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칼럼니스트/뉴욕교협)
요즈음 뉴욕 한인사회는 한인회장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로 인해서 선거전을 벌이는 예비 후보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대선학습효과’라는 말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새로 생겼다. 학습 효과란 유권자들이 과거 경험 때문에 종전과 유사한 투표 행태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 또는 가설을 가리킨다.‘이인제 학습 효과’는 1997년에 이인제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 불복해 독자 출마한 것과 관
련 있다. 경선 불복자에 대한 거부 심리를 말한다. ‘김대업 학습 효과’는 2002년 김대업씨가 제기했던 ‘병풍’ 의혹이 대선 이후 거짓으로 확인된 것과 연관이 있다. 학습 효과란 몇 번의 선거 경험을 통해서 유권자의 분별력이 늘어나서 경선 후보의 카리스마에 의존하지 않고 될성
부른 후보를 나름대로 주관을 갖고 선택하고, 선거기간 동안 터지는 각종 루머나 흑색선전에 속지 않고 분별력을 갖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정치적 수준도 그동안의 민주주의 경험으로 성장한 것이다. 오늘날 같은 대통령 직접선거가 정착된 지가 이제 20년밖에 안됐다. 그러나 그동안 4번의 대통령선거를 경험했으니 한국인들도 이제 민주주의의 근간인 직접선거에서 자신의 한 표의 권리를 신중하게 행
사하는 것이다.한국이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수립한지 60년이라고 하지만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체제를 거치면서 선거는 몇 번 치루었지만 대부분 부정선거로 진정한 의미에서 공정한 민주선거를 경험했다고 볼 수 없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위대한 민주주의의 시대가 비로소 열렸다.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6-29 선언을 얻어냈고, 이어서 직접선거에 의한 대통령선거가 실시됐다. 그 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국민들은 직접선거를 경험했고, 자신의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 자신의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기 위해서 경솔해서는 안되고,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실패를 통해서 혹은 성취감을 맛보면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선거 학습 효과’란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의 성장과정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선거철마다 터지는 음모설과 흑색선전을 겪으면서 유권자들은 이제 더 이상 속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 흑색선전을 터뜨리는 쪽이 오히려 비웃음과 공격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전에서 발생하는 근거 없는 정치적 루머를 ‘마타도어’라고 부르는데 마타도어는
에스파니아어 동사 ‘마타르(matar:죽이다)’에서 온 말로, 스페인어에서 마타도르는 ‘(소를 죽이는)투우사’가 그 어원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상대 후보 저격용 비방을 말한다. 이번 한인 동포간의 선거에도 구태의연한 흑색선전이 등장했다.
한국 선거에서는 이제 유권자의 의식수준이 성숙해져서 마타도어가 먹히지 않아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근거없는 마타도어를 날렸다가는 역풍을 맞고 쓰러지는 ‘부메랑 효과’가 두렵기 때문이다.그런데 민주주의의 중심지인 뉴욕 동포들의 학습효과의 점수가 낮다고 보는 것일까? 이번 선거에도 시대착오적인 마타도어들이 떠돌고 있다. 빨갱이 자금이 들어왔느니 아니니, 한국 정치의 배경이 있느니 없느니, 후보의 뒤에 모모 정당이 전략적으로 민다느니, 그게 아니라 그 반대라느니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의 잔치이다. 심지어는 누구 누구에게는 술도 내고 그런다는데 당신에게는 아무 것도 없느냐는 유치한 모략전까지...
직접선거를 통한 경선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선거전을 통해서 미래의 청사진이 제시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도자가 선출된다. 동포 단체장 선거전을 통해서 이민생활에 꼭 필요한 이슈들이 무엇이며 가능한 목표가 무엇인가 발견하고 추진해 나감으로써 동포들의 이민문화가 정착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는 꼭 필요한 것이다.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깊은 ‘내공’으로 흑색선전의 진위를 잘 분별해서 ‘성실하고 정직한’ 대표를 뽑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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