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거듭 용서를 빕니다.”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 첫번째 심경이었다.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뉴스에 대한 두번째 반응은 “조용히 촛불을 밝힙니다”였다. 희생자들에게 사죄하며, 그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인 것이다. 예상치 못하던 사태의 진전은 이렇게 심경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다가 현재의 또 다른, 그리고 조용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마치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꿈과 성품이 있는 것처럼, 제각기 다른 국가의 이상과 정책이 있다.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미국의 마음과 태도는 이런 점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국가의 철학은 그가 행하는 정책수행 방향과 나라 안 사람들의 마음이 가는 방향에서 나타난다. 미국은 이번 사태의 초점을 무엇으로 보고 있나. 이들은 처음부터 결코 어느 민족과 연관을 지을 생각이 없었다.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한 개인의 범죄로 규정하였다. 그래서 한국이 조문사절을 보내겠다는 제의를 다른 국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거절하였다.
몇몇 행정가들은 미국인 중에 혹시라도 감정에 치우쳐 한국인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본 문제의 본질은 총기 규제법안에 대한 재검토이다. 바른 궤도에 오른 시각으로 본다.
미국의 일반 국민들은 어떤 마음을 보여주었나. 한 마디로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 일 미안하다”였다. 이런 마음은 희생자 32명의 추모석에 승희 것을 포함해 33개를 늘어놓았다. 그 앞엔 학생들이 가져다 놓은 꽃들, 성조기, 교기, 애도의 편지가 있었다. 현재까지 들어온 뉴스에 따르면 이 추모석이 이유를 모르게 있다 없다 한다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겠는가. 그에 대한 미안한 느낌은 우리들이 가져야 하는 것인데…. 또한 미국과 한국 학생들이 한인타운의 업소들을 방문하여 위로하는 모습도 방영되었다.
미국인들은 사건의 시간적 전환점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외친다. 지금은 시련을 극복하고 ‘렛츠 고 호키!’(Lets Go Hokie)라고 외치고 있다. ‘호키’는 버지니아텍 응원구호다. 언제까지나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전진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으니까.
이번 사건의 총결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는 미국이 할 일과 한인들이 할 일이 따로 있다. 미국은 강력한 총기상들의 로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도 총기 판매 시 정신장애자를 구별해야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또한 학교 내 안전유지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이런 일이야 말로 행정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한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이민생활은 어른들만 힘든 게 아니고 온 가족이 힘들다는 점을 그동안 잊고 있지 않았는가. 1.5세나 2세들이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가족의 대화로 풀어주었는가. 부모들의 교육관은 올바른 것이었나.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일, 좋은 직업을 가지는 일을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은 자녀들의 행복감과 일치하는가. 가정교육의 문제점이 꼬리를 물고 의문으로 나타난다. 이런 문제들은 한인사회의 중점적인 반성 사항들이다.
우리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따지고 보면 승희의 범행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그에게 미안한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승희도 틀림없는 희생자 중의 하나이다.
왜 미국인들은 누구의 책임이라고 떠들지 않는가. 이때쯤 되면 총장, 경찰국장, 안전요원들, 기숙사 사감, 한 방을 쓰던 친구, 총기상 등 누구를 파면해야 하고 누구를 벌주어야 한다고 떠들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일에 대한 것은 조용하고 모두가 사건의 동기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는 쓰라린 과정이다. 침착하게 사건을 수습해 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이 큰 나라임을 본다. 큰 마음을 가진 나라로 본다.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더라면 어땠을까 반성해 보게 된다. 우리 자녀들도 이렇게 사물을 보는 눈이 본질을 바르게 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일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온 마음이 큰 나라 사람이 되기도 노력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허병렬 교육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