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과학이 밝힌 조기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
▶ 청소년들 수면·비만·우울·집중력 저하 등
▶ ‘언제·어떻게 시작’ 관건… 부모 모범 보여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가 청소년의 뇌와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 이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규모 과학 연구들이 잇달아 발표되며, 막연한 우려나 개인적 경험담이 아닌 구체적인 수치와 데이터가 청소년의 현실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연구자가 바꾼 선택펜실베니아대 연구원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랜 바질레이는 첫 두 자녀에게 12세 이전에 휴대전화를 사줬다. 그러나 올여름, 자신이 주도한 연구에서 초기 결과가 나오자 그는 결정을 바꿨다. 막내 아이에게는 당분간 스마트폰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바질레이가 미국 21개 지역에서 1만500명 이상의 아동을 분석한 결과, 13세가 아닌 12세에 휴대전화를 받은 아이들은 수면의 질이 나쁠 위험이 60% 이상 높았고, 비만 위험도 40% 이상 더 높았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의학 교수인 그는 “이것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수년 동안 부모, 교사, 의사, 정책 입안자들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해로운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증거는 빈약하거나 일화적이거나,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흐름은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극적으로 바뀌었다. 대규모 연구들이 잇달아 발표되며, 이른 시기의 스마트폰 접근과 과도한 화면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과 인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일관된 결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화면 사용은 정보 처리 속도 저하, 집중력 감소, 기억력 약화 등 인지 기능의 측정 가능한 저하와 연관돼 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을수록 우울증과 불안 증세는 꾸준히 증가했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화면 사용은 수면의 질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다. 또한 연구자들은 화면 사용 습관과 청소년 비만 증가 사이의 우려스러운 연관성도 확인하고 있다.
논쟁의 초점은 이제 ‘화면이 영향을 미치는가’가 아니라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며 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호주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한 국가가 됐다.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운영사들은 12월10일부터 접근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유사한 금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며, 다른 국가들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여러 주가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하며 미국도 호주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과학이 밝힌 ‘위험의 정도’2007년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 무대에 검은 터틀넥 차림으로 올라 첫 아이폰을 공개한 이후,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주로 개인적 경험담에 의존해 왔다. 교사들은 틱톡 같은 앱의 산만함이 성적 하락의 원인이라고 말했고, 부모들은 비디오게임에 빠진 자녀를 걱정했으며, 임상의들은 온라인 괴롭힘과 청소년 자해 증가를 지적했다. 그러나 화면 사용을 둘러싼 문화적 논쟁의 열기에 비해 과학적 근거는 더디게 축적돼 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연구 방법상의 한계다. 연구자들은 약물을 시험하듯 명확한 노출과 결과를 통제한 실험으로 스마트폰을 평가할 수 없다. 청소년과 화면 사용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관찰 연구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디지털 습관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다. 이런 연구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시하기 어려운 패턴을 드러낼 수 있다.
오랫동안 이러한 연구조차도 데이터의 한계에 부딪혔다. 표본 규모가 작고, 추적 기간이 짧으며, 화면 사용을 측정하는 기준도 들쭉날쭉했다. 이런 상황은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하는 ‘청소년 뇌 및 인지 발달 연구(ABCD)’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2005~2009년 사이에 태어난 약 1만2,000명의 아동을 추적하고 있다. ABCD 연구 대상자들이 성장하면서, 연구자들은 오늘날 청소년들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그리고 기술이 그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장기간에 걸쳐 전례 없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한 주목할 만한 논문은 단순한 화면 사용 시간과 ‘중독적 사용’을 구분했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했다. 총 온라인 사용 시간은 자살 위험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기기와 떨어질 때 불안을 느끼고 사용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강박적 사용 패턴은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 중독적 사용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 청소년들은 사용 수준이 낮게 유지된 청소년들보다 자살 사고와 행동 위험이 2~3배 높았다.
이 연구는 온라인 활동의 유형에 따라 위험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보여줬다. 비디오게임 사용이 많고 증가한 아동들은 불안과 우울 같은 내면화된 정신 건강 문제를 더 많이 보였고,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고 증가한 아동들은 규칙 위반이나 공격성 같은 외현화된 행동 문제가 더 두드러졌다.
■ 인지·기억·집중력2025년 12월 발표된 추가 분석에서는 9~13세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과 인지 수행 능력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사용량이 적더라도 증가 추세에 있는 아이들은 읽기, 기억, 어휘력 검사에서 일관되게 낮은 성과를 보였다.
UC 샌프란시스코 소아과 교수 제이슨 나가타는 “이는 성적이 A에서 B로 내려가는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루 한 시간만 사용하는 저사용자조차,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 능력이 더 나빴다는 점은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또 다른 연구는 소셜미디어 사용만이 주의력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밝혀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토르켈 클링베리 교수는 “메시지가 없더라도, ‘혹시 새 알림이 왔을까’라는 생각 자체가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고 말했다.
12월1일 ‘페디아트릭스’에 발표된 바질레이 교수의 연구는 스마트폰을 처음 받은 나이가 이후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13세 이전 스마트폰 사용이 성인기 우울, 자살 사고, 자존감 저하와 연관된다는 국제 연구 결과와도 일치했다. 바질레이 교수는 “우리는 기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언제 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소년 화면 사용 관리하기모건 코부지는 많은 부모들처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늦추자는 움직임을 처음 접했다. 버지니아주 리즈버그에 사는 40세의 전직 영어 교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큰딸이 10세에 가까워지고 중학교 진학이 1년 앞으로 다가오자 이미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더 걱정한 것은 기기 자체보다도, 소셜미디어 피드를 통해 십대 소녀들이 흡수하게 되는 비현실적인 기준과 불안감이었다.
코부지의 추산에 따르면,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 반 친구들 중 약 절반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고, 거의 모든 아이들이 아이패드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은 화면 사용이 없는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소외되게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조용한 반문화가 형성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눈 오는 날이나 학교가 쉬는 오후에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밖에서 놀고 쿠키를 굽는 등, 화면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코부지는 디지털 생활과 현실 세계 사이에서 더 건강한 균형을 찾도록 돕는 전국 단체 ‘밸런스 프로젝트’의 지역 지부를 만들었다. 이후 약 40가구가 그에게 연락해 왔다. 한때는 소수의 움직임처럼 보였던 것이 이제는 점점 흔해지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어린 시절과 너무 달라진 자녀들의 성장 환경에 불안을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을 몰랐다. 지금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소아 신경심리학자인 제니퍼 카첸스타인 교수는 부모가 청소년의 화면 사용을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지가 아니라 ‘본보기’라고 말했다. 특히 밤 시간대의 휴대전화 사용과 수면 습관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화면 사용 시간을 한 시간만 줄이는 점진적인 변화가, 갑작스러운 전면 차단보다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장기적인 웰빙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카첸스타인 교수는 “연구 결과는 하루 한 시간만 기기 사용을 줄여도 장기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고, 전면 금지보다 전반적인 기기 사용 감소가 삶의 질을 더 높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에게 “이건 네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거야”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너는 스마트폰과 기술을 사용할 평생의 시간이 있다. 우리는 네 웰빙을 지원하는 책임 있는 방식으로 그것들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휴대전화를 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건 부모를 탓하려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우리가 몰랐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을 받았다. 이제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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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ana Eunjung 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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