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앨범 ‘The Windows of My Soul’로 6년 만에 복귀
1997년 1집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할 당시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읊조렸던 양파(28·이은진)가 6년의 공백을 깨고 팬들 앞에 돌아왔다. 2001년 4집 앨범 이후 기나긴 소속사 분쟁을 겪은 후 6년 만에 5집 앨범 ‘The Windows of My Soul’로 활동을 재개하는 것.
통통하고 앳된 모습으로 애닯은 사랑을 노래했던 양파는 ‘아디오’, ‘알고싶어요’, ‘다 알아요’ 등 히트곡 속 모습처럼 매우 가녀린 외모에 말 한 마디도 조근조근 곱씹는 28세의 얌전한 숙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서는 지난 6년 세월의 고통과 성숙, 새 앨범을 향한 진한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다음은 양파와 나눈 일문일답.
▲ 양파의 인기가 이렇게 높았나. 복귀를 환영하는 팬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 복귀 기사가 나간 첫 날 평소 개인적 용도로 이용하던 미니 홈피에 46만 명이 방문을 했다. 처음엔 사이트에 버그가 난 줄 알았다. 요즘은 하루 1만 명 정도 팬들이 방문한다.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큰 기대를 보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부담도 크다. 요즘 음악 시장이 지쳐 있고 이전 음악의 향수에 대해 배고파들 하시는 것 같다. 양파라는 가수가 향수를 대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복귀에 대해 기대들을 보내주시는 건 아닐까 생각된다.
▲ 데뷔할 무렵에도 반응이 대단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당시는 한국적 발라드가 주류였다. 그런데 어린 꼬마가 팝 발라드를 부르고 어른처럼 노래하니 언밸런스한 모습이 재미나게 엮여서 신기하다고들 생각해 주신 게 아닐까. 그 때 노래를 들어보면 풋풋하고 어설픈 부분도 많다. 러프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감정이 드러나고 하는 부분이 장점으로 부각된 것 같다.
▲ 90년대 후반 최고 인기 그룹인 H.O.T나 S.E.S, 핑클 보다 음악 프로그램 1위를 더 자주 했다.
- 지금 내 코디네이터가 ‘양파’ 1기 울산지부 회장이다.(웃음) 같이 가끔 회상해 보면 H.O.T의 팬클럽 회원들과 수적인 면에서나 괴성을 지르는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미움 받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애송이 사랑을 부르면 다른 팬클럽들도 같이 합창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꼭 노래 때문이 아니라 나도 같은 학생이었고 또 외양이 질투할 만큼 예쁜 느낌도 아니어서 무난하게 다들 좋아해 준 게 아닐까.
▲ 학창 시절에 공부를 매우 잘했다. 그런데 수능 시험 당일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간 일도 있는데.
- 가수 활동을 하면서 입시 학원을 다녔다. 성적은 꽤 잘 나온 편이었다. 그렇다고 항상 1등만 한 건 아니다. 수능 시험을 보다가 아파서 쓰러졌다. 워낙 성격이 예민해서 생긴 일인데 1교시 시험만 치르고 양호실에서 링거를 맞다가 병원으로 실려가서 맹장 수술까지 받았다. 시험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 그 이후 버클리 음대로 갔나.
- 98년에 재수를 고민하고 있을 때 재즈 아카데미 김홍탁 원장님이 버클리 음대를 추천하셨다. 장학금도 타며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친하게 지내는 이적, 김동률 오빠에게 진로 고민을 했는데 음악 하면서 국내 대학교를 다니면 10년은 걸려야 졸업할 수 있을 거다. 학교를 자퇴하게 될 수도 있다. 캠퍼스에 대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유학도 바람직할 것이라며 조언을 해주셨다. 그에 맞물려 가게 됐다. 나의 결정에 대해 ‘도피 유학간 것 아니냐’는 루머들도 있었는데 지금도 그걸 왜 도피 유학이라고 보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학교는 1년 조금 넘게 다닌 뒤 돌아가지 않았다.
▲ 왜 6년이나 활동을 쉬었나.
- 지난 6년 동안 노래 연습한 시간 보다 계약서 들여다 본 시간이 더 많다는 얘기를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2001년 4집을 낸 후 전 소속사와 계약에 대한 분쟁이 있었다. 그쪽에서는 한 장의 앨범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나는 다 끝났다는 쪽이었다. 결국 내 쪽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법률적으로 명료하게 분쟁을 끝냈다.
▲ 그 6년 동안 뭘 하며 지냈나.
- 원래 술을 잘 못하는 편인데 그 쓴 술을 자주 마시며 어두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일하면서 꿈도 꾸고 정체성을 찾는 편이다. 그런데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장애물로 가로막혀지니 점점 내 안으로 침잠하게 되고 사람들도 잘 안 만나게 됐다.
암울한 얘기지만 내가 음악을 했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한동안은 음악을 전혀 안 들었다. 특히 보컬 음악은 일부러 안 들었을 정도. 원래는 성격도 ‘으아아∼’하며 쾌활한 편이었는데 그 일이 있고 힘이 빠져서 차분해졌다.
▲ ‘양파’라는 이름을 버리려고 한 걸로 안다.
- 이름 때문에 잠시 고민한 적이 있다. 양파를 연장하기 보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음악을 즐기고 싶었다. ‘양파’라는 이름으로 한 번도 젊었던 시절 없이 아이에서 바로 어른이 된 느낌이랄까. ‘양파’라는 과거를 부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양파’라는 이름으로는 20대 청춘으로서 할 수 있는 음악, 20대의 방황과 기쁨과 고뇌를 담기 어려웠다. 20대는 다양한 감정과 정서가 요동치는 시기가 아닌가.
양파는 사랑을 대하는 정서도 순종적이고 여성스럽고 지고지순하고 또 어리지만 이기적이고 한 쪽 정서만 대변해왔으니까. 하지만 이번 앨범을 1년이 넘도록 준비하면서 음악에 이런 저런 욕심을 담겠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내 노래를 듣고 대중들이 위로를 받고 또 기억의 창고에 저장해 준다면 그걸로 되는 게 아닐까. 양파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양파라는 이름을 유지했다.
▲5집 앨범 이야기를 해달라
작곡가 김도훈씨가 프로듀싱을 했다. 이번 앨범 때문에 처음 만났는데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굉장히 큰 힘이 됐다. 타이틀 곡인 ‘사랑 그게 뭔데’는 김근태씨의 곡이다. 캐논 변주곡의 멜로디 라인을 스트링으로 삽입했는데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남녀의 이별을 다룬 노래다. 1번 곡인 ‘메리 미’는 내가 직접 쓴 곡이다. 결혼을 앞둔 여성의 심경을 담았다. 아, 결혼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었다고 곧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건 아니다. 아직 요원한 일이다.
▲ 김지운 감독과 이재용 감독에게 영화 출연 제의도 받은 걸로 안다.
두 감독님과는 매우 친하게 지내는 관계다. 가끔 연기 한 번 해보라고 제안을 하시는데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뮤지컬은 꼭 해보고 싶다. 뮤지컬은 내가 고갈 됐을 때 샘물 같았던 기억이 있는 장르다. ‘미스 사이공’은 내가 유일하게 노래도 외우고 있는데 앨범 작업과 공개 오디션 시기가 겹쳐서 아쉽게도 오디션에 참석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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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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