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화보로 주목 받은 것, 독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미안하다면 다야, 넌 그렇게 떠날 거면서 사랑한단 말을 왜 내게 말한 거야. 너는 진실한 사랑을 몰라. 너는 사랑이 뭔지 몰라. 왜 나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거니(중략)
휴일 오후 서울 중심가 한복판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길건(28)의 노래 ‘흔들어봐’가 울려 퍼진다. 한 번 들어도 흥얼거려질 만큼 흥겨운 리듬과 대중적인 곡조가 인상적인 ‘흔들어봐’는 지난달 쟁쟁한 경쟁 상대인 SG워너비의 ‘아리랑’을 제치고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데뷔한 지 3년 만에 벌써 4장의 앨범을 내고 가수의 꿈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온 길건. 아직도 대중들에게 ‘가수 길건’보다는 ‘효리 춤 선생’으로 먼저 통하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백댄서 입장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톱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게 된 오늘에 감사할 뿐이다.
지난 3월 출시된 2.5집 앨범의 안무 얘기를 하면서 유독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길건. 브라운관 속 모습만큼이나 활기차고 발랄한 모습의 길건과 화창한 봄날 오후 나눈 환담을 공개한다.
▲ 섹시 화보 주목, 독이라 생각하지 않아
길건은 지난달 태국에서 촬영한 섹시 화보집으로 최근 화보 시장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촬영 당시 태국 해변 도로를 마비시켰을 정도로 화제를 끌며 제작된 화보집은 그의 건강한 섹시미 덕에 여름 화보집 시장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 중. 여리디 여린 몸매의 기존 여자 스타들과는 달리 춤으로 단련된 탄탄한 허벅지 라인과 잘록한 허리가 오히려 섹시미를 배가시킨다는 것이 화보집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본업인 가수 활동 보다 스타 화보집이 더 주목을 끄는 현실은 오랜 가수 생활을 꿈꾸는 그에게 독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노래보다 모바일 화보가 주목 받는다고 해서 독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가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에요. 관심을 못 받으면 우울증이 생기고 또 자기 자신을 포기하게 되요. 지금 보내주시는 관심들 진짜 감사해요. 너무 야하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사실 누드 화보였다면 안 했을 거에요. 제가 좀 보수적이거든요. 사실 화보를 찍을 때 당사자는 사진이 어떤 식으로 나올 지 예상을 못해요. 비키니를 입고 또 물 속에서 찍어서 야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제가 팔, 다리가 길고 살이 좀 있어서 남들보다 더 섹시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 가장 심한 악플은 ‘노출증 환자’
털털한 성격과는 달리 팬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은 세심하다. 자신의 홈피나 기사에 붙은 댓글 하나하나를 일일이 챙겨 답글을 달고 사인을 할 때도 팬의 외모나 성격에 어울리는 문구를 각각 달리 적어줄 정도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만큼 웬만한 일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여유로운 시선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런 그지만 자신의 신체부위를 거론하며 달리는 악성 리플에 대해서는 상처를 많이 받는 편.
’댄서가 어디 가느냐, 라이브나 신경 써라’는 의견은 감사하죠. ‘노출증이냐, 너무 벗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부터 ‘다리 생각 안하고 짧은 치마만 입냐’는 의견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독수리 타법이지만 새벽잠을 줄여 가며 친절히 답글을 써요.
▲ 마른 몸과 예쁜 얼굴이 가수의 필수 조건?
가수가 되기 위해 무작정 서울행을 택했던 시절 숱한 오디션을 보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명암을 경험했다. 가수를 뽑는다며 노래 오디션을 보지 않는 기획사도 만났고 춤추며 랩만 하는 여가수를 원하는 기획사도 있었다. 다수의 기획사가 반짝 가수나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원했던 것.
사실 가수를 하면서 예쁜 척 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 것과 어울리지도 않고요. 만나는 기획사마다 살을 빼고 오라는 등 외모에 대한 주문을 많이 했죠. 내 몸 그대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곳, 흑인 스타일의 춤을 출 수 있는 소속사를 찾아 다녔어요. 결국 첫 음반을 낸 소속사와 마음이 맞아 OK를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한달 반을 내리 굶기더라고요. 덕분에 10kg이 빠져버렸죠.(웃음) 이제서야 내가 원하는 춤, 음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 것 같아요.
▲ 숨김없이 솔직하게, 길건의 본성에 충실히
한 때 가수 길건 보다는 ‘효리 춤 선생’으로 ‘파워 댄스 길건’으로만 불리는 것이 주눅들고 부담됐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스타 가수들처럼 보이기 위해 토크쇼에서도 얌전한 척, 여자인 척 내숭을 떨었다. 어느 순간 ‘이건 내 모습이 아니야’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 때 길건의 본성에 충실하게 살자는 결심을 했다.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이번 앨범 제목이 ‘본 어게인’이잖아요. 다시 태어난 길건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노래와 춤에 대한 평가가 ‘정열적이다, 파워풀하다’는 쪽도 있지만 ‘오버스럽다. 과하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이 네 춤을 보고 ‘와~’하고 탄성을 내지르는데 왜 자부심을 안 갖느냐, 왜 네가 가진 장점에 대해 자신이 없냐’고. 그 때 깨달았죠. 남들이 너무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장점을 내가 가지고 있구나. 그래서 이제는 내 장점을 남김없이 보여드리려고요. 그래서 화보 찍을 때 기자들 앞에서 발차기도 보여드리고 토크쇼에서 털털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있어요.
▲ 나의 영원한 안식처는 신앙
술과 담배를 전혀 못하는 길건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클럽의 스피커 앞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릴 정도로 신나게 춤을 추는 것. 하지만 진짜 그의 안식처는 따로 있다. 연예인 신앙공동체인 미제이(MEJ)의 멤버인 그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매주 수요일 예배 모임엘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위안을 얻는다.
외로움이 참 많은 직업이잖아요. 남에게 기쁨을 줘야 하기 때문에 가끔 혼자 남게 되면 버려진 것 같은 느낌도 받아요. 다른 분들이 술 같은 걸로 외로움을 달랜다면 저는 울면서 찬양하고 기도하면서 치유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가수를 하는 목적도 신앙적인 부분이 커요. 사람들이 가수 길건으로 저를 기억해 줄만큼 충분히 활동한 뒤에는 찬양 사역을 하고 싶어요. 단기 목표가 최고의 댄스 가수라면 장기 목표는 선교와 찬양 사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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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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