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꼭 쥐고 다니는 휴대폰, 자주 사용하는 컴퓨터,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헤어 드라이어, 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전자레인지, 전기장판, 고주파를 이용한 투열요법 기구, TV, 아이파드, PDA, MP3…
일상생활에서 모두 필요한 물품들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전자제품에서 노출되는 전자파는 과연 건강에 유해하지는 않을까? 최근 벌들이 집단 사망하는 원인으로 전자파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며 연초에는 클리블랜드 병원 생식연구센터에서 남성 36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하루 셀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정자의 숫자가 적다는 보고도 발표됐다. 또 셀폰 사용은 뇌종양 위험을 높이고 암을 일으킨다는 가설 등 전자파의 유해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셀폰 등 전자파 따른 뇌암 발병·정자수 감소 비롯
“두통 임신 백내장 치매 등 유발”… 노출 피하는 게 상책
<전자파 유해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TV나 컴퓨터에서는 되도록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다>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s)란 뭘까
전기, 자기 에너지가 퍼져 나가는 파동을 말한다. 바닷물 물결이 퍼져나가듯 전자기 에너지도 진동하며 퍼져 나간다. 그 진동의 빠르기에 따라 그 성질도 다르다. 진동의 빠르기는 주파수(초당 진동수)로 나타내며 단위로는 Hz를 사용한다.
초저주파, 저주파, 고주파, 초고주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주파수가 높아진다. 자외선보다 주파수가 큰 전자파는 흔히 방사선으로 부른다. 주파수가 클수록 파괴력이 커진다. 자외선의 살균력, 방사선의 투과력 등이 예다.
전자파 에너지는 전기장(Electric fields)과 자기장(Magnetic fields)에 의한 것이다. 전기장은 전압이 높을수록 커지고 자기장은 전류가 클수록 세다. 전기장과 자기장의 세기는 거리가 멀어지면 크게 약화한다. 전기장은 금속 등 도체에 닿거나 접지된 물체, 식물 등에 부닥치면 급격히 약화한다. 고압선과 집 사이에 가로수가 있으면 전기장의 영향이 크게 준다. 하지만 자기장은 중간에 장애물이 있다 해도 거의 관계가 없다.
전자기장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곳에나 있다. 지구 자체가 북극과 남극으로 나뉘어 커다란 자기장 영역을 나타내는 자연적인 것도 있지만 TV 안테나, 라디오 송신소, 휴대폰 통신시설 등 인공적 환경으로도 사람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전자파의 유해 최근의 연구 보고 사례
클리블랜드 병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4시간 이상 셀폰을 사용하는 남성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남성에 비해 정자수가 41%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루 2시간만 사용하는 경우도 정자수가 20% 정도 감소되었다.
연구팀은 물론 정자수 감소 현상의 원인이 모호하다는 입장이지만 통화 시간뿐 아니라 신체 가까이 갖고 다니는 셀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방사능이 남성호르몬 생성 촉진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남성들이 휴대 전화기를 허리띠에 매달아두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기 때문에 정자 발달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나이나 스트레스, 환경 등 요인도 정자수 감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셀폰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의 정자 수치 자체는 실제 임상학적으로도 비정상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벌들의 실종 역시 주목되고 있는 부분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박사는 “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겨우 4년 정도를 버틸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을 정도로 벌은 세계 식물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지대하다.
TV나 컴퓨터와 거리두고
셀폰 통화는 가급적 짧게
전기 침구 가급적 자주 쓰지 말고
전기장 발생하는 곳 선인장 도움
제품 사용 안할 때는 플러그 뽑아
세계 도처의 식물들은 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벌의 활동과 존재는 바로 인류 식량과 생존에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란다우대학 연구팀은 셀폰이 가까이 있을 때 벌들이 길을 잃고 벌통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셀폰의 전자파 유해 가설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벌의 방향탐지 시스템을 방해해 벌들의 실종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연구팀은 전력선 근처에서 벌 형태가 변한다는 점도 오랜 기간 관찰했다.
귀에 바짝 붙여서 사용하는 셀폰은 초고주파의 열작용과 관련,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92년 한 미국여성이 남편이 오랫동안 셀폰을 사용해 뇌암에 걸렸다고 주장, 통신회사 및 셀폰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주목되기도 했다. 이 소송은 개연성과 증거부족으로 기각됐지만 셀폰의 유해성 논란을 일으켰다.
#전자파가 과연 건강을 위협할까?
각종 전자기기의 발달로 인해 일상생활에서의 전자파 노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또한 전자파의 유·무해 논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WHO(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지난 30여년간 전자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과 같은 비전리방사선(non-ionizing radiation)의 생물학적 영향에 관한 논문은 약 2만5,000 건에 이른다.
현재 논란의 쟁점은 국제 표준치보다 낮은 레벨이라도 장기간 노출될 수 있는 전자파는 과연 건강에 위협이 되느냐는 점이다. WHO는 현재로서는 이전에 발표된 여러 과학적 논문과 증거들이 낮은 레벨, 또는 장기간 전자파 노출이 건강에 어떠한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 확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가정에서의 낮은 레벨의 전자파 영향은 작게는 두통에서부터 생식능력과 임신, 백내장, 암 발병 여부, 신경과민증, 우울증, 치매 등과 다양한 질병과 연관지어 연구들이 보고됐거나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전자파의 영향으로 두통, 불안, 자살, 우울증, 구토, 피로감, 생식능력 감소 등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지만 이런 증상들은 다른 질병이나 다른 환경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임신 및 생식과 관련해 전자산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저출산이나 자녀들의 조기 성숙 등과 관련해 전자파가 영향이 있지는 않은가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암 발병과 관련해서는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 핀랜드 전자파 연구팀은 10년 이상 장기간 셀폰을 사용한 사람은 전화기를 대고 있는 머리 부위에 ‘신경아교종’이란 특정 뇌종양이 발병할 가능성이 39%나 더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집안 전기제품에서 나오는 낮은 레벨의 전자파가 어린이의 백혈병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기준을 지키는 전자레인지도 크게 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전자파는 아무리 높은 레벨이라도 대부분 기준치 아래라 그 영향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
‘국제 비전리 방사선 보호위원회’(ICNIRP)가 제시한 권고치는 833mG(밀리가우스ㆍ자기장 세기 단위) 이하다. 미국의 경우 전자파의 연방 건강기준은 없지만 플로리다, 뉴욕 등 6개 주는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250mG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가전제품을 몸에서 30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사용하게 되면 25mG이하로 낮아져 크게 줄어든다. 전자레인지의 경우 바짝 붙으면 전자파 방출량이 443.1mG인데, 30cm 떨어지면 160.3mG로 떨어지게 된다.
<전자파 약화를 위해 산세베리아를 놓아두는 것도 한 방법.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발생원과 사람 사이에 두는 것이 좋다>
#전자파 어떻게 피할까
되도록 전자파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가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너무 지나치게 전자파를 두려워하면 그 또한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되도록 사용시간을 줄이고 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셀폰 통화는 되도록 짧게 한다. 오래 사용하는 경우엔 신체에서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뜨려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전기 침구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머리부분은 전기 기기나 전선이 지나는 벽과 거리를 두는 편이 안전하다.
-헤어드라이어 사용보다는 자연적으로 머리카락을 말린다.
-강한 전자파를 내보내는 작업장에서는 장기 근무를 하지 않는다.
-전기장은 식물이나 접지된 물체에 부딪히면 에너지가 대부분 흡수돼 세기가 약화되므로 전기장이 발생하는 곳과 사람 사이 선인장 등 화분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TV나 컴퓨터 옆에는 스킨답서스(Scindapsus), 산세베리아(Sansevieria) 등을 배치한다.
-전기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뽑아둔다.
-TV나 컴퓨터 등은 거리를 둔다.
<전자파가 뇌종양 발병위험을 높이고, 정자 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치매 조심 하세요>
첨단 전자제품 홍수로
기억력 감퇴현상 늘어
전자파가 직접적으로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대상이라면 각종 전자제품의 홍수로 기억력이 감퇴되는‘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역시 새로운 건강 고민거리다.
휴대폰, 네비게이션, 전자수첩, 계산기 등 편리한 기기들이 없던 시절에는 직접 머리로 외우는 등 머리를 써왔다. 하지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저장된 정보가 바로 눈앞에 뜨니 이제는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른바 ‘디지털 치매’로 고민하거나 당황하는 일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기억력 감퇴를 느끼는 현상이다.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도 못하고 자주 암산을 하던 사람이 전자계산기 덕에 암산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디지털 치매의 원인은 쓰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각종 자료는 컴퓨터나 전자수첩, 셀폰 등이 기억해주니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 뽑아 쓸 수 있어 애써 외울 필요가 없어진 현대의 편리한 세상 덕이다.
1회성 목적으로 전화번호를 수초간 외워 사용했을 때 그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것을 ‘단기기억’이라 말한다. 단기기억을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되며, 이는 또 ‘장기기억’으로 뇌에 저장된다.
#디지털 치매 예방법
-전화번호, 집주소, 성경구절, 시, 노래 등 생활이나 취미, 종교 등과 관련된 것을 많이 암기해둔다.
-전화를 걸 때 단축키 사용을 자제한다.
-읽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더 잘 기억된다. 타인과의 대화를 늘이거나 말하면서 외우는 것도 한 방법.
-컴퓨터를 이용해 일기 등을 입력하는 것보다 가능하면 손으로 글씨를 써본다.
-영화나 책 등을 읽은 감상을 주변 사람에게 말해준다. 한번 읽거나 본 내용을 다시한번 말하면 그 내용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된다.
-계산기를 이용하기보다 직접 손으로 계산한다.
-되도록 네비게이션 이용을 줄이고 길 기억해두기도 틈틈이 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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