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한인회 주관 조직위+경기단체 연석회의
50일 앞으로 다가온 미주한인사회 최대축제 제14회 미주체전(6월29일-7월1일) 준비상황을 두고 “완벽하다”(조직위 지도부) “부실하다”(본보 및 상당수 경기단체장 겸 조직위원) 등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가운데, 실체적 규명과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조직위+경기단체 연석회의가 8일 밤 샌프란시스코한인회(회장 이석찬)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체전이 엉망체전으로 결판날 경우 좁게는 북가주 한인사회 체육인, 넓게는 북가주 한인사회 전체의 명예가 실추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이석찬 한인회장이 제안해 이뤄진 이날 연석회의에는 조직위측에서 윌리엄 김 위원장, 대니얼 리 체전본부장(비공식), 캘빈 김 준비위원장 겸 테니스협회장, 신동기 이사장 겸 선수선발위원장, 한모세 재무 겸 검도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체전준비 부실론을 제기하며 조직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경기단체장으로는 이상호 SF축구협회장 넬슨 최 야구협회장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지난 1일 총영사관에서 한인회-조직위 비공개 회동을 주선하는 등 진상파악과 대안모색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해온 총영사관(총영사 구본우)에서는 천인필 부총영사와 장동령 교민담당영사가 참석, 회의를 지켜봤다.
이날 오후 6시30분쯤 시작된 연석회의는 때때로 고성이 오가는 등 열띠고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10시쯤까지 약 3시간30분동안 진행됐다. 연석회의는 또 회의 말미에 취재진에도 질문권 및 발언권이 주어지는 등 ‘활짝 열린’ 회의였다. 그러나 조직위 핵심(으로 알려진) 몇몇은 동료 조직위원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자세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드러난 잘못조차 시인하지 않거나 일부 언론 및 경기단체장, 나아가 교민사회에 책임을 돌리는 등 ‘굳게 닫힌’ 태도를 보였다.
◈3대 기본항목 입체검증
제대로 된 처방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진단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규명이 우선이라는 원칙하에 예산 조직 운영 3개항에 대한 집중점검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단 한가지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후원약정 속속 들어온다” 한편으론 “예산없다 도와달라”>
▶예산= 재고의 여지가 없는 낙제점으로 판명났다. 본보의 비판적 보도에 대한 항의성격을띤 4월26일 조직위 기자회견 당시 공개된 숫자(당일 현재 확보예산 1만2,500달러, 지출을 뺀 잔고 87달러)가 이를 대변한다. 조직위 핵심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법은 달랐다.
회견 당시 이 충격적 사실을 실토했던 한모세 재무는 예산부문 준비부실을 시인하며 “죄송하다, 도와달라”고 자세를 낮췄다. 신동기 이사장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조직위가 배포한 직제표에도 없는 체전본부장 호칭을 쓰며 대변인 역할을 해온 대니얼 리 씨는 “협조가 미흡해 재원이 좀 (계획대로) 안됐다”고 시인하면서도 “지금 액수는 밝힐 수 없으나 그(4.26 회견)후로 속속 후원이 들어오고 약정된 것도 있고 해서 체전때까지 (총예산 25만여달러 중) 20만달러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5만달러정도 부족할 것 같은데 도와달라”고 온도차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는 특히 체전 타이틀 스폰서와 10만달러 계약을 앞뒀으나 “내일 사인하기로 했는데 바로 오늘 하필 버지니아텍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그 회사에서 못하겠다고 해 (원활한 재원조달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조직위가 버지니아텍 사건이 터진 4월 중순까지, 즉 체전을 불과 70일가량 앞둔 시점에도 가장 굵직한 타이틀스폰서 문제조차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했다는 것이어서 본말전도 엉망준비(최대스폰서가 포스터상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다)의 또다른 징표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윌리엄 김 위원장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각 경기단체에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한 것 또한 비판을 받았다. 그는 모든 것이 잘되고 있는 듯이 호도하고 공금의혹 사건 등 풀어야 할 매듭이 풀리지 않은 점을 들어 체전참가에 미온적이었던 일부 단체들에 전폭적 지원을 미끼로 끌어들인 뒤 4월21일 약식이사회를 통해 “(조직위에) 예산이 없다. 협회에서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가 하면 축구협회 등이 경기장 사전확보를 거듭 요구하자 “나중에 (리임버스)해주겠다. 나를 왜 못믿느냐”고 하는 등 일관성 태도를 보였었다.
<직제에 없는 체전본부장(대니얼 리), 윌리엄 김 위원장 가족이 임원,
본인도 모르는 단체장 등 문제 수두룩, 캘빈 김 준비위원장 즉석사퇴>
▶조직= 조직위가 작성해 배포한 직제표 자체가 엉망이다. 특히 대변인 또는 홍보이사 직함을 쓰다 최근 체전본부장이란 타이틀 아래 윌리엄 김 위원장의 분신처럼 행동해온 대니얼 리 씨는 이날 연석회의에서도 체전본부장 자격으로 임석, 조직위 지도부측 입장을 대변했으나 최근 조직위 발표 직제표에 체전본부장이란 직책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캘빈 김 준비위원장은 준비현황을 묻는 질문에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솔직히 잘 모른다”는 대답을 하다 “당신들이 발표한 대로 300만 미주한인사회의 대표적 행사라는 미주체전을 50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준비위원장이 준비상황을 잘 모른다는 답변을 할 수 있느냐”는 핀잔성 질타를 받고 즉석에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잔 캘러허 씨의 경우 EB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사람인데도 지난해 여름부터 농구협회장, 수영협회장을 거쳐 이번 조직위 직제표에서 자원봉사위원장으로 돼 있는 점도 엉망조직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또 검도인 남석진 사범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구협회장으로 돼 있는 점도 마찬가지였다. 이와함께 권혁삼 씨가 맡아온 사격협회장은 최근에야 선수촌위원장이자 윌리엄 김 위원장의 형인 토마스 김 씨로 바뀌었는가 하면 김 위원장의 부인이 조직위의 중책을 맡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이사이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협회장이 아니라) 대행이다”는 등 답변을 했다.
조직위 임원진 구성이 이같은 형국이어서 수직적 하부조직이나 수평적 연계조직 및 소요인력 확보여부 등에 대해서는 검증자체가 불필요했다.
<모든 경기장 확보, 관련서류 보유 주장과 달리
상당수 경기장 계약서 아닌 어플리케이션 상태>
▶운영= 이에 대한 측정은 최근 본보 보도를 통해 논란의 핵심이 된 경기장 확보여부 검증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직위는 기회있을 때마다 “모든 경기장이 (완벽하게) 확보됐다””모든 서류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제출한 서류는 대부분 계약서가 아닌 어플리케이션으로 확인됐다. 서류는 이석찬 한인회장이 “다른 건 몰라도 이 시점에서 경기장만큼은 완벽하게 확보가 돼 있어야 한다”며 윌리엄 김 위원장 입회하에 한장한장 확인했다.
그중 콘트라코스타칼리지(주경기장 및 일부 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종목(농구, 레슬링, 수영, 씨름, 야구장 1개, 유도, 육상, 축구장 6개 중 2개, 테니스)은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주경기장 이외에서 열리는 종목 중에서는 태권도를 제외하고는 검도 골프 사격(서류 확보 안됐다며 제출 안함) 배구 볼링 탁구 축구(4개 구장)의 경기장 확보계약이 미결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는 조직위를 불신임하며 조건부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에서 경기장 확보여부 검증에서 제외됐다. 축구는 연석회의가 열린 8일 오전 조직위에서 SF금문공원 내 비치샬레 4개구장 사용료로 7,000여달러를 지불했다며 그 서류를 제출했으나 축구장 계약전말에 대해 소상히 파악한 이석찬 회장이 최종계약은 보험계약 등 부대조건이 충족돼야 완료되는 것이라며 미흡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윌리엄 김 위원장은 “각 경기장별로 인슈런스 준비하고 있다. 이미 당국에 얘기해놨다”고 답변했다.
<‘신뢰상실 능력부재’ 거듭 확인된 조직위 지도부 사퇴론 비등
대니얼 리 씨 등, 반성커녕“추잡하고 더럽다” 적반하장 망언>
◈총체적 부실에 대한 진단(원인)과 처방(대안)=
원인진단과 대안처방에 있어 판이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조직위 지도부와 비판적 경기연맹장들의 견해차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최대경기단체인 축구협회의 이상호 회장과 구세홍 사무총장 등은 조직위 지도부에 무능과 신뢰상실을 꼬집으며 물러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목되는 점은 이에 대한 조직위 지도부의 미묘한 온도차 반응이었다. 캘빈 김 준비위원장은 거듭 사과하며 사퇴의사를 재확인했다. 신동기 이사장은 어떤 대안이 있다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니얼 리 씨는 신 이사장과 같은 입장을 피력했으나 곧 이어진 다른 발언끝에는 “사나이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등 상반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또 교민사회의 후원없음 등을 거론하다 “저도 이 지역에 살지만, 본부장 역을 맡고 있지만, 너무 추잡하고 더러워요”라고 운을 뗀 뒤 “깜짝 놀랄 소식을 접했다”며 “한국에 문화관광부로 재미체육회와 조직위가 싸우고 있다는 투서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즉각 후원미흡과 준비부실이 유언비어나 비판적 보도 때문인지 조직위 지도부의 신뢰상실 및 능력부재에서 오는 것인지 냉철한 성찰이 앞서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함께 증거도 없이 제기된 문광부 투서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가을 피터 박 사건(윌리엄 김 위원장이 ‘피터라는 사람이 콘트라코스타칼리지에 전화해 주경기장 계약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발표하고 이를 받아 모 언론사가 특정인의 풀네임을 거론하며 보도했다가 당사자가 학교측 공식확인증까지 받아 반박하자 윌리엄 김 위원장이 ‘피터 박이 아니라 피터라고 했다’는 등 더듬수로 빠져나가려 했던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석찬 한인회장은 약 3시간30분에 걸친 연석회의를 마치며 체전의 성공적 개최를 바란다는 전제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준비가 잘 돼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시킨 뒤 “체전을 반납하면 체육회 몇분이 욕먹고 말겠지만 한다고 해놓고 x판이 되면 북가주 교민사회 전체가 욕을 먹는다”며 “이 상태로 간다면 이 체전은 거의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패가 예견된 체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와 하루빨리 대안을 찾으라는 압박으로 풀이됐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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