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식’과 다른 육아법 이해하기
남성다움이 지배력, 강한 힘, 물질적으로 여성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기보다는 오히려 ‘남성 고유의 감수성’에서 발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남성다움의 척도가 월급봉투의 두께나 돈 버는 재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과 동일시되는 시대라는 뜻이다. 물론 이와 더불어 여성다움의 개념도 변했고 그런 변화는 가정생활과 육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더불어 남성의 육아참여가 늘고 있는 요즘, 엄마 식 육아와 아빠 식 육아의 조율과 접목이 필요하다. 때론 엄마 식보다 더 나은 아빠 식의 육아법을 이해해 보도록 하자. 페어런팅 지 6월호를 참조했다.
사소한 일에는 간섭하지 말고
울타리 넘기 등 모험 기회 허용
감정싸움 피하고 융통성 가지길
엄마가 주로 아이들을 돌보지만 아빠의 개입도 무척 중요하다. 엄마와는 대처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그게 때론 더 유용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험에 관하여
◆아빠: 두 살짜리 여자 아이가 무엇을 집으려고 의자에 올라가도 넘어지기 직전까지 아빠는 지켜만 본다. 네살짜리 여자 아이가 울타리를 넘으려고 시도하면 엄마는 “왜 울타리에 올라가느냐”고 난리지만 아빠는 “울타리가 거기 있으니까”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모험의 기회를 아빠들은 넉넉하게 주고 있다.
◆엄마: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는 본능적으로 보호본능이 작동한다. 아기에게 해롭거나 위험한 것은 무조건 삼간다. 좋아하던 기호식품과 정크 푸드와도 단절하면서. 아기를 낳았다고 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아기의 육체적인 위험을 감당할 여력이 쌓여있지 않다. 스릴이나 재미를 포기하더라도 안전을 택하는 것이 엄마들의 심리다.
◆조율: “진짜 그렇게 위험한가?”라고 반문해 본다. 그리고 넘어지지 않고는 스케이트도, 두발 자전거 타기도 배울 수 없음을 생각해 본다. 직면할 수 없으면 잠시 도피하는 것도 괜찮다. 아이들과 아빠가 바닷가 파도 앞에서 놀 때 엄마는 그 장면을 보지 않고 딴 청을 부려보는 것이다. 사내아이가 하이틴이 되면 컴컴한 신 새벽에 서핑보드를 메고 파도를 타러 간다며 현관을 나서기도 한다. 그때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와 아이의 수영팬츠를 잡고 늘어지지 않으려면 미리부터 내공을 쌓아놓아야 한다.
■전문가 조언에 관하여
◆아빠: 본인이 전문가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아이와 아빠가 좋은 식으로 하고 만다.
◆엄마: 아이에게 무언가 잘못이 생기면 주로 엄마 책임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옮음에 대해 예민하다. 전문가 지시나 의견을 무시하는 상대 남성이, 아이들 아빠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조율: 의사가 말하기를 “아직 감염은 안됐지만 아이의 병력으로 봐서 감염될지도 모르니 미리 처방전을 써주겠다.”고. 이때 아빠들은 감염도 안됐는데 처방전은 무슨? 이라며 그냥 아이를 데리고 나선다. 엄마는 속상하겠지만 정말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면 그때 가서 다시 한 번 처방전을 받으러 오더라도 아빠의 “상황 판단”을 믿어준다.
■사소한 것에 관하여
◆아빠: 종종 아이의 옷을 입히면서 태그가 보이지 않으면 앞뒤를 바꾸어 입힌다. 아이가 따듯해 하고 별로 불편해 하지 않다면 괜찮다는 식이다.
◆엄마: 모든 것이 완벽해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엄마는 아이의 앞단추가 뒤에 가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조율: 아빠가 봐서 괜찮으면 다른 사람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엄마들은 스스로 어떻게 보이는가보다는 아이가 어떻게 보이는 가에 더 관심을 쓰는 경향이 있다. 옷은 앞뒤를 거꾸로 입혔더라도 아빠가 턱 받기(bibs)를 뒤집어 매주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가도록 한다. 디테일에 관심 없는 남성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 같은 아이디어와 장난에 관하여
◆아빠: 상상의 풋볼경기장을 만들어 놓고 마음껏 아이와 놀고 싶어한다. 부엌에서 나무 스푼을 들고 나와 마이크로 애용하고 페이퍼 타월 롤로 트럼펫을 불기도 한다.
◆엄마: 집도 치워야 하고, 저녁도 지어야 하며, 모든 것이 스케줄대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로서는 아이 아빠의 장난기가 하찮고 귀찮기만 하다.
◆조율: 의무감에 눌리다 보면 재미와는 멀어지기 쉽다. 유머는 어려운 상황을 쉽게 넘어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단순해서 인정받을 때 존재감을 느낀다. 재미있는 상황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아빠에게 부력을 주기위해 칭찬까지 곁들이면 저녁식사를 아빠가 준비하는 날이 늘어날 수도 있다.
■급한 상황인데도 뜸들이고 있다
◆아빠: 샤워 중에 아이가 울면 슬쩍 내다보고 위급상황이 아니면 ‘본업’으로 돌아간다. 아이도 본인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앞으로 부딪히게 될 험한 세상에 대비하려면.
◆엄마: 샤워 도중이지만 당장 옷을 입고 나와 아이 울음부터 그치게 한다.
◆조율: 울고 있는 아이를 방치하는 아빠가 무관심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배수진을 쳐놓고 상황의 변화추이를 관망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관심이 아니라 관심 쓰고 있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엄마에 비해 뜸 들이는 시간이 다소 길어질 뿐이다.
■감정싸움에 대하여
◆아빠: 아이들과 감정싸움에 휘말리기를 꺼려한다. 감정싸움에 자신 없어하며 회피하고 딴전을 피우기도 한다. 아이가 목욕하기 싫다면 안 시키고 말지 달래고 회유하고 싸워서 자신의 의지대로 목욕을 시키는 엄마와는 다르다.
◆엄마: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 말, 내 식대로 해야지.”라며 밀고 나간다.
◆조율: 말을 안 듣는다고 또 내식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아빠의 융통성을 대입해볼 필요가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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