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서브프라임 융자회사 중 HSBC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였던 뉴센츄리(New Century Financial Corporation)라는 융자회사가 결국 지난 월요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였습니다. 설립된 지 10년 만에 직원은 7,000여명으로 늘어났고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516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융자를 취급하여 얼마 전까지 블루칩(blue chip)의 상징처럼 각광을 받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몰락의 길로 접어들어 불과 2개월 만에 파산의 말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때 66달러까지 올랐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었고 이젠 장외에서 1달러 정도에 거래되는 등 휴지조각의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뉴센츄리와 같은 거대융자회사의 파산을 유발시킨 주택융자의 부실화현상은 융자은행만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심각한 곤경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기지융자에 관련하여 지나친 낙관주의에 젖어 무리하게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입니다.
주택융자에 있어 지난 몇 년 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추세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모기지융자가 과거와는 달리 매우 수월해졌다는 점을 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는 융자승인조건이 크게 완화되어짐에 따라 과거에는 주택융자를 얻기 어려운 사람들의 경우에도 쉽게 모기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이에 따라 사람들은 단순히 주택융자의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완화된 융자승인기준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 자산 및 고용 등에 관련하여 융자은행에서 요구하는 승인기준을 사전에 알고 있다고 칩시다. 만일 자신의 조건이 해당 승인기준에 부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어떠한 선택이 가능할까
요? 아마도 좀 더 싼 집을 사거나 아니면 융자기준에 맞추기 위하여 자산의 소득이나 자산, 고용, 거주용도 등에 관련한 사항을 부풀리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작년 한 해 동안 취급된 모기지융자 중 거의 40%정도가 융자신청서상에 소득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는 소위 Stated Income프로그램을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이 소득을 부풀리기 위하여 선택되는 경우 나름대로 자기정당화의 논리가 세워질 수 있습니다.
투기적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여 단기간 내에 빨리 팔아버리는 방법을 통하여 이익을 모색하려고 할 경우 자신의 소득수준보다 더 비싼 주택을 산다는 것은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주택매입에 따른 감당여력의 문제, 즉 소득검증 자체를 불필요한 절차로 간주하도록 만들게 됩니다.또 다른 자기정당화의 논리는 현재의 상황은 모기지를 감당하기가 좀 어렵기는 하지만 앞으로 훨씬 나아질 것이므로 무리하여 모기지융자를 얻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를 소위 가설적 소득(Income Hypothesis)이라고 하는데 이는 나중에는 무조건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현재의 소득수준보다 더 비싼 주택을 사는 것을 정당화시켜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현재 얼마를 벌고 있느냐?에 따라 모기지융자의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융자은행의 입장과 일정한 괴리가 생겨날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이러한 ‘가설적 소득’에 치우치게 될 경우 ‘근시안적’인 잘못된 의사결정 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융자금액이나 모기지 부채를 통하여 자신이 감당하여야 하는 부담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일시적이나마 낮은 이자율 또는 매월 모기지 상환액이 얼마나 적으냐?등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자금액보다도 훨씬 적은 금액을 상환할 수 있는 페이옵션모기지(Option ARM)이나 2/28모기지라고 하여 처음 2년 동안에는 낮은 고정이자율이 적용되지만 이후부터는 높은 변동이자가 적용되는 모기지를 선호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즉 지금 당장 주택을 소유하기 위하여 나중에 발생하는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떠안는 것입니다.
물론 모기지융자를 무리하게 얻었다고 할지라도 만일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경우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상쇄시켜줄 것이라 생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였다는 점을 들어 무리한 방법으로 주택융자를 얻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섣부른 낙관적인 융자행태가 앞으로도 바뀌지 않게 될 경우 최근 대두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일상적인 모든 일에 대하여 합리적이고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일컫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이고도 이성적인 판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또(Lottery)복권을 사기도 하며 은퇴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버는 것보다 지출이 더 많아서 크레디트카드 빚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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