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기행
어린이 날을 맞으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어린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은 문명과 동떨어져 살면서 새로 나온 아이파드(iPod)라든지, 핸드 폰이 있는지도 모르고도 웃으면서 산다. 잉카족들의 후예인 페루의 산골 어린이들이다.
공기가 희박한 고산 지대에 살면서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면 남학생들은 축구공을 가지고 뛰놀고, 여학생들은 뜨게질로 보낸다. 조기 유학이라든지 기러기 아빠 등의 말은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산악 지대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는 스페니쉬를 배우고 집에서는 자신들의 언어인 케츄아어(Quechua)를 쓴다.
학교 교장 선생님과 사진 촬영에 대한 사전 협의를 했었고, 어린이들의 수업에 지장이 안되도록 점심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었다. 미국인 사진 작가 일곱명과 함께 호텔에다 주문했던 점심을 들고 차에 올랐다. 비포장 도로를 타고 한시간 넘게 차가 달렸다. 이곳 어린이들은 잉카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줄 선물도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Made in U.S.A.)가 아닌 순수 페루산 눈깔 사탕이었다. 차는 먼지를 일으키며 산으로 산으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엔, 점심 시간이 막 시작되었다. 전통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교실에서 우루루 나왔다. 마치 사진에서 본 해방 당시의 치마 저고리 입고 학교 다니던 우리네 모습 그대로였다. 교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복을 입고 학교를 다닌다. 학교 급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는 이들은 우유와 쿡키 등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 이들은 하나씩 둘씩 교실로 들어 갔다. 학교측의 배려로, 교실 안까지 들어가서 수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서로 장난하면서 자신만이 사진에 찍히려는 어린이, 카메라를 피하는 어린이, 이리저리 움직이기만하는 어린이등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과 곧 동화되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지나간 먼 옛날 옛적에, 6.25 전쟁으로 보릿고개를 넘던 우리네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오늘의 내 모습에 대해 감사를 드리고 있는 나... 옛날의 나를 찍는 기분으로 사진을 찍었다.
순박한 어린이들. 아마도 한국에서처럼 ‘애 늙은이’라는 단어가 적용안되는 이들을 위해, 일행은 즉석에서 학교 기부금을 걷어서 교장 선생님께 드렸다. 간혹 고사리 손을 내밀며 돈달라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학교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사진을 찍고는 돈을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인지 손가락을 흔들며 ‘NO’라고 했다. 정말 안된다는 뜻이란다. 동네 사람들은 케츄아 언어를 썼고, 일행 중 한사람이 스페니쉬를, 운전수가 스페니쉬 와 케츄아어를 해서, 영어에서 스페니쉬로, 스페니쉬에서 케츄아 언어로 통역되고 그 반대 순서로 답이 돌아 왔다.
교실에서 나와서 학교를 돌아봤다. 연기가 나는 곳이 있어서 가봤더니, 아! 50년 전의 우리네 모습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큰 솥에 물을 끌여서 점심 시간에 학급 별로 나눠 마시던 물, 그 장면이 바로 눈 앞에서 재현 되고 있었다.
지금도 오지를 다니면,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곤 한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시절 기억 못한다고 보릿고개 넘던 우리들, 종이가 모자라 학교에서 시험을 볼라치면 누런 종이에 등사된 시험지, 형편이 안되어서 점심도 굶던 급우, 청소 당번이 되어서 마루를 쓸고 닦던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이 어린이들이 장래에 대한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방문 안내:
(1) 이곳은 페루 지도에도 잘 안나오는 곳이라 지리에 밝은 사람을 고용해서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교 교장 선생님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2) 유명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 관광 여행 코스가 되질 못한다.
(3) 비포장 지대이므로 튼튼한 신발을 신을 것.
(4) 절대 어린이에게 돈을 주면 안된다. 다른 어린이들도 돈달라고 우루루 몰려 오고, 서로 돈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5) 꼭 관심이 있으면 연락을 개인적으로 전자 우편을 보내 주시기 바람
사진 촬영 안내:
(1) 사람을 사진 찍을 때에는 촛점은 꼭 눈에다 맞춰야 한다.
(2) 챈스에도 강해야 하지만 인내심도 강해야 한다. 어린이가 꼭 작가가 기대하는 때에 기대하는 포즈를 취하지 않으므로 참고 기다려야한다. 그러나 항상 촬영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3) 사람이 그늘에 있을 때 찍는 것이 좋다. 그늘에서는 빛이 고루 분포 되어 있다.
(4) 특별한 필터는 필요 없다.
(5) 디카의 경우, WB(White Balance)는 흐린 날 (cloudy)에 두고 찍으면 얼굴에 화색이 돌아 보기에 좋다.
<폴 손 객원기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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