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세상에는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이 있고, 있어서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기초를 닦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도 덮으려는 한인사회에도 나서서 덕이 되는 사람이 있고 덕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악성 이간질이나 악성 루머를 조작하는 사람이 한인사회에 있다면 그런 사람은 당연히 덕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은 그 것이 취미이고 그 것이 보람이고 그 것이 성취감이다. 또 그렇게 시끄럽게 하지 않으면 몸살이 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어떻게든 문제를 만들고, 긁어 부스럼을 내어 사회를 흔들어 놓는다. 말하자면 그 것이 특기이다. 그래선지 요즘 한인사회에는 상당수 한인들이 없어서 아쉽거나 사라져서 아쉬움을 남기는 사람, 그런 사람을 그리워한다. 봉사를 명분으로 한 한 단체의 대표는 적어도 아무런 잡음 없이 조용히 색깔로만 자기가 몸담고 있는 단체를 위하여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 바람직한 회장이다. 때문에 한인들은 그런 덕목을 지닌 리더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인회장의 경우는 더 더욱 그렇다.
돌아볼 때 그동안 한인사회를 위해서 애쓴 단체 대표나 한인회장이 어디 한 둘이었는가. 그들은 물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몸을 아끼지 않으며 열심히 봉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인사회를 다지는 초석의 역할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회를 어지럽히지도 않았고 분열과 반목도 초래하지 않았다. 거짓말도 하지 않았고 공인으로서의 약속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것이 바로 한인사회 단체나 기관의 대표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이고 덕목이다. 오래 전 한국의 모 장로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본 교회에서는 김태선 목사를 시무목사로 초빙하는 문제와 관련, 그 목사를 모셔놓고 당 회의가 열렸다. 장로들의 투표 결과 한명의 반대표를 제외하고는 전원이 찬성이었다. 이로써 김태선 목사가 시무목사로 결정되었는데 그 목사는 사의를 표명하였다. “다수표의 찬성보다는 한 표의 반대표가 지닌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대표자는 반대표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그 조직이 발전하고 그 사회가 앞으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하며.
이 얼마나 멋진 공인으로서의 자세인가. 김태선 목사는 한국의 YMCA를 이끄는 회장이 되었고 그의 정신적 신념으로 그 기관이 오늘날 거대하고 튼튼한 조직으로 확장되었다. 욕망은 때로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여 용맹한 전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꼼수가 감추어져 있는 사람의 경우, 주위가 기만당하고 우롱당하는 빌미가 된다. 지금 우리 한인사회 전반에 펴져있는 환부가 무엇인가? 청렴하지 못하여 번지는 부스럼이거나 거짓으로 짓무르는 악성 종양이 아니겠는가? 한인들은 이제 수술에 임하는 외과 의사처럼 냉철한 의식으로 한인사회에 퍼진 더러운 피를 보지 말고 한인사회의 환부가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보아야 한다. 개인이나 이웃, 사회, 어느 곳을 막론하고 거짓은 우롱이다. 신뢰감과 도덕성이 특히 공인에게 강조되는 이유는 그런 이유에서다. 알다시피 미국사회에서도 공인의 입장에서 거
짓말과 부도덕성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어지러운 우리사회를 걱정하며 조금이라도 경륜에서 오는 지혜를 보태 보고자 진실어린 충고를 하는 원로들을 짓밟는 사람들을 향하여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판단하는 가치기준 마저도 마비가 되어가는 한인사회의 현주소가 여기인가? 욕망을 절제하고 펄떡 펄떡 제 멋대로 뛰고 싶은 마음을 누른다는 것은 스트레스다. 그러나 신
호등 앞에 선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그 것이 질서를 지키게 하고 그 질서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게 된다. 또 자존심을 누른다는 것도 솔직히 스트레스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존심을 누를 줄 아는 사람의 이름을 아쉽다고 불러준다.
옛말에 ‘천시(하늘의 뜻)는 지리(땅의 운영)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했다. 인화가 다 깨어져 가는 한인사회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한인사회 상징적인 대표이자 봉사단체의 대표인 뉴욕한인회장은 어느 누구라도 땀과 눈물로 일으킨 한인사회를 더 이상 거짓말과 거짓유포로 반목과 분열, 갈등의 늪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한인들의 머리 속에서 기억나는 좋은 한인회장은 적어도 거짓말과 술수에 능하고 말이나 약속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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