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칼럼니스트/뉴욕교협)
16일, CNN 등 뉴스매체 속보를 통해 들은 미 대학 사상 최대의 총기 참사가 발생했다고 전국에 타전했다. 이어서 다음날 ‘살인자’가 한국계 영주권자 학생이라고 신원이 밝혀졌다. 설마 했던 한인들은 경악했다. 이런 나쁜 일의 범죄자가 한인이라니…
이번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은 한국계 영주권자인 조승희라는 학생이다. 아직까지 조군에 대한 정확한 신상과 정보, 범행 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제까지 버지니아 공대 학교 당국이 밝힌 내용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그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주해 온 영주권자로 외톨이(loner)같은 고립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경찰과 기자들은 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조군의 주변에 평소 친구나 잘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경찰이 그가 누구인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수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학은 상위급에 속하는 학교로 500여명의 한국계 학생들과 유학생이 있으나 한국 학생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는 한국 학생들의 모임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말해 상당히 고립된 생활을 해왔음을 시사했다.
8세에 부모를 따라 이민온 조군은 소수민족들 대부분이 겪는 문화적 차이-가정과 사회 사이-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다른 피부색깔에 소외감을 느끼는 이민가정의 공통적인 아픔을 궁극적으로 소화해 내지 못한 데서 비극이 초래된 것이 아닐까 하는 깊은 우려가 있다.경찰은 조군이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학교 내 기숙사에서 생활해 왔다고 발표했다. 폭스뉴스는 안경을 쓴 짧은 머리의 범인 사진을 방송하며 조군이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하는 1차 범행을 저지른 뒤 어지러운 심경을 나타내는 메모를 남겼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치정이나 이성 관계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오전 7시 1차 범행은 배신한 것으로 오해받은 여자친구와 그를 말리던 상담교수를 살해한 것이 그리고 2차 범행은 2시간 후에 강의실에서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사건현장 목격자들은 범인이 교실 문으로 누구를 찾는 듯이 두 세차례 들여다 본 뒤 총을 난사했다고 전한 점과 기숙사와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 홀을 옮겨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점에 비춰볼 때 누군가를 찾으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의 여자친구의 다른 남자친구를 찾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범인의 심한 사랑과 질투는 강박적인 정신병이 된 것으로 보인다.목격자들은 또 범인이 보이스카웃 같이 이상한 가죽옷 차림을 했으며 아주 치밀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하고 있다. 범인은 평소 사이버 폭력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범죄심리의 또 다른 측면은 컴퓨터 게임 중독과 그에 따른 폭력게임 모방 충동이라고 볼 수 있다.여하튼 미 캠퍼스 총기사건 중 최악의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라는 것은 동포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부시대통령의 대국민 위로 담화 발표에 이어서 한국의 대통령도 깊은 애도와 더불어 사과문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까닭없이 희생당한 가족들이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단 말인가?
한인들과 기업들은 이번 참사가 한인들이 그동안 쌓아온 성실한 이미지에 먹칠을 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타주 대학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혹시 자녀들이 같은 코리안이라고 보복 공격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고.개인적인 범행을 국가나 인종간의 문제로 비화시킬 수 있느냐고 하지만 백인 등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우려할 수 있는 일이다. 각 지역 총영사관에서도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민들도 최악의 사건을 당해서 항의성 보복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 외출을 삼가고 각별히 언행에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온통 일으킨다더니 그 짝이다. 좋던 나쁘던 나의 언행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사건이다.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사과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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