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심려…머리숙여 사과…백의종군 헌신봉사…”
윌리엄 김 위원장, 11일 오전 성명서 발표
한인회 총영사관 여타단체 등 “늦었지만 다행, 이제부터 시작”
정부보조금 등 ‘막힌 돈줄’ 풀릴 듯…지도부 구성 등 숙제첩첩
SF미주체전(6월29일-7월1일)의 총체적 준비부실과 관련, 비판을 받아온 체전조직위 지도부가 전원사퇴했다. 윌리엄 김 위원장은 11일 오전 오클랜드 삼원회관에서 대니얼 리 체전본부장과 신동기 조직위 선수선발위원장 겸 SF체육회 이사장이 동석한 가운데 준비부실을 우회적으로 시인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사퇴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직위 지도부의 신뢰상실에 따른 한인사회의 냉소적 반응과 일부 경기단체들의 반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체전준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조직위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며 직간접적으로 지도부 교체 없이 체전협조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여러 단체들에 협조의 명분이 주어짐으로써 지지부진 체전준비는 ‘늦었지만 뒷심있는’ 탄력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사퇴성명 발표 및 약식 일문일답
미주체전 조직위 지도부 총사퇴는 11일 오전 11시15분부터 약 2분동안 윌리엄 김 조직위원장이 미리 준비한 성명서(제목 “북가주 동포들께 알립니다”)를 읽는 형식으로 발표됐다.
‘SF전미주한인체육대회 조직위원장 윌리엄 김 및 지도부 일동’ 명의로 된 A4용지 1장분량의 이 성명서는 체전의 의미와 유치경과를 간략하게 언급한 뒤 “체전조직위가 구성되고 지도부가 생업을 내려놓은 채 성공적인 체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지만 뜻하지 않은 악재와 체전조직위원장인 윌리엄 김 본인 및 지도부의 부덕한 탓에 동포들께 성공적인 체전운영에 대한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며 “이에 저희 조직위원회에서는 지도부가 전원사퇴를 결심하였고 백의종군하는 마음의 자세로 새로 구성될 조직위원회에 모든 진행사항을 이관함과 함께 체전이 종료되는 그 순간까지 다함께 헌신, 봉사할 것”임을 천명했다.
성명서는 또 “새로 구성되는 조직위원장 및 임원들은 동포사회의 덕망있고 지도력있는 분들이 이끌어주시기를 바라며 동포사회의 모든 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범동포적인 조직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요망”한다고 밝힌 뒤 “체전조직위원장이었던 윌리엄 김 본인이나 지도부의 그 누구도 개인의 영리나 명예를 위하여 체전에 관여치 않아왔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이며 “남은 준비기간동안 체전운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본인은 물론 그동안 체전준비에 관여했던 지도부 임원들은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성명서는 아울러 “동포여러분들께서도 적극 성원하시고 도움의 손길을 주시어 체전을 통해 우리지역의 명예가 미주한인사회는 물론 미주류사회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함께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하면서 “그동안 체전을 위하여 성원하여주시고 도움을 주셨던 모든분들께 조직위의 모든 임원들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끝을 맺었다.
윌리엄 김 위원장의 성명서 발표에 앞서 대니얼 리 체전본부장은 “한인회의 압력”이나 “모 일간지(본보를 겨냥한 듯)”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10일 밤 오클랜드 산마루서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결정됐다며 비판여론에 떠밀리듯 물러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또 성명서 발표 뒤 약식 일문일답에서 “(지도부 사퇴에 대해) 오늘(11일) 아침에 재미체육회에 연락을 했다”며 “(장정현 재미체육회장은) 지도부가 생기면 와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윌리엄 김 조직위원장은 13대 체육회장 시절인 05년2월의 07체전 유치계획 발표, 05년 8월20일 휴스턴서 열린 재미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의 체전유치 확정, 06년1월 공금의혹 사건, 06년7월 편법논란을 낳은 체육회장 재추대에 이어 지난해 여름 체육회의 조직위 체제전환 뒤 약 10개월만에, 그리고 체전을 40여일 남겨둔 시점에 퇴진하게 됐다. 지난해 3월부터 체육회의 대변인 홍보이사 등 직책을 맡으며 활약해온 대니얼 리 체전본부장도 동반사퇴했다. 캘빈 김 준비위원장은 이미 지난 8일 조직위+경기단체 연석회의에서 사퇴를 공표했었다. 신동기 체육회 이사장은 겸직하고 있던 조직위 선수선발위원장직을 내놓게 됐다. 그러나 그는 체육회 이사장직은 유지한다. 한모세 재무의 거취는 특정되지 않았다.
◈조직위 교체 등 후속절차
조직위 지도부 교체는 사실상 이뤄졌으나 정관에 따른 후속절차는 남아있다. 게다가 이는 SF체육회 내부문제만이 아니라 재미대한체육회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미체육회가 지도부교체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즉시 SF로 와 승인절차를 밟기로 한 상태다. 또 SF체육회 내부문제는 신동기 이사장이 경기단체장들과 함께 풀어나가며 교체에 따른 업무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각계반응 및 향후대책
체전조직위 지도부의 사퇴소식을 전해들은 교민들은 “만시지탄”“늦었지만 잘 됐다”“이번사태를 교훈삼아 더 잘하면 된다”는 등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조직위+경기단체 연석회의를 주관하는 등 체전준비 공전사태의 국면전환 과정에서 뚝심있는 리더십을 보였던 이석찬 SF한인회장도 “그분들이 이제라도 그렇게 결심을 하셨다니 다행”이라며 “체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열심히 도와주시기 바라고 한인회도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SF한인회는 개막 이전까지 한인회 사무실을 체전준비 상황실로 개방, 한인단체들의 유기적 협조관계 구축,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범교민(단체) 연석회의 측면지원 등 체전성공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SF총영사관(총영사 구본우)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특히 총영사관의 긍정적 자세전환은 조직위 지도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집행을 보류했던 본국정부 및 공공단체의 후원금을 더이상 묶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조직위의 최대난제였던 자금난에 상당부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SF총영사관뿐 아니라 LA총영사관에서도 조직위 사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보에 실질적 준비상황이나 개최가능성, 정부사이드 공금지원의 타당성 여부를 탐문하는 등 그동안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해왔다. LA총영사과관 윤희상 홍보관은 11일 사퇴회견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예산지원 등 문제가) 잘 되도록 (상부에) 신속하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SF한인상의(회장 이동영) 등 다른 단체들도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체전이 원활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직위 지도부에 대한 극심한 불신을 보이며 이미 보이콧을 선언하거나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던 메인3종목(축구 야구 농구) 대표들은 조직위 지도부 사퇴설이 흘러나온 10일 밤 긴급회동(농구협회장은 전화연결)을 갖고 사퇴와 동시에 원대복귀 및 솔선수범 준비를 약속한 상태였다. 수영 사격 등도 같은 입장이었다. 상시조직이나 자체행사 없이 체전용으로 급조된 대부분의 군소종목과 달리, 3대종목은 상시조직을 갖추고 있고 매 시즌 최소 1차례 이상 대회를 여는데다 체전에서도 선수단규모와 관심도측면에서 60-70%가량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직위 사퇴 이후 준비정상화의 첫단추는 역시 새 지도부 구성이다. 그러나 막막한 원점출발은 아니다. 조직위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졌던 경기단체장 등 SF체육계 안팎 인사들은 “대안 없는 비판” 아니냐는 일부언론의 뒷북우려와 달리, 새 조직위 구성을 위한 물밑채비를 갖춰왔다. 사퇴가 공식화되기 이전에 새 조직위 윤곽이 먼저 거론되면 마치 자리싸움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론화를 자제했을 뿐, 몇몇 후보군의 하마평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체전준비상황실로 개방될 한인회관에서 늦어도 오는 14일(월) 저녁에 신동기 이사장이 주재하는 경기단체장 회의(조직위 구성을 위한 체육회 임시이사회 성격)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에 이어 이석찬 한인회장이 주재하는 한인단체+체육회 연석회의도 열릴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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