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트 벅월드의 칼럼을 처음으로 여유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옮긴 해라고 기억난다. 서부해안 동네마다 머드 슬라이드로 난리를 피우던 해였는데, 워싱턴에 살던 그도 워낙이 USC출신으로 L.A.에 관심이 있는 이라 그걸로 익살을 부려 쓴 글을 읽었다.
아마 이런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산타모니카 어느 해변 언덕에 사는 친구 집엘 갔더니 그 집이 그 자리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찾다가 보니 그 언덕 한참 밑쪽으로 저 아래동네에 그 집이 가 있더라는 것. 그 친구 얘기인즉슨 “아, 작년 머드 슬라이드에 집이 한 언덕 반 쯤 밀려 내려오더니 올해 머드 슬라이드로 언덕 아주 밑으로 집이 밀려 내려와 집주소가 바뀌었다” 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50년이 넘게 풍자칼럼을 써서 세계 여러 신문에 신디케이트가 되어 필명을 떨쳤다. 장난처럼 글을 쓰는데 읽다가 보면 그 속에 예리한 통찰력으로 세상에 주는 아픈 지적이 있었다. 그의 말년 지금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풍자는 아주 신랄해서 백악관에서는 그를 경원시했었지만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그를 위한 축하행사에는 물론 대통령부부가 참석했었다. 부시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가 더 젊었을 때 당시 케네디 대통령을 풍자한 칼럼을 케네디가 읽고는 한참동안 그를 피했을 정도로 그는 글을 쓸 때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 그는 의사에게서 지병인 신장병이 심해져서 dialysis ( 아마 우리말로는 신장투석이라고 알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를 하지 않으면 몇 주 밖에 더 살지 못한다는 경고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살만큼 살았고, 좋은 인생이었으니까 한번에 5시간 넘게 걸리는 투석치료를 일주일에 세 번씩 받는 것은 구질구질하게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워싱턴의 하스피스(hospice )에서 의연하게, 위엄있게 생을 마감하겠다고 입원을 했다.
그런데 워낙 밝은 성격에 적극적인 인생자세를 가진 사람이라 처음에 의사가 두주일 정도 예상했던 남은 인생이 넉 달이 지나도 끝나질 않는 이변(?)이 생긴 것이다. 워싱턴 시내에서 가까운데다 그가 죽는다는 소식을 들은 유명한 지인 (에델 케네디, 유니스 슈라이버, 톰 브로커등) 들이 매일 방문인사를 하는데 하도 하스피스에 오래 있으니 마지막 방문을 몇 번씩 하는 일이 생기게 되어 그는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죽지않는 중환자” 로 또 유명해졌다.
그러니 그는 시설 좋은 하스피스에서 방문자들이 가져오는 맛있는 것들은 다 먹고, 또 매력 있는 여류 저명인사들이 대머리인 이마에 하도 키스를 해서 자기 딸이 보기에 저녁이 되면 이마가 번쩍번쩍 빛이 날 정도로 되고, 방문자들과 떠들고 웃고 환담하며 살다가, 이 이야기기를 책으로 쓰면 책이 잘 팔리지 않을까 출판사와 의논하여 그 속에서 책까지 쓰게 되는데, 그 책 마지막에는 자기 죽은 다음 장례식 식순까지 다 정하고, 유명한 친구들이 돈 받지 않고 써주는 장례식 조사까지 쓰게 만들어 자기 장례식에서 할 얘기들까지 다 먼저 보고, 또 그걸 책에 넣어서 자기 유산을 받는 이들이 받을 액수를 늘여 주기까지 한다.
거의 모든 이들이 삶의 마지막 두 주일정도 머무르는 하스피스에서 넉 달 이상을 살게 되니 친구들이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가” 묻게 되고, CBS 프로 ‘60 분’ 의 마이크 월리스 같은 이들은 이건 “사기에 속한다”고 얘기까지 하게 된다.
그가 죽기 전에 물론 많은 종교를 가진 이들이 죽은 다음 천주교의 천국이나 각 종교의 그와 비슷한 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 왔을 때도, 그는 재미있는 대답을 준비해 놓았었다. 저세상에 대비해서 신부, 랍비, 목사, 힌두성직자, 이슬람의 이맘, 생각나는 모든 이들을 대기해서, 어디가 실제 진짜이건 한 치의 실수(?)도 없도록 해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얘기하고 갔다. 모든 이들이 종국에는 가야하는 곳. 각 종교마다 믿는 이들이 어떻게 믿거나 그들의 자유에 속하지만, 남에게 우월감을 갖고 자기 믿는 것만이 진리라고 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그리고 한번 죽어보고 돌아와서 얘기하는 것도 아니면서, 마치 자기도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얘기하지는 말아야한다고. 그의 저세상은 어떤 것일까. 거기에서 오는 칼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종덕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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