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말 상처’평생 괴롭혀
“행복하기를 바라는가? 현재 있는 것에 감사하라. 버리려고 애쓰지도 말라. 단지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 조승희 사건 이후 자녀 및 가족들의 정신건강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19일 정신과 전문의 조만철 박사는 한국의 인지행동 치료 전문가 최영희 박사를 초청 ‘현대인의 지성을 위한 정신의학 강의’를 개최했다. 샌피드로 포트 오 콜 식당에서 오후 6시부터 10시30분까지 개최된 이날 강의는 원래 1부 세미나와 2부 음악행사로 계획됐었으나 진행자와 참석자들의 호응이 뜨거워 강의만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강의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공황장애·사회불안 등
뇌 이상따른 정신질환 아닌
이전 사회경험의 총집합인
‘스키마’의 작용 때문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
▲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심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생물학적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으면 바꾸기 힘들다. 가장 바꾸기 힘든 것은 성에 관한 문제이다. 성전환과 동성연애자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 경험을 바꿔주면 되는 공황장애 등은 교육과 훈련으로 고칠 수 있다. 그리고 비만문제도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의학적으로 볼 때 중간정도로 간주된다. 전문가와 상의, 고칠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고 투자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목표에 투자해야 한다.
▲ 현대의학이 말하는 정신질환이란
인간은 처음에는 안전한 것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위험한 것도 다소 안전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점차 진화, 위험한 것은 위험하다고 느끼고 이에 반응한다. 그러나 더 진화되면 안전한 것도 위험하다고 느끼며 미리 대처하는 것이 현대인의 사고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대처방식이 지나친 것을 정신질환으로 간주한다. 쉽게 말하면 진화가 너무 많이 되어서 현재의 생활이 불편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를테면 공황장애, 사회불안, 우울증, 불면증, 강박증, 스트레스, 과민성대장염 등이 이에 속한다.
겉보기에는 멀쩡한데도 3층 이상의 건물에는 무너질까 봐 못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이발할 때 빗으로 인해 생긴 상처로 감염이 될까봐 몇 달씩 불안해하는 기업중역도 쉽게 말하면 진화가 너무 많이 된 것이다.
▲ 정신질환의 원인은 무엇인가
생물학적인 원인, 심리적인 원인, 사회 환경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이중 한 가지가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복합적일 수도 있다. 일부 정신의학계에서는 대부분 뇌에 문제가 있어서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고 보면서 약물로 모든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집중적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행동이 나오기 전에 사고가 있고 그 생각 전에 감정과 신체감각이 작용하는데 여기에는 이전 경험의 총집합으로 생긴 믿음의 핵심(skima)이 작용한다고 보고 이를 치료에 도입하는 것이 ‘인지행동치료’이며 효과가 크다.
▲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본능적 욕구가 억압될 때, 내재화된 중요한 인물로부터 또 잊혀진 외상적 경험에서 온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쓸모없는 존재라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그 말이 내재화되어 있어 자존감이 약하다. 치료를 해도 어느 날 문득 다시 부모의 그 말이 되살아나 이 성인을 괴롭힌다. 그러나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어도 다른 행동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대 정신의학에서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그 사람의 타고난 기질과 수없이 부딪힌 사회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키마를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 서양과 동양의 정신치료법 차이
서양에서는 이미 벌어진 사건은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을 인식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생각은 바꿀 수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서양은 생각의 변화를 촉구하는 치료법을 사용해 왔다. 동양에서는 이미 벌어진 사건을 무비판적으로 인식한 다음 이를 수용하고 다음엔 내려놓거나 흘려보내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명상, 선, 요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흐르는 물에 나뭇잎을 올려놓고 거기에 잊고 싶은 과거와 불안한 미래를 올려놓고 흘려보내는 것이다. 계속, 반복적으로. 그리고 순간에 사는 방법을 가르친다. 지금 밥을 먹고 있으면 밥의 냄새, 질감, 맛 등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밥 먹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www.mattaa.com 참조.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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