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영수 목사(새크라멘토 영락교회)
70년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펄 시스터스’의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라는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애창했습니다.
‘불덩이 같은 이 가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1분이 지나고 9분이 되네, 10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웬일인지 오지를 안네 내 속을 태우는 구려...’
무척 오래 전에 불렀던 노래이기에 가사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가사의 내용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사람이 안 올까봐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현대 사람들은 기다림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어린 학생들로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핸드폰이라는 것이 있어서 만나는 약속 장소로 가면서도 계속 전화통화를 합니다. 지금 내가 어디쯤 와있고, 어디를 지나가고 있으니 몇 분 후에는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중간보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날 장소에 갈 수 없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애태움도 기다림이라는 것도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기다림이 즐거움인가, 괴로움인가?를 선택하라면 나는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보고 싶은 사람을 10분이 아니라, 6시간이나 기다려 본 기억이 있기 때문입나다. 기다림이 고통이라면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도 나는 기다림을 좋아합니다. 안 올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기다리는 사람이 문뜩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을 자주 상상합니다. 기도하다가도 기다리던 사람을 만나 부둥켜안고 우는 생각하고는 기도의 응답인줄 알고 착각하는 때도 있습니다.
나는 요즈음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6시간이 아니라 벌써 6달이 지났는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나간 둘째아들을 기다리면서 아직도 거리가 먼데 돌아오는 아들을 보고 달려가 부둥켜 앉고 입을 맞추고 기뻐 잔치를 베푸시는 아버지의 마음(눅15:19-)으로 매주일 설램을 가지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집나간 둘째 아들을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감히 안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집나간 아들이 돌아올 것을 믿고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그 기다림은 결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내일이면 돌아오겠지, 내일이 되어 아직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 내일은 돌아오겠지,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는 기다림은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쓴 아주 유명한 소설같은데, 작가도 제목도 주인공 이름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내용은 이렇습니다.
딸이 탕아 같은 남자친구를 사귀어 집을 나갑니다. 아버지 집을 나가면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환히 알고 있는 아버지는 간절하게 만류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끝내 가출을 하고 맙니다.
아버지의 예상 데로 딸은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결혼한 남자친구는 알콜 중독에, 폐결핵까지 걸리고 너무 괴로운 자신을 참고 참다가 결국은 아버지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아버지 집 앞에 와서는 막상 들어가지를 못하고 망설이고 있습니다. 집 주위를 배회하다가 용기를 내서 집문 앞으로 닥아 가서 보니 문이 완전히 잠겨있지 않고 조금 열려있습니다.
조금 열려있는 문을 밀고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문에서 ‘삐꺽’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때 안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아야꼬, 이제 오니,어서 들어 오너라!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아버지는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여자 작가가 쓴 글이기에 세심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딸과 아버지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기다림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딸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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