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한달…수사 답보
영업용 리무진을 새로 마련하고 꿈에 부풀었던 북가주한인 노명근 씨가 실종된지 1일로 꼭 한달이 됐다.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며 발을 굴렀던 가족들은 이제 돌아오는 것 이전에 제발 살아있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실종신고 접수직후 활기를 띠는 듯했던 경찰수사는 답보상태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됐을까, 살았을까, 혹시 변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살아 있다면 왜 소식이 없을까, 변을 당했다면 누가 왜?…. 물음은 꼬리를 물지만 해답은 종잡을 수 없다. 부인 노영숙 씨와 주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노 씨 부부의 삶과 사건전후 상황 등을 정리한다.
◈실종 노명근 씨는
한국군 대위 출신으로 산호세 거주 형님의 초청으로 1975년 이민왔다. 장교경험을 살려 이민초기 미군에 입대, 약 2년동안 복무했다. 제대후 각고끝에 안정(한때 주택 2채 소유 등)을 찾았으나 2차례 이혼으로 흔들렸다. 특히 2번째 이혼 뒤 생활이 여의치 않고 정신적 충격까지 겹쳐 사이판으로 단신이사를 갔다.
◈연변 노영숙 씨와의 만남과 새로운 삶(2003년 이후)
현재의 부인 노영숙 씨와의 만남은 사이판에서 이뤄졌다. 노영숙 씨는 중국 연변 출신으로 사이판에 있는 한인경영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때 그는 이혼상태였다고 한다. 생면부지 둘의 만남을 매개한 것은 교통사고였다. 큰 부상을 입은 노명근 씨를 노영숙 씨가 지극정성 간호하고 위로해줘 서로가 급격히 가까워져 2003년 11월 결혼했다. 결혼 뒤 북가주로 돌아와 유바에서 살다 SF페닌슐라로 이사했다. 리무진영업 손님이 SF공항-다운타운을 연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산브루노 한인소유 2층짜리 단독주택의 1층(정문에서 볼 때는 지하)에 세들어 살고 있다(월 렌트비 850달러).
리무진 영업은 주로 하청을 받아서 하는 형식이며 한달 수입은 일정치 않으나 대략 4,000-7,000달러쯤 된다고 한다. 노명근 씨는 불시호출에 대비해 항상 휴대폰에 신경을 집중했다. 위층 주인집 마루에서 바둑을 두거나 와인을 마실 때도 항상 휴대폰을 옆에 두고 중간중간 확인했다. 하루 평균 서너차례 영업을 나갔으며 한번 나가면 보통 1-2시간 걸렸다. 부인 노영숙 씨는 한때 식당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경추염 때문에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해 그만 두고 쉬다 “아프다고 그냥 놀 수 없어서 영어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워 올 여름에는 공항에 취직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산브루노 사글세방에서는 남편 노 씨의 전처소생 아들(고교생)과 함께 셋이 살고 있고, 부인 노 씨의 전남편 아들은 뉴욕에 살고 있다.
◈새 리무진 구입(3월26일)
검정색 중고 리무진으로 영업해온 노명근 씨는 3월26일 같은 색깔 같은 차종(링컨 컨티넨탈)을 나파 포드딜러에서 구입했다. 4만5천여달러 중 약 6,000달러를 다운페이하고 월 1,266.84달러씩 35개월동안 불입하는 조건이다. 구입 이후 영업허가증(TC넘버)가 나오지 않아 임시허가증을 달고 다녔다. TC넘버는 5월1일에 나왔는데 노명근 씨는 바로 그날 실종됐다.
◈실종 전후(5월1일)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점심 때 노 씨 부부와 아들이 함께 불고기 점심을 먹었다. 노영숙 씨가 “오늘 6시에 ROP 컴퓨터 클래스(그는 공항취직을 위해 컴퓨터 수강중)에 간다”고 하자 노명근 씨는 “어 그래? 나도 7시에 한번 갔다오면 된다”고 했다. 노영숙 씨는 컴퓨터 수업에 맞춰 조금 일찍 나갔다가 수업을 마치고 9시쯤 귀가했다. 노영숙 씨는 “(남편이) 돌아와 있을 줄 알았는데 안들어왔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또 (남편이 일 나가기 전에) 주스랑 계란이란 호박이랑 시장을 봐놓고 가서 고맙기도 하고 해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좀 있다 또 걸었다. 또 안받았다. “생전 안그랬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노영숙 씨는 십분이십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걸었다. 계속 받지 않았다. 새벽 2시쯤에 노영숙 씨는 “산호세 형님”한테 알리고 수시로 전화를 걸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노영숙 씨는 5월2일 인근 산브루노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납치? 사고? 잠적? …경찰수사
신고접수 직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경찰은 주류언론에 노명근 씨 실종소식이 방송되는 등 관심사건으로 떠오르자 수사에 피치를 올렸다. 해안도로 산간도로 등 의심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초음파에 의한 금속성 및 셀폰추적도 곁들였다. 그러나 노명근 씨의 행방은커녕 사고냐 잠적이냐 납치냐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최소한 발표되지 않았다). 혹시 범인들의 협박에 월경(멕시코나 캐나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 것도 이같은 불분명한 수사상황에 기인한다. 그러나 공식적 침묵이나 딴전과는 달리, 경찰이 모종의 혐의 내지 단서를 잡고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의외의 방향’에서 수사를 진전시키고 있지 않느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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