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가 같이 일하는 가게를 뜻하는 ‘맘 앤 팝’스토어는 스몰비즈니스와 동의어로 쓰인다. 직업과 비즈니스 선택에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1세 한인부부들에게 ‘맘 앤 팝’스토어는 자녀를 교육시키고 경제적 상승을 이뤄가는데 디딤돌이 돼 왔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한인부부들이 리커스토어에서, 혹은 세탁소와 햄버거 가게 등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가 같이 일하면서 부부로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부부가 한 공간에서 일한다면 대단히 아름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화가 나는 일이 생겼을 때 배우자와 자녀는 가장 손쉬운 화풀이 대상이 된다. 그러다보니 부부가 함께 일할 때 화나는 상황이 생기면 여과과정 없이 배우자에게 그대로 폭발시키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부부가 서로 다른 직업, 다른 근로 공간을 가지고 싶지만 사정이 이를 허락지 않는다. 가정은 일터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푸는 휴식처가 돼야 하는데도 이런 부부들에게는 가정조차 일터의 연장이 되기 십상이다. 부부관계도 어느 정도 ‘파워게임’의 양상을 지닐 수밖에 없는데 부부가 같이 일하다 보면 그 양상은 더욱 치열해 지곤 한다. 문제는 힘의 균형이 아내 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비즈니스나 잘 된다면 그런대로 스트레스를 이겨 내겠는데 그렇지 못할 때 갈등은 더욱 깊어만 가고 이런 갈등은 곧잘 배우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으로 폭발해 버린다. “애정과 금전이 부족한 것이 부부관계에 있어 모든 고통의 근원”이라는 디즈레일리의 말이 실감난다.
부부가 너무 오래 떨어져 지내는 것도 문제지만 같은 공간에 너무 오래 같이 있는 것도 문제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것을 ‘지나치게 같이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위난들’(Perils of Too Much Togetherness)라고 부른다. ‘Togetherness’는 부부관계의 기본요소이지만 문제는 ‘Too Much’에 있다. 부부간에도 적당한 공간적 간격이 있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같이 땀 흘려야만 한푼이라도 절약하고 비즈니스를 일굴 수 있는 형편에 놓인 부부들에게 이런 지적은 남의 이야기이고 호사일 뿐이다.
롱비치에서 4년 전부터 ‘수퍼바겐’을 운영하는 허종욱씨 부부. 이들 부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업소 운영을 놓고 수없이 부딪혔다. 그러나 지금은 금슬 좋은 부부업주로 주위에 평판이 자자하다. “아내가 구입해 들여 놓은 물품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 자리에서 쏘아대곤 했죠. 아내도 나름대로 판단이 있어 들여 놓은 물품인데 말입니다. 이런저런 문제들로 자주 다투다 문득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상황을 보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아내가 구입한 물품이 아니라 구입했을 때의 마음을 보기로 한 거죠.” 남편 허씨는 아내의 판단을 존중하고 칭찬해 주기 시작하자 같이 일하는 게 점차 즐거워지더라고 말했다.
부부관계를 ‘잉꼬’와 ‘웬수’, 그리고 ‘원수’로 유머스럽게 분류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잉꼬’는 말 그대로 금슬 좋은 부부를 일컫는다. ‘원수’는 배우자가 너무 미워서 이를 가는 관계이지만 ‘웬수’는 투정과 구박은 하면서도 밥상은 열심히 차려 주는 관계라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부부들을 관찰해 보면 뚜렷한 하나의 흐름이 관찰된다. 사이가 좋던 부부는 같이 일하면서 오히려 관계가 더욱 좋아지는 반면 삐걱대던 부부들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강화 현상’이다.
같이 일하면서 ‘잉꼬부부’ 소리 듣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부부관계가 극도로 틀어지는 것만은 막는 지혜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염두에 둬야 할 것이 몇가지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나면 “당신 정신 나갔어” 하는 식으로 힐난하는 말을 내뱉게 되는데 이런 말이 당장의 스트레스는 풀어줄지 몰라도 결국은 부부관계를 멍들게 한다.
또 금전관리는 남편이 하지만 집행은 아내가 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한다든가, 문제가 심각할 경우에는 부부가 일하는 시간을 잘 조정해 같이 있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도 ‘원수’로 가지 않고 ‘웬수’ 정도로 호미막음 할 수 있는 지혜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허종욱씨 경우처럼 부부가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닐까. 스몰비즈니스를 함께 운영하는 부부들을 연구해 온 학자들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가는 부부들에게서는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감사함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말한다.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열심히 땀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감사함. 이 감사함은 성공적 관계의 결과물이 아니라 원동력이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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