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인들이 모여사는 동네마다 오고가며 듣는 얘기중에 공통된 점들이 있다. 집에 시집장가 보낼 처녀총각들이 있고 좋은 대학을 나오고도 전공때문에 아직 취직을 못했거나 안한 자녀들이 있다. 필자의 전공이 중매서는 쪽이 아니라서 전자의 경우엔 별로 대책이 없지만 취직못한 자녀가 있는 집들엔 무언가 드릴 얘기가 있는 것 같다.
우리 한인은행들마다 공통된 점들이 있다. 사람이 없는 것이다. 크게 까다롭게 사람을 골라쓰기 때문이 아니고 그냥 적당한 사람을 찾는데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한인사회의 제대로 훈련된 인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확장하다보니 당연히 생긴 결과라 하겠다.
오래 말씀을 드릴 필요가 없이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생각이 미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제대로 매치만 되면 우리 한인사회 안에서 이문제가 쉽게 풀릴 수있다. 인재의 공급과 수요가 만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수준 높은 집중적인 교육훈련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필자가 봉직한 대학들의 회계학과에서 회계사 양성프로그램에서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이 제안을 하게되었다. 공과대학, 문과대학등 경제경영 분야와 상관없는 대학을 나온 다음 어쩌다 커리어 선택에 어려움이 있어 훌륭한 교육을 받은 뒤에도 취직을 하지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몇달의 집중적 교육을 거치니까 이들이 성공적으로 장래의 회계사로 변한 것이다.
사실 장래의 인재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말하고 쓰는 의사전달 (communication) 능력과 의사결정 (decision making) 능력의 함양을 해주는 것인데 대학의 기본교육을 제대로 받은 젊은이들이라 준비된 교육생들인 이들을 몇달에 걸쳐 회계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너무 쉬웠다.
그러나 뱅커 교육이 실현되기 전에 한인사회 차원에서 조심할 것이 있다. 지금 이 얘기를 듣고 자격없는 어중이 떠중이 프로그램이 나도 뱅커 교육하겠소 하고 나서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막지 않으면 이런 좋은 기회도 물이 탁해져서 온갖 문제가 생기고 시끄러워져서 애초의 계획과는 다른 쪽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사전에 막는 것은 쉽다.
이교육 프로그램은 은행들이 뒷받침을 해서 사이비기관들이 교육생들에게서 돈벌이를 못하게 교육생들에게서는 거의 교육비를 받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을 담당할 교수진도 AACSB 수준의 주류대학에서 명강의로 유명한 교수들 중 금융에 경험이 있는 이들이 이론강의를 하고 참가은행들에서 각 금융전문 분야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이름이 있는 오피서들이 실무교육을 하게 하면 사이비 기관들이 들어올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인은행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려면 누군가 금융을 잘 알고 교육에 경험이 풍부하고 한인금융계의 신망을 받는 이들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 그 커리큘럼 자체가 집중된 뱅커교육에 맞게 짜여져야 하는 것이다.
각 강좌의 내용도 그렇지만 각 강좌 사이의 연결과 이론과 실무의 적절한 배합이 각 은행들의 훈련목표에 맞아야 하고 적절한 훈련 이후에 각 훈련생들의 평가가 제대로 되어야하고 각 은행들의 내부훈련 계획과 조화가 되어야 한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타임 테이블도 각 은행들의 금융 현실에 맞게 짜여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온 세월의 과열된 경쟁과 이런 저런 역사로 인해서 사실 한인은행 모두가 다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척 힘들다. 은행들끼리 경쟁할 것은 하지만 인재 양성은 모두가 커뮤니티 차원에서 크게 보아야 하는 데 서로의 사정이 다른 것이다. 우리가 교육시켜 놓은 사람을 다른 은행에서 빼가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라고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 있는 우리가 볼 때 한인은행들은 하나의 그룹이다. 그 하나의 그룹안에서 뱅커들만 여기에서 저기로 뱅뱅 도는 것이다. 오늘 말씀드린 이런 인재양성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자꾸 키워서 한인 은행권에 공급하면 아마 곧 인력난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수요공급의 산수란 간단한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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