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지도 카운슬러들에 따르면 음악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은 일반 학과 지망생보다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전문가들은 음악 전공을 하려면 이론과 실기로 철저히 무장해야한다고 조언한다.
‘DNA에 음악성이 각인된 민족’이라 그런지 음악 전공을 꿈꾸는 한인 학생들의 숫자가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 전인교육 관점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음악교육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입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오감을 사용해 사물과 현상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세계를 악기 연주, 성악, 작곡 등으로 표출하는 전문 교육을 대학에서 받고자 하는 학생과 이런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해 음대 진학 전반을 점검한다.
■ 음대 진학준비 어떻게 하나
종합대는 실기-학업성적 모두 중시
연주 뛰어나도 성적 낮으면 ‘반쪽 실력’
음악전문대는 연주 실력을 우선 평가
■쉽지 않은 음악 전공
전문가들은 ‘음악 전공=손쉬운 대학 입학 수단’이란 생각은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전미음악교사협회 관계자는 “음악 전공은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고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작곡, 악기 연주, 성악, 지휘 등 분야에 상관없이 음악이론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취미로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데 있어 꼭 음악이론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깊이 있는 음악의 세계로 가려면 음악이론은 필수적이다.
대학 입학 전 이미 음정을 계산하는 방법, 음계를 구분하는 방법 등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학 진학 후에는 더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이론 공부가 이뤄진다.
이 관계자는 “음악 전공을 만만하게 생각했던 학생들의 상당수는 전반적인 음악이론과 화성법 개념 공부에 쩔쩔맨다”며 “음악이론에 대한 기초, 배경지식이 없으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음악 전공의 성패는 수학 실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피타고라스 음률. “음정의 주파수가 3대2 비율에 기반해 있는 음률”은 서양음악에서 가장 오래된 반음계의 조율법이며 피타고라스가 발견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피타고라스는 한국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발견한 수학자다. 그가 7음계에 대해 수학적으로 연구해 음악이론의 출발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수학과 음악의 뗄 수 없는 연관성 때문이다.
진학 카운슬러들에 따르면 음악 전공 희망자는 일반 학생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학교 공부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외에 레슨, 콩쿠르, 오케스트라 활동, 이론 공부 등 음악 전공에 필요한 지식과 배경, 기술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LA 인근 한 고등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A(16)양이 그 한 사례다. 학교 오케스트라 일정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1시간 일찍 등교한다.
귀가 후에는 AP생물, AP유럽역사, 아너 영어, 수학 등 학과 숙제를 먼저 한 뒤 악기 연습에 들어간다.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주력하다보면 밤 12시가 넘는 것은 예사다.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있는 매주 월요일은 새벽 2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레슨이 있는 주말은 평일같이 분주하고, 특히 입학 전형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콩쿠르 출전 준비가 겹친 이번 달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기만하다.
■종합대학 vs. 음악전문대학
A양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 애쓰는 이유는 악기만 잘 연주해서는 절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는 현실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A양의 상급생인 B양은 미 전국 콩쿠르는 물론 유럽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도 입상한 화려한 경력이 있다. B양은 음악 지식도 해박하다.
로컬 클래식 라디오 방송국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곡명은 물론 작곡된 배경, 첫 공연 시기 등을 줄줄이 설명한다. ‘천재’라고 불리던 B양은 주요 음대 입학에 실패했다. 영어점수 D 같이 너무 낮은 학업 성적이 낙방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음악을 상위 학문으로 인식하는 미국 정서가 큰 이유다. 격 높은 학문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은 종합대학에 부속된 음대와 음악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음악전문대학으로 구분된다.
서부의 줄리아드로 불리는 남가주대학(USC)의 ‘돌톤(Thornton) 음악대학’은 종합대학 음악대학이다. 다운타운 디즈니 콘서트 홀 건너편에 있는 ‘콜번 컨서버토리’는 음악 전공과목만 있는 음악전문대학이다.
종합대학 음대들은 신입생 전형 때 음악 실력과 학업 성적을 모두 중요시한다. 우수한 연주실력 반면에 낮은 GPA 같은 불균형적인 학생은 뽑지 않는다. 반면 음악전문대학은 통상 지원자가 갖추고 있는 연주 실력을 먼저 심사한 뒤 학업 성적을 고려한다.
음악전문대학이 연주 실력에 우선권을 둔다고 해서 만만한 곳은 절대 아니다. 콜번 컨서버토리의 2007년 신입생 전형 자료를 보면 선발하는 학생 수가 50명이 채 안 된다. 목관악기 전공에서 클라리넷, 플루트 주자는 각각 1명씩만 뽑는다. 미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지원자들이 구름같이 몰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웬만한 입학경쟁력만으로는 들어가기 힘든 것이다.
연습은 몰아치기 보다 매일 2~3시간씩
악보 읽고 즉석연주 등 이론공부도 필수
전공 상관없이 ‘피아노 연주’가능해야
■준비는 언제부터
음대 전공 희망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레슨이다. 공립학교의 음악교육과 학교 내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단 활동만으로 전공에 필요한 기초 실력을 기르기가 부족하다. 개인레슨을 시작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악기 전공의 경우 3년 이상을 투자한 악기를 선택하도록 조언한다. 이들에 따르면 레슨 횟수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 1~2회가 적당하다. 연습은 하루에 몰아서 많이 연습하지 않고 매일 해야 한다. 전공 희망자에게 매일 최소 2~3시간 이상 연습은 기본이다.
개인레슨과 함께 동반돼야하는 것은 음악이론 공부다. 특히 악보를 즉석에서 읽고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음악이론 지식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수단은 캘리포니아 메릿(CM)과 AP음악이론 시험이다. 깊이 있는 음악 이론을 가르치는 공립학교가 드문 만큼 이 역시 음악학원, 개인교사에 의존하는 추세다.
음악을 듣고 어떤 음정인지 판단 할 수 있는 ‘듣기 능력’도 필수조건이다. 고등학교 재학 때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청음 능력들 중에는 연주되는 곡의 화음 종류, 그것이 반복된 간격을 지적하는 것이다. 연주되는 곡의 리듬을 따라서 반복해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천성적으로 타고난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듣기 능력을 반복된 연습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건반악기 연주와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특히 종합대학, 음악전문대학에 상관없이 모든 음대는 전공 분야에 상관없이 지원자들이 ‘기본적인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시창 능력도 중요하다. 대학들은 처음 보는 악보를 노래로 부르고, 들리는 음악을 따라 부르는 기본 능력을 심사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 희망자의 마음자세다. 대학 입학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정열을 불태우는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음악 전공 이후
다른 예체능 분야와 마찬가지로 음악 전공자가 종사할 수 있는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악기 연주자, 오케스트라 단원, 지휘자 등은 고전이다. 연예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특히 음반 업계에 음악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다. 배경 음악을 통해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을 자주 이용하는 방송, 광고업계는 음악전공자 없이는 프로그램 편성이 힘들다. 음악교육자 또한 음악 전공자가 고려할 수 있는 진출 분야다.
최근 들어 각광 받는 업종은 음악치료사. 음악을 통해 정신질환은 물론 발달장애까지 치료하는 전문 분야다. 좋은 음악을 듣고 자란 아이들의 품행이 단정한 것 같이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을 음악을 통해 치료할 때 음악 전공자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김경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