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마켓 낙찰계 줄줄이 깨졌다
피해액 수백만달러 추정
마켓 24일 전격폐쇄…김00 사장 행방묘연…피해자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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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졌다. 오클랜드 유진마켓 김00 사장이 주도하는 낙찰계 여러개가 한꺼번에 깨졌다. 피해액만 최소 5백만 달러 이상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다. 유진마켓은 지난 24일(토) 오후부터 전격폐쇄됐다. 김 사장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은 채 한국으로 도주설 등 소문이 무성하다. 피해계원들은 집단적 피해소구 대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 등이 미약해 발만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유진마켓 낙찰계 현황= 유진마켓 김00 사장이 주도한 계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 해도 대여섯개에 이른다. 미확인 계까지 합치면 10개 안팎일 것이란 추정이다.
계 하나마다 구좌는 30명분에서 70명분정도까지다. 그러나 70명분 계라 하더라도 계원 1명이 여러구좌를 가진 경우가 많아 실제 계원 숫자는 30여명선이다. 실제로 이스트베이 A씨는 무려 12개를, B씨는 8개를, C씨는 4개를 한꺼번에 붓고 있다 당했다. 불입금액은 순번에 따라, 탔느냐 안탔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이미 탄 사람의 경우 월 1,000달러정도, 아직 안 탄 사람은 700달러 미만 정도로 파악됐다.
문제는 계원들이 자기가 든 계원들의 명단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유사한 계파동이 날 때마다 불거지는 핵심적 불안고리가 이것이다. 계주 입장에서는 유령계원을 내세워 그달그달 낙찰이 된 것처럼 꾸밀 경우 계원으로선 이를 확인해볼 도리가 별로 없고, 설사 확인되더라도 그때는 이미 때가 늦은 경우가 허다하다.
◇부도설에서 부도까지= 또하나 문제는 유진마켓 김 사장이 주도하는 낙찰계들이 터질 것이라는 소문이 상당히 오랫동안 나돌았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봄 샌프란시스코 S식품 여주인 이00 씨가 주도하는 계가 터졌을 때도, “이스트베이에서 진짜 큰 것(유진마켓 낙찰계)이 터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고, 본보는 이를 기사화했었다. 단순히 추측성 소문이 아니었다. 유진마켓이 발행하는 수표가 몇차례 부도났고, 그중에 계를 낙찰받아김00 사장이 건네준 곗돈 수표가 부도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 피해자 중 한사람인 D씨는 당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김 사장에게 따져 새 수표를 받아내기도 했다. 더욱 이상한 일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D씨와 같은 경우를 당한 E씨는 김 사장에게 명단을 요구해 받았으나 확인할 방법도 없는데다 부도설이 마음에 걸려 “(김 사장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이제부터 곗돈을 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지난해 가을부터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도 김 사장이 곗돈을 독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계가 이미 깨졌거나 곧 깨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하고 몇사람은 지난해 가을부터 곗돈을 불입하지 않은 채 김 사장에게 ‘책임있는 정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부도설을 접하지 못하거나 접하더라도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더욱이 김 사장 개인보다는 유진마켓의 볼륨에 근거해 최악의 사태는 오지 않으리란 막연한 기대가 깔려 있었다. 유진마켓 폐쇄 이틀전인 22일(목)자 본보 등에 세일 전면광고가 실리는 등 외견상 별 문제가 없는 듯했던 것 또한 이런 기류에 한몫했다.
유진마켓 위기설 또는 유진마켓 낙찰계 부도설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든 또다른 단서는 김 사장이 발행한 수표다. 어떤 것은 부도나고 어떤 것은 정상처리가 돼 사람들이 실체적 위기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25명-3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샐러리만 하더라도 수표 부도로 서너달 밀렸다는 직원도 있고, 꼬박꼬박 잘 나왔다는 직원도 있어 직원들끼리도 말이 엇갈릴 정도다. 곗돈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김 사장이 은행어카운트를 2개 이상 사용해 ‘일치된 판단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런 사태를 빚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한쪽이라도 열심히 했다’고 일말의 동정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낙찰계 동시부도 원인= 무리한 사업확장이 첫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오클랜드 다운타운 14가에서 비록 매장은 비좁지만 짭짤한 매상을 올렸던 유진마켓이 2004년 8월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매장을 5배이상 확장하는 등 일을 크게 벌렸으나 장기불황으로 매상이 뒷받침되지 않아 자금압박을 받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임기방편으로 고위험 낙찰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풀이다. 특히 한인들이 꺼리는 곳에 매장이 있어 ‘프라임타임(퇴근이후 저녁시간대 및 주말) 손님’이 기대만큼 늘지 않아 고전했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의 행방과 피해자 대책= 김 사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유진마켓에서 상품들이 대량으로 외부로 옮겨지는 등 이상징후가 목격된 뒤부터 부도설과 함께 김 사장 도주설이 나돌았을 뿐이다. 피해자들의 대책 또한 막막하다. 우선 김 사장이 없어 계원명단 피해규모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나주배 등 미주총판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김 사장의 남편이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부인의 잘못에 대해 남편에게 도의적 책임 이외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데는 한계가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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