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가늠이 잘 안 된다. 여권은 변변한 후보조차 없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여전히 그럴 것 같다. 올 선거는 그러면 보나마나 인가.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야당은 때문에 스스로 의심하고 있다. 유권자들로서는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고. 한국의 대선정국 이야기다.
어렵다. 미국의 대선 전망과 관련해서도 같은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의 ‘엘니뇨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종전의 상식은 잘 안 통한다. 온통 변수 투성이다. 그래서 나오는 한탄이다.
먼저 대선주자들의 면면부터가 그렇다. 하나 같이 예측불허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하여튼 죄다 ‘사상 최초’가 될 판이다.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사상 최초의 히스패닉 대통령. 그뿐이 아니다. 사상 최초의 몰몬교도 대통령, 사상 최고령 대통령에, 사상 최초로 3번 이혼 경력의 대통령 등.
이 ‘사상 최초’라는 게 그렇다. 상당히 전향적으로 들린다. 그동안의 정치적 터부를 깬다는 점에서. 그러나 위험이 따른다는 얘기도 된다. 터부를 깬다는 건 일종의 정치적 실험이니까. 후보가 ‘누구인가’(who)를 따지는 시대는 갔다. ‘아이덴티티의 정치시대’는 막을 내리고 ‘스타일의 정치시대’다. 그러므로 여성이, 흑인이, 특정종교 신도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시대는 아니다.
그러면 성, 인종, 종교 등은 미국의 정치에서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는 말인가. 이성적으로는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트(heart)의 소리는 그게 아니다. 이게 현실의 정치다.
‘여성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 관념이 완전 불식됐을까. 갤럽 조사에 따르면 12%에 가까운 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몰몬교도 대통령은 그러면. 미국인 네 명 중 한 명이 부정적 반응이다.
흑인 대통령은 어떤가. 5%의 미국인은 질색을 한다는 것이다. 고령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역시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기피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말하는 건 민주·공화 양당의 선두주자들은 하나 같이 일정한 비토 세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who’라는 요소는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그만큼 대선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시즌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일찍 찾아왔다. 근 1년 가까이 당겨서. 이 역시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1년이란 세월은 미국의 정치판에서는 때로 평생이란 세월과 맞먹을 수 있다. 그 사이 상전벽해의 상황변화가 항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즌이 당겨지면서 대선 레이스는 근 2년에 걸쳐 펼쳐지게 됐다. 그러니 하는 말이다.
대선을 불확실성으로 몰고 가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전쟁이다. 이 불확실성의 요인 때문에 공화와 민주 양당은 서로 다른 콘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전쟁에 대해 가급적 말을 피한다. 부시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서다. 민주당은 반대다.
이 정황에서 뜨고 있는 주자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 가능성이 큰 오바마다. 이라크 전쟁 반대의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다. 반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는 수세다. 역시 반전을 외치고 있지만 잘 안 먹힌다. 이라크 침공에 찬성을 했던 원죄 때문이다.
반전이 그러면 2008년 레이스를 관통하는 아젠다인가. ‘잠깐’-. 판단을 유보하라는 한 정치관측통의 충고다. 새로운 전략 수립과 함께 부시는 이라크 주둔 군병력을 늘렸다. 그 전략의 성패가 올 여름께는 윤곽이 드러난다.
이후 대선의 이슈는 역시 전쟁이 될 공산이 크다. 부시의 새 이라크 전략은 그리고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때문에 하는 충고다.
걸프전 승리로 한 때 70%가 넘었던 지지율이 1년도 안 돼 곤두박질하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시니어 부시가 맞았던 정치적 운명이다. 앞으로 1년 안에, 그러니까 2008년 11월의 그날 이전에 주니어 부시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럴 때 반전의 메시지는 자칫 자승자박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역시 그러나 아직은 일부의 희망적 전망일 수 있다. ‘스타일의 정치시대’에는 전혀 예기치 않은 이벤트성 해프닝이 대세를 결정지을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여전히 깜깜하다. 한국의 대선정국 말이다. 그 지향점은 결국 뭘까. ‘아이덴티티의 정치’로의 회귀 같다. 그럼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감성의 정치였다. 이념과잉의 정치였다. 그 실험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그게 지난 4년의 세월이었으니….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