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 후에도 시시콜콜 간섭
“내가 낳은 자식 저 혼자 서서 살아갈 그날까지 살펴야 하는 게 부모 도리”라지만
자녀가 21세가 넘는 성인이 된 후에도 놓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공중 한 곳에
머무르는 헬리콥터처럼 다 큰 자녀 주변을 뱅뱅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을 멈추지
않는다고 해서‘헬리콥터 부모’라고 불린다. 헬기부모의 증상, 결과에 대해 알아본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 챙겨주는
부모의 과잉보호에서 비롯
수강선택·리포트·청소 도맡아
독립성 부족… 사회 부적응 초래
■사례
한 한인 교육가는 아들의 대학원 진학 결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중년 여성의 상담 신청을 받고 어색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여성은 23세 된 아들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대학 4년 동안 터득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아들이 대학을 다닐 때 수강과목을 골라주고, 초중고교 교사들한테 했던 것 같이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성적을 묻기도 했다고 한다. 교육가가 “아들은 이제 성인이다”이라고 말하자 이 여성은 “엄마 없이는 아이가 아무 것도 못 한다”며 오히려 답답해했다고 한다.
부모의 치맛바람, 바지바람은 자녀의 대학진학으로 끝나지 않는다. LA시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일했던 한인 2세는 한인 여성으로부터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우리 아들이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괴로워하는데 도와줄 수 없느냐”는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한 한인 부부의 경우, 큰 아들을 자신이 주선하고 결정해 결혼시켰지만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들어 이혼시켰다. 교사를 하겠다던 딸은 의사를 하라는 부모 강요를 못 이겨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의대 진학은 고사하고 학부 졸업도 겨우 마쳤다.
■원인과 증상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 수가 1~2명이고, 학력수준이 높으며, 경제적으로 풍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는 풍족한 반면에 자녀 수가 적다보니 자연히 관심을 더 많이 쏟게 되고, 결국에는 이들의 주변에서 떠나지 못하거나 이들을 자신의 품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부모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헬리콥터 부모의 증상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밥 먹기 싫다는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음식을 떠먹이고, 자녀의 방을 청소해 주는 것은 물론 숙제까지 대신해 주는 것이 증상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증세들이다.
부모의 이런 행동에 익숙해진 자녀들은 ‘엄마, 아빠가 다 챙겨줄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왕자병, 공주병에 빠진 아이들은 성인이 돼도 모든 것을 부모에 의존하는 헬기 자녀가 되고 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살 정도만 되면 독립심이 생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부모가 과잉보호하고 ‘스포일’ 시키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과잉보호의 결과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이들은 부모의 열성으로 대학진학까지는 그럭저럭 하지만 대학 졸업반이 되고 취업을 해야할 때는 결여된 독립성 때문에 온전한 성인 역할을 못한다고 경고한다.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녀의 인생을 심각하게 망칠 수 있는 것이다.
한 정신상담가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는 성공의 달콤함을 알 수 없고, 어려움을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 사회적 성공이 결정된다”며 부모가 짜준 틀에 맞춰만 살아온 헬기 자녀들에게는 이런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를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는 자기중심적 아이로 기르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대인생활,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친구도 별로 없는 편이다. 혼자만 아는 아이로 성장한 자녀가 자신 양육에 헌신한 부모의 정성을 알기 만무하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는 부모를 원망하거나 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헬리콥터 부모여부 체크리스트>
1. 자녀와 일주에 얼마나 자주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 하는가?
A. 매일1회
B. 2∼3회
C. 5~6회
D. 6회 이상
2. 자녀 일을 대신해 교수 몇 명과 연락해 봤나?
A. 0명
B. 1~2명
C. 5명 정도
D. 교수 전원
3. 수강과목 선택에 얼마나 많이 관여하는가?
A. 함께 얘기하는 정도
B. 매학기 시작할 때마다
C. 내 허락 없이는 선택 불가능
D. 아이의 스케줄을 내가 조절한다.
4. 자녀가 충분히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낙담할 때 어떻게 하는가?
A. 등을 두드려 주고 격려한다
B. 자녀에게 교수를 찾아가 상담하라고 말한다
C.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D. 학장에게 전화해 누가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지 상기시켜 준다.
5. 자녀가 리포트를 쓰느라 힘들어할 때 어떻게 하는가?
A. 문제를 들어주고 공감해준다
B. 지도교수나 글쓰기 센터를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C. 지금까지 쓴 부분을 읽어보고 조언해준다
D. 연구과제를 한 부 복사해와 전부 대신 써준다
6. 자녀의 기숙사, 아파트를 방문할 때 어디까지 도와 주고 오는가?
A. 아이 방청소는 내 일이 아니다
B. 쓰레기를 버려준다
C. 쓰레기를 버린 후 세탁해준다
D. 종합 파출부 역할을 다 해준다
7. 자녀가 룸메이트와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하는가?
A. 자녀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했던 경험을 상기시킨다
B. 조교를 만나보도록 권유한다
C. 당장 학교로 달려가 문의한다
D. 룸메이트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책임지라고 한다
8. 자녀가 사소한 교칙위반을 했을 때 어떻게 하는가?
A. 아이와 의논한다
B. 당장 자녀에게 달려간다
C. 학장에게 전화를 걸어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있는 만큼, 용서해달라고 말한다
D. 유명변호사와 상의한다
〈진단 결과〉
▲모두 A: 최우수자
▲대부분 A: 우등생 명단에 속함
▲대부분 B: 잘하고 있는 편
▲대부분 C: 당신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 D: 당신은 헬리콥터 부모
<출처 뉴스위크>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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