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Exceptionalism. 어떻게 번역되어야 할까. 미국적 예외주의라고 해야 하나. 미국 의 정치, 사회, 역사 등 하여튼 뭔가 미국적인 것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이 미국적 예외주의를 진작 발견하고 ‘초강대국 미국의 출현’을 일찍이 예견한 사람이 19세기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다.
그는 자유, 평등, 개인주의, 그리고 자유방임주의 등을 미국적 예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관으로 파악하면서 이런 가치 체계에 바탕을 둔 미국 시스템의 세계화 가능성을 한 세기도 훨씬 전에 내다보았던 것이다.
미국적 예외주의란 말은 요즘에는 은근한 미국적 자부심의 표현으로도 들린다. 같은 민주주의 체제라도 프랑스 등 대륙 유럽과는 다르다는 식으로. 이런 면에서 미국적 예외주의의 원형을 일부 전문가들은 영국에서 찾는다.
“영국은 ‘역사가의 혼(soul)을 지닌 나라’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브룩스가 한 말이다. 그가 본 영국사회는 과거가 살아 움직이는 사회다. 전통 존중이 삶의 곳곳에 배어든 영국적 특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국인들의 전통 존중, 다시 말해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은 그 역사가 자못 오래다. 1500년 당시 런던 주재 베네치아 대사가 이런 말을 남겼을 정도다. “잉글랜드인들은 자기 애착이 아주 강하고 자기들의 것은 무엇이나 좋아한다.”
이 토양에서 형성된 게 영국적 전통이다. 자유를 사랑하면서도 질서를 존중한다. 추상적인 원칙보다는 경험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존중한다. 보수주의, 입헌군주제, 불문헌법, 양원제 등은 이런 전통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영국인들의 자랑이다.
위기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또 다른 영국적 특징이다. 영국인들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이걸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감한 역사의식이 전쟁 등 비상시에 영국인들을 바로 하나로 묶는다. 그럼으로써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다.
이런 스스로의 예외성에 대한 자부심과 영국적 가치관이 이식돼 미국적 예외주의를 낳았다는 것이다.
“… 특징은 상황대처를 아주 느리게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재난을 불러올 중대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태연자약이다. 무지하다고 할 정도다. 많은 희생이 따른다. 그 때서야 뭉친다. 그 때서야 동원 체제를 갖추고 대처에 나선다.”
영국인만의 특징을 말한 게 아니다. 미국인의 특징도 같은 것으로 봤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민들의 또 다른 예외적인 특징을 역사학자 앤드류 로버츠는 이렇게 파악한 것이다. 위기타개 능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항상 너무 뒤늦게 행동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현대사를 보는 그의 시각은 꽤나 독특하다.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영어사용권 국민들’과 파시스트 세력간의 싸움으로 파악해서다. 군국주의 독일제국, 나치 히틀러, 그리고 소련 공산제국과의 전쟁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테러전쟁을 통해 영미사회의 전통인 다원주의, 민주주의 등의 가치관을 혐오하는 이슬람 파시즘의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세 차례의 대(大)전쟁, 양차 대전과 소련과의 냉전에서 영어권 국민들은 너무 늦게 상황에 대처했다. 다행히 탁월한 지도자를 만나 세 차례 전쟁을 모두 승리로 끝냈지만.
네 번째, 그러니까 이슬람 파시스트와의 싸움에서 영어권 국민들은 과연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그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역사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아서인가. 그가 스스로 내린 답은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결국은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라는 시간, 현실이라는 환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상당히 어둡다.
“최근의 상황, 특히 미국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일반적 정서로 보아 미국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진단이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 진단이 옳다면 그 후과(後果)는 아주 엄청날 것이다.” 중동문제의 세계적 석학 버나드 루이스의 지적이다.
현실주의자 헨리 키신저도 한마디 했다. “미국의 이라크전이 실패로 끝날 경우 엄청난 파란이 닥친다. 그 극심한 파란은 중동지역으로 한정되는 게 아니다. 전 이슬람권과 서유럽, 러시아, 중국에까지 파급될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니다. 준엄한 경고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으로서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라는. 승리 없이는 생존이란 없다. 처칠이 남긴 말이었던가. 그 말이 새삼 떠올려진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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