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목회학박사)
삶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뉴욕시 맨하탄 남단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면 된다. 그곳에 가보면 저토록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장사하는 그들을 보는 순간 “나도 활기 넘치도록 바쁘게 살아가야지”하는 생각이 번뜩 들 것이다. 굳이 차이나타운을 가지 않더라도 맨하탄 32가 코리아타운을 방문해도 괜찮다.
삶이 왜 단조로워 질까. 한 마디로 말 한다면 너무 편해서 그렇다. 의식주, 즉 입고 먹고 자는 것이 안정돼 있는 사람들. 그들은 돈을 불리는 일 외에는 더 이상 할 일이 없게 된다. 그들에겐 구태여 아등바등 먹고살아야 하겠다는 위기감이나 불안감이 없기에 그렇다. 은퇴 한 후 갑자기
노쇠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무척 바쁘게 살아가지만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더 바쁘게 살아간다. 뉴
욕은 세계 중심의 도시다. 뉴욕시 인구는 서울에 못 미치는 약 800여만 명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서울의 인구가 하는 일에 비해 그 비중은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다. 비록 월드트레이드센터가 테러로 인해 붕괴됐으나 그 곳은 아직도 세계 금융가의 1번지다.
차이나타운은 타운대로 바쁘게 돌아가지만 증권가가 있는 차이나타운보다 더 남단의 맨하탄 지역의 점심시간엔 넥타이 부대와 오피스 걸 등의 젊은 남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시가지를 누빈다. 이들이 소요하는 점심시간은 10분에서 20분 정도.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을 사먹고는 그대로 오피스로 돌아간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답게 뉴욕증권거래소(1792년 설립) 한 곳에서만 거래되는 돈의 양만 보아도 그렇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일일 거래량은 약 1,800억 주의 주식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약 220억 달러다. 뉴욕증권이 휘청대 코 방귀라도 뀌면 전 세계의 증권가에는 태풍이 몰아친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도 그 영향권 내에 들어간다. 세계정치의 중심인 유엔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곳 또한 뉴욕이다. 패션만 해도 전에는 유럽이 그 중심지였다면 이제는 뉴욕이 그 중심지다. 맨하탄의 7th 에비뉴(Ave)는 패션 애비뉴로 명명돼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미술도 그렇다. 챌시와 소호엔 세계 거상들의 갤러리가 수 없이 들어서 있어 세계의 화상들이 뉴욕의 소호를 방문하고 미술품을 거래시키고 있다.
뮤지컬은 또 어떤가. 10년 이상 장기 공연되는 뮤지컬은 많다. 20년이 되도록 인기리에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같은 것은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의 발걸음을 뉴욕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 관광의 도시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맨하탄의 마천루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해 50층이 넘는 빌딩들이 숲을 이룬다.
다리도 그렇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수많은 차량과 전철이 그 다리를 이용한다. 퀸즈보로 브리지도 곧 100주년이 된다. 페인트칠이 곧 마무리된다. 1907년, 100년 전 한국은 ‘조선’이라는 이름의 나라로 양반과 쌍놈이 그대로 상존해 있는 시대였다. 양반들 곰
방대를 물고 앉아 쌍놈들을 부리고 있을 때, 이 때 벌써 미국은! 뉴욕시내의 다리들을 건너다닐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다. 한 세기 전에 이 다리를 지을 때 그들은 100년, 200년 후를 내다보고 지었음을 생각하게 한다. 100년 전 만해도 다리를 지나다니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당시, 보통의 수송경로인 자동차이용 인구는 그리 많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다리들을 건너는 차량들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어떤 때는 교통 혼잡으로 인해 다리 위의 차량들이 빨리 나가지 않고 머물러 있을 때는 오고가는 차량들, 특히 1층과 2층에 있는 차량들은 수천 대에 가까울 텐데 “혹시 이러다 다리가 무너지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다리는 끄떡없게 설계돼 있다. 이게 바로 ‘백년대계(百年大計)’다.뉴욕에 사는 삶이라면 그냥 단조로울 수가 없다. 시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라. 눈에는 반짝반짝 불이 튄다. 걷는 것은 또 얼마나 빠른가. 세계 중심의 뉴욕에 사는 한인들은 오늘 새로운 한인회장을 뽑는 날이다. 모두가 동참하여 참신하고 정직하여 믿음성 있는, 앞으로 한인사회
100년 대계를 세울 수 있는 한인회장을 뽑아보자. “뉴욕은 미국이 아니라, 그냥 뉴욕이다”란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뉴욕도 미국 속의 뉴욕이다. 구태여 차이나타운까지 안 가 보더라도 열심히 바쁘게 활기 넘치는 삶을 살아야겠다. 영원한 뉴욕커가 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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