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온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은 주요 이슈로 다루어진 의료개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다른 모든 후보들의 의료개혁안은 (결과적으로) 보험회사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며, 보험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보험을 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보험회사 세일즈맨이 되어서 되겠는가.”
미국인 중 4,700만명은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구 6.3명당 1명꼴로 무보험이라는 얘기다. 한인사회의 경우 얼마 전 전체의 약 40%가 의료보험이 없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험이 있다 해도 병원에 가면 주머니 돈을 꺼내야 하고, 진료 후엔 집으로 청구서가 날아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개인 파산신청 원인의 50%가 질병으로 인한 비용 때문이라 한다.
맨손으로 이민 와서 죽도록 열심히 일해 자영업소라도 하나 꾸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 싶으면 병을 얻고, 보험이 없어서 가산을 탕진하고 마는 경우는 우리 한인사회에 흔히 일어나는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한인사회 성원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결국 바람직한 의료개혁은 한인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필수조건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2조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의료비용으로 쓰여진다. 이는 GDP의 16%에 달하는 액수이며 2015년이면 20%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미국은 전세계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의료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는 나라이면서, 의료비용은 그 모든 선진국들을 앞지른 상태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비용은 엄청나게 들지만 혜택은 극히 제한된, 낭비가 많은 고장 난 제도라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4년마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서로 이 고장 난 제도를 고쳐 보겠다고 다양한 해결책을 들고 나온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결국 보험회사 좋은 일 시켜 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싸잡아 꼬집은 것이 연방의료개혁안 HR676을 공동발의한 데니스 쿠치니치의 앞선 발언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의료 시스템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6년이라는 기간에 늘어난 보험료는 87%라 한다. 같은 기간 늘어난 임금은 대략 15%이다. 보험회사에서는, 환자 진료비로 사용되지 않고 소위 보험회사 ‘관리비’로 사용되는 돈이 1달러당 약 30%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에 연방 프로그램으로 노인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메디케어의 경우에는 관리비가 1달러당 5%밖에 되지 않는다 한다. 그렇다면 보험회사의 경우 실질 관리비 5%를 뺀 보험 판 액수의 나머지 약 25%는 수익으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환자의 치료비로 가야 할 돈이 보험회사들의 이윤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년간 보험회사들의 이윤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올라가는 보험료 프리미엄만큼 보험회사들의 이윤은 점점 더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그 뿐인가. 캘리포니아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혁안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개혁안들은 무보험자에게 보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높은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보험을 들지 못하는 개인들에게 자동차 보험을 의무화하듯 값비싼 의료보험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보험회사 세일즈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이러한 소위 개혁안들을 빗대는 말이다.
반면 연방안 HR676이나 캘리포니아 상원안 SB840의 내용을 보자. 이 안들은 ‘싱글페어’라 불리는데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즉, 정부에서 제공하는 메디케어를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확대 보강해서 사회 성원 전체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병원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기업이윤으로 빠져 나가는 낭비를 막고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전 국민에게 제공하자는 안으로 많은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의료혜택을 보장하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안인 HR676과 SB840을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다.
홍순형 <가주간호사협회 지도조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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