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주도 ‘식민체전’
타지역 외면 ‘미니체전’
골목팀 출전 ‘기형체전’
<체전사태 속보> 미주체전(6월29일-7월1일)이 19일로 꼭 40일 앞두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성공여부는 고사하고 성사여부도 불투명하다. 부실준비 조직위의 총사퇴 뒤 정상화추진위가 SF한인회 등 안팎의 지지를 받으며 대안으로 급부상했으나, 장정현 재미대한체육회장의 ‘재미대한체육회 주관’ 발표로 모든 것은 원점이 된 상태다.
우선 그동안 ‘내고장 사람들’ 주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에 대한 불신 때문에 움쩍하지 않았던 SF지역 한인사회가 ‘외지인들 주도’에 적극 호응하지 않으리란 건 불보듯 뻔하다. 이미 SF한인회는 이렇게 된 마당에 도와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단체들도 섣불리 나설 계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진조직위 사람들이 적극 앞장선다면 전에 없었던 호응이 일어날 리도 어렵고 공연히 재미체육회와 퇴진조직위의 묵계설만 퍼질 가능성이 있다. 여론이 더욱 냉랭해지리란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다른 지역 선수단 가운데 몇군데는 출전 자체를 포기하거나 초미니 선수단을 보내기로 하는 등 벌써부터 썰물체전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동부의 모 체육회 소식통은 최근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는 말만 믿고 있었는데 얼마전에야 일이 꼬여가는 걸 알고 티케팅을 보류하고 (추이를) 관망중”이라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축구 등 몇종목 빼고는 제대로 치러낼지 의문이어서 아예 출전하지 않거나 축구팀만 가거나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재미체육회 지도부가 송사에 휘말려 다음달 체전을 앞두고 결심공판이 열린다는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소송은 장정현 집행부 출범 과정에서 특정후보의 출마를 탈법적으로 봉쇄했다는 등 이유로 현 집행부에 대한 일종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LA법원에 계류중인 것을 말한다. 전언에 따르면 현 집행부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한다. 만일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현 집행부는 체전을 더욱 코앞에 두고 더이상 업무를 볼 수가 없다. 차질없이 준비가 이뤄지더라도 체전은 개막직전 공중에 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예산 조직 운영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장정현 회장도 적어도 자원봉사자 등인적 자원 확보 등에서는 SF지역 한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16일 기자회견과 17일 언론사 순방 등을 통해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는 별도로 정상화추진위측은 체육회의 파행에 결과적으로 기여한 비체육인이나 문제인사들을 배제하고 실질적으로 경기단체를 이끄는 체육인들 중심으로 체육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방침을 확정, 물밑준비를 하고 있다. 재미체육회 주관 SF체전에 출전할지 여부는 각 경기단체에서 내부여론을 모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전하더라도 외부인이 주도하는 ‘식민체전’, 타지역 팀들이 상당수 외면하는 ‘미니체전’에 열의를 갖고 준비나 진행을 도울 경기단체는 드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종목의 경우, 전체선발팀 대신 교회팀이 출전하는 등 ‘기형체전’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5일 임시총회에서 정상화추진위 추대 조직위원장 인준안이 처리되지 않은 것과관련, 일각에서 새 조직위원장 후보가 출석하지 않은 때문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회의 자체가 정관에 규정된 임시총회의 소집 및 성원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다 극심한 준비부실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물러난 상황에서 부담스런 짐을 떠안을 새 조타수가 추대됐으면 출석여부와 관계없이 감사를 표하고 형식적 인준절차를 밟아야지 출석시켜 심판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앞뒤가 뒤틀렸다는 것이다. 또 곧이곧대로 절차를 따진다면 현재의 제14대 체육회 지도부 등 상당수 이사들이 정관에 따른 정식절차 없이 임기만료 뒤 탈법적으로 급조됐다는 측면에서 정관이나 회칙을 거론할 처지가 아니라는 ‘원죄’도 거론되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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