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기민한 공동 대처로 소기의 성과 거둬
본보에 쿠퍼티노 소재 샘 H. 로슨 중학교에서 일명 ‘요코 이야기(원제: So far from the Bamboo Grove)’로 알려진 문제의 책이 영어 교재로 사용중임이 보도됐던 27일 오후, 한인 학부모와 한국학교 교사진 10여명이 교재사용의 중단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 위해 쿠퍼티노 교육구 관계자들을 상대로 벌였던 3시간 가량의 숨가빴던 현장상황을 정리해 봤다.
▶27일 오후 5시경, 허준영 실리콘밸리 한국학교 교장은 쿠퍼티노 샘 H. 로슨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인 학부모와 한국학교 교사진, 그리고 각 언론사 취재진들에 전화를 걸어 ‘긴급 소집’을 타진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릴 예정인 쿠퍼티노 교육구 정례회의를 불과 1시간여 앞두고 이처럼 긴급 소집령이 떨어진 것은 이날 회의가 교육위원들뿐 아니라 일선 중학교 교장단이 참석한다는 정보가 입수됐기 때문으로, ‘요코 교재사용 중단’을 촉구할 절호의 기회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후 6시경 사전 소집 장소로 거론된 쿠퍼티노 교육구 사무실 인근 W도넛 가게에 샘 H. 로슨 중학교 7학년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다이애너 박씨와 조경희 씨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특히 다이애나 박 씨는 아들 박 모 군의 숙제를 봐주다가 ‘요코 이야기’가 학교 영어 교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를 SF총영사관에 제보했던 장본인이다. 박 씨는 “영어 교사 4명 중 백인계가 3명 중국계 교사가 1명인데, 이들중 중국계 교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교사 모두가 요코 이야기를 교재로 채택해 사용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며, 조 씨는 아들 신 모 군에게 “한인사회에서 이 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걸 아냐?”고 물어보니 “I don’t care.”라고 답해 “딴 친구들한테도 이 책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라며 타일렀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코 이야기’의 교재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실리콘밸리 한국학교 산하에 설립된 ‘한국역사 및 문화교육위원회’의 김현주 씨를 비롯한 한국학교 교사들도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시간 관계상 짧은 사전 대책회의가 열렸다. 김현주 씨는 “동부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영구 중단 조치가 취해진 반면, 저자가 거주중인 보스턴에서는 실패해 ‘PAAHE’라는 학부형 모임에서 소송을 건 상태”라는 소식을 전하고 “일본계인 저자가 당초 논픽션이라 했다가 최근에는 픽션이라 말을 바꾸고, 항의를 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직접 연락해 협박을 하는 비상식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 우익과 같은 배후세력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회의 시작 전 발언을 신청키 위해 오후 6시 30분경 회의 장소인 쿠퍼티노 교육구 본부로 이동했다. 행사 직전 중국계인 펄 챙 교육의원이 관심을 보이자 김현주 씨가 ‘요코 이야기’의 내용을 설명하고, 부당성을 알리기도 했다.
▶회의가 속개되고 발언을 신청했던 김현주 씨, 다이내나 박 씨, 제인 리 씨, 허준영 씨 등에게 각각 3분간의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 교육 관계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발언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었으며, ‘2차대전이 종전된 직후 한국이 일본을 침략했다’, ‘중국 난징에 미국이 폭탄을 투여했다’는 등 교재에서 언급된 역사 왜곡 사례 등을 들어 긴급히 작성된 영문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돌린 것은 상당히 유효해 보였다.
▶이날 참석한 한인 학부모 및 교사진은 필 쿠온 교육감으로부터 “책의 내용을 검토하고, 사후 논의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뒤, 다시 W도넛 가게로 이동해 추후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허준영 SV한국학교 교장은 “한인과 중국계 등 아시안계가 상당수 거주하는 쿠퍼티노 지역에서 이러한 교재가 버젓이 사용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격앙된 어조로 “오늘 교육위원뿐 아니라 일선 중학교 교장들에게 교재의 부당성을 충분히 알렸으니, 최소한 쿠퍼티노 교육구 소속 학교에서는 교재 채택이 재발되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산호세 린브룩 하이스쿨에서 학보 편집장을 맡고 있는 조지예(12학년)양도 참석, 학보 보도를 위한 취재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김철민 기자>
and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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