주주의 정권이라 할 수 있는가. 노정부,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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