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 스탠포드 UC버클리 프린스턴 유펜 콜롬비아…
엘크그로브 세탁소집 딸 김선희 양 줄줄이 합격
학업성적 물론 봉사활동 운동까지
“부모 닮아 억척노력파” 칭찬자자
행여 새벽에 눈을 떠도 아빠(김선술)는 없었다. 엘크그로브에서 UC데이비스까지, 아빠는 새벽보다 이른 시간에 나가 청소일을 했다. 1년에 딱 하루쯤 쉬고 14,5년을 그렇게 일했다. 엄마(김효숙)도 이른 아침 집을 나갔다. 삯바느질을 하다 마련한 세탁소 에이전시에서 온종일 일을 하고 저녁보다 늦은 시간에야 집에 돌아왔다. 때로는 이웃이 봐주기도 하고, 대개는 엄마 일하는 곳에서 종일 맬없이 놀기도 하고.
태어난지 23개월째인 90년11월, 엄마 품에 안겨 미국으로 온 선희 양은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빠가 더이상 청소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온종일 일에 묻혀 사는 엄마아빠의 삶은 요즘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김선술-김효숙 부부의 억척노력 덕분에 살림살이 주름살이 몇년 못가 꽁지를 감추기 시작했을 뿐. “땡전 한푼 없이 미국에 온” 부부는 이제 세탁소 에이전시에 이어 집도 마련했다. 그렇다고 선희와 태환 남매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키고 할 형편은 여전히 안되지만.
선희(셸던하이12)네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늘 하나님에 의지하며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선희네 식구들이 요즘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선희 양에게 명문대로부터 제법 두툼한 장학금 약속과 함께 합격통지서들이 속속 날아들고 있어서다. 예일대 스탠포드대 프린스턴대 펜실베니아대 UC버클리 UCLA 존스홉킨스대 듀크대 다트머스대 콜롬비아대 웰슬리여대 브라운대 등등등. 우선 전과목 성적이 좋았다. 가주 수학경시대회에서 입상하고 SATII 만점을 받아 새크라멘토비에 소개되고, 동부 아이비리그에서 높이 쳐주는 ACT시험에서도 탁월한 성적을 냈고, 대통령상도 받았고….
“애아빠나 나나 영어도 잘 못해서 집에서 (공부를)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저 해준 것이라고는 밥 해준 것밖에 없는데, 고맙고 감사하고 그렇지요. 무척 노력형이에요.”(김효숙 씨)
선희 양은 가게 근처 보더스서점에 가서 SAT 시험문제만 처음부터 끝까지 15번이나 풀어보는 등 집요하게 노력했다. 공부벌레만은 아니었다. 9, 10학년때는 학교 육상부에 들어가 중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활약했다. 육상선수로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지만 한계에 도전하는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선희 양은 더욱 강해졌다.
“그때 선희가 시합 나가면 밤 9시, 10시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밀린 공부 한다고 코피 터져가면서 하더라고요. 그래서 운동 그만 하라고 그러면 남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하냐면서 이겨내더라고요.” (김선술 씨)
선희 양은 9학년때부터 1주일에 2번씩 열성적 환경관련 봉사활동으로 지난해 3월에 새크라멘토비에 소개되는 등 ‘또다른 명사’이기도 했다. 위기는 있었다. 프리스쿨 때부터 뭐든지 잘 해내고,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 오면 뭐가 좋으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모르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내고, 그만 자라고 할 때까지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여간 아닌 집념을 보였던 선희 양은 4학년 때 게이트클래스(영재반)에 들어간 뒤 초반에 공부가 뜻대로 안됐는지 “죽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 선생님을 기겁하게 만든 일화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딛고 누구나 선망하는 명문대 문턱 앞에 선 의사지망생 선희 양은 요즘 어디로 갈까 즐거운 고민을 하면서 “어디를 가든 이름값을 하겠다”고 약속해 김씨 부부를 또한번 기쁘게 했다. 김씨 부부는 예일대 합격증을 받은 지난달 29일 저녁, 일을 서둘러 마치고 선희 양을 인근 간이일식당에 데려가 초밥에다 쌈밥에다 생선회 몇점 놓고 조촐한 축하파티를 해줬다.
마치 자기일처럼, 선희 소식을 귀띔해준 사람들은 덧붙였다. “공부가 어디 해라 해라 한다고 되느냐”고, “(김씨 부부가) 그렇게 열심히 사니까 선희 같은 애가 생기는 거 아니냐”고, “부모가 열심히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느냐”고. 일식당 합격파티 가족사진도 그날 저녁 우연히 그곳에 들른 한 이웃이 “이렇게 좋은 날 사진 한장도 안찍느냐”며 자신의 카메라로 찍어준 것이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r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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