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관련된 책이나 기사를 읽을 때 가끔 당혹스런 것은 일반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거나 끌고 있는 건강론의 선구자들이 평균수명도 채우지 못한 채 죽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유기농 야채와 곡물만을 먹는 방법’을 비롯해 많은 장수 라이프스타일의 식단을 창안했던 에비벌린 쿠시는 69세에 자궁경부암에 걸려 몇년 후 사망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조깅선풍을 일으켰던 제임스 픽스도 50대의 한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6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조깅은 심장병을 막아 준다”는 확신 속에 달렸던 그는 1984년 어느 날 조깅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자신이 협심증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요즘 화두는 ‘헬스테크’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 사느냐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언론들은 갖가지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고 관련서적과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또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클릭 한번이면 최신 의학정보들을 모니터에 쏟아낸다.
그러나 과연 넘쳐나는 정보와 상품들은 우리를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히 질문해 볼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사회현상 속에서 신종 질환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미생물 이름 같기도 한 ‘하이포콘드리아’, 즉 건강염려증도 그중 하나이다.
한인 의사들에 따르면 있지도 않은 병을 걱정하면서 의사들을 못살게 구는 ‘자가진단형’한인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종합검사를 통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됐는데도 “인터넷으로 보니 내 증세는 무슨무슨 질환이 분명하다”며 3,000~4,000달러나 하는 초고가의 정밀검진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인터넷 때문에 염려증이 더 심해진 전형적인 ‘사이버콘드리아’ 환자이다.
운동중독은 어떤가. 운동은 건강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일반인들보다 훨씬 몸을 많이 움직이고 땀흘리는 운동선수들의 평균수명을 보면 바로 확인된다. 전세계 운동선수들의 평균수명이 56세라는 조사도 있는데 약간 후하게 봐준다 해도 보통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빨리 사망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몸을 놀리지 않으면 괜히 불안해져 하루 두세번 과격한 운동을 해야 왠지 안심이 된다.
언제가 법정 스님의 책에서 읽었던 대관령 트럭운전사의 얘기가 생각난다. 그 운전사가 몰던 트럭은 50년 이상을 주행한 낡은 GM 트럭이었는데 여전히 대관령 고갯길을 잘 넘더라는 것이다. 스님이 운전자에게 어떻게 그리 오랜 세월 트럭이 달릴 수 있는지를 묻자 “가지고 있는 힘의 60% 정도만을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들려주더라는 것이다.
운동중독에 빠지는 것은 차량의 액셀을 있는 힘껏 밟는 것과 마찬가지다. 빨리 달릴지는 몰라도 수명은 그만큼 단축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기존의 건강상식과 통념을 뒤집는 연구와 서적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 보충제에 관한 연구결과이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억제하기 위해 매일 복용하는 비타민A, E, C, 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보충제가 수명연장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일지도 모른다고 최근 덴마크 연구팀이 발표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지나친 비타민 보충제 섭취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정설이 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어렸을 적 원기소 먹던 기분으로 매일 비타민 보충제를 한웅큼씩 입에 털어 넣는 한인들이라면 심각히 재고해 봐야 할 듯 싶다.
오개닉과 생수 열풍도 마찬가지다. 저명한 건강 컬럼니스트인 크리스토퍼 완제크는 “지난 30년동안 어느 연구에서도 일반 사과를 먹은 사람보다 유기농 사과를 먹은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100세를 산 미국인들 가운데 유기농 사과를 먹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까지 단언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개닉 하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오개닉을 고집한다면 할 말 없지만 비용대비 효과면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지금은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 문제인 시대다. 넘치는 정보, 음식, 영양 보충제, 도를 넘어선 건강 근심, 그리고 과격한 운동 등등. “결핍증은 치료하기 쉬운데 과잉으로 인한 증세는 치료가 쉽지 않다”는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유불급’ 즉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헬스테크도 마찬가지다. 지나치면 말 그대로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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