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1)집에 돌아와 심심해서 돌아버릴 것 같은 아이는 초등학교 여동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들을 불러 집에 끌어들이고는 마리화나를 해댄다. 거칠고 폭력적인 성격이라 말리지도 못하는 형은 여동생이 걱정이 되어 하던 검정고시반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여동생을 지키고 있다.
(2)이민 초기 생활의 적응과 가정의 어려움 등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신경이 곤두 설대로 선 오누이가 컴퓨터 게임 외엔 하는 일이 없어 늘 심심하고 짜증스럽다. 자주 심각하게 티격태격 싸움이 잦다 결국 자신의 오누이에게 칼을 들고 위협하기에 이른다.
(3)엄마 아빠는 일하느라 바빠 외아들인 아이와 제대로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는 이런 저런 이유로 학교를 가지 않으며 아이들과 배회하며 무료함을 달래지 못해 자극적인 재미있는 일을 벌린다고 벌린 것이 방화범으로 체포된다.
이러한 일들이 내 주변에 늘 일어나는 일들이다. 내가 ‘늘’이라는 말은 유스앤드 패밀리 포커스에는 매일 이러한 케이스들로 전화통에 불이 나며 북적거리기 때문이다.내 주위에 벌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케이스에 둘러싸인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이 가빠오는 증상이 생길 정도이다. 그 가슴을 매일 쓸어내리며 “왜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이민 와서 열심히 사는 한인가정에서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한가? 그리고 우리는, 나는 이것을 위해서 근본적으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늘 빚쟁이처럼 짓눌리곤 한다.
그러는 가운데 나름대로 나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 한인 청소년들, 에너지는 넘쳐나는 반면에 그들의 환경과 생활은 너무 무료하다. 따분하다. 더더구나 성적을 올려주기를 요구하는 부모님들 앞에 서면 깜깜한 절벽 앞에 서는 기분이다.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친구들과 따분함을 달래며 돌아다니는 것, 컴퓨터에 붙어앉아 자신 속에 있는 불안과 답답함을 잊어보려 미친듯이 매달리는 것, 그리고 그것도 아니다 싶으면 노래방, 당구장, 술, 마약, 이러한 것들을 잡아본다.
우리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들의 문화가 노래방, 당구장, 인터넷, 게임, 술, 마약, 이런 것들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그들의 문화가, 놀이문화가 없어서 견딜 수 없는 그들이 부여잡은 것은 그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망가뜨리는 타락하고 오염된 잘못된 문화인 것이다.우리는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난 조승희 군이나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청소년 범죄가 있을 때만 술렁거리고 웅성거릴 뿐이지 언제 드러날지 모르는 이와같은 잠재된 청소년 문제에는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아니 고칠 생각조차 안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이런 청소년들을 대하며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가 많고 무료하고 따분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 한인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청소년 놀이문화”를 만들어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거기서 인정받는 것을 신나해 하는 그들에게 미술, 연극, 춤, 노래, 악기연주, 스포츠 등 이러한 것으로 신나게 한바탕 어우러지는 가운데 자지러지게 함께 웃으며 서로의 자질을 격려하고 인정하며 소중히 여겨주는 시간들 속에서 컴퓨터 없이, 술과 마약이 없이도 기쁨과 즐거움으로 흥분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그들만의 놀이문화를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어지면서 그들의 의식이 바뀌어지기를 바래본다.
청소년들의 문화가 폭력적이고 파괴적이고 타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주고, 서로 이해하며, 격려하며 함께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것이라는 것을 체험케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나는 여름 ‘광야캠프’를 통해서 배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젠 그 시범으로서 첫 걸음을 떼어보는 것이다. 5월 28일 오후 2시, 열린공간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문화 만들기의 첫 시도인 ‘유스 갤러리아’(한국일보 후원)가 그것이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적극 권유해 주는데서 청소년 건전문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해 건전한 그들의 문화를 찾아가도록 우리 사회와 어른들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들을 적극 지원해 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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