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태 내과 전문의
불고기판 육수속에 김치찌개를 쏟아붓고
끓이고 굽고 하면서 밥 한공기 비벼 먹으면…
내과 전문의 이용태씨에게는 여러 가지 직함이 붙는다. 성공한 의사, 최초의 1.5세 LA한인회장, 한국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해외 분과 위원장. 의술로, 한인사회 봉사자로, 또 요즘은 한국 정계를 겨냥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그는 외모만큼이나 구수하고 투박한 음식을 좋아한다. 이번 주 초대 손님은 1인 2역으로 분주한 이용태 내과 전문의이다. 그의 호칭을 무어라 불러야 될까 잠깐 고민했다. 요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LA방문, 이명박 후원회 결성등 한국 정치바람으로 타운이 묘하게 요동치니 오늘은 그를 해외 분과 위원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국 정치계 진출을 꿈꾸는 이용태 내과 전문의가 즐겨 먹는‘육수 불고기 김치찌개 전골’을 맛보고 있다>
어머니의 손맛 하면 옛날 불고기가 아니겠나. 배고프던 시절 불룩 튀어나온 양철판 위에 지글지글 고기를 굽고 가장자리로 흐르는 고기 국물에 밥 비벼먹으며 배를 두드렸던 옛날식 불고기. 벌겋게 달아 자작대는 숯불 화로에 불고기판 걸어놓고 온가족이 둘러 앉아 젓가락 부딪혀 가며 맛보던 옛날 불고기는 기억 속에 잠든 ‘맛세포’들을 자극하는 추억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육수불고기로도 불리는 이 추억의 먹거리가 이용태 위원장이 즐겨 찾는 보양식 술안주다.
#육수불고기 김치찌개 전골
그와 마주한 곳은 올림픽과 버몬트 인근의 대성옥. 고기 굽는 냄새가 시장기를 더해주는 늦은 저녁, 한인타운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은 이 위원장 앞에는 큼직한 조니 워커 블랙 750㎖ 한 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동안의 소유자인 이 위원장은 오랜만에 만났으니 술부터 한잔 하자며 얼음담긴 잔부터 건넸다. “이 위원장의 술실력이 보통이 넘는데 주는 대로 받아 마셨다가는 취재불능상태로 빠질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공복에 첫 술잔이 주는 기분이란 마셔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법. 오크통 향 풍부한 스카치 위스키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상쾌한 기분에 순간 “아! 오늘 고수를 만났구나” 싶었다.
한 순배 돌 무렵 얇게 썬 소고기에 양파와 파가 곁들여져 맛깔스럽게 단장한 불고기와 육수를 들고 나온 여종업원이 무쇠로 만든 불고기 판에 고기를 올려놓고 육수를 부었다. 여기까지는 그냥 육수 불고기다. 이 위원장은 곧이어 나온 김치찌개를 육수에 부었다. “아니 웬 김치찌개를…” 하며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이 위원장은 자신만의 독특한 “육수 불고기 김치찌개 전골”이라고 소개했다.
불고기 육수에 김치찌개를 넣고 굽고 끓이며 먹는다. 육수에 생김치를 넣으면 국물이 우러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법. 이 위원장은 이미 조리돼 나온 김치찌개를 가장자리 육수 판에 붓는다. 여기에 밥 한 공기를 넣어 함께 비비면 매콤한 김치찌개 맛에 불고기 국물이 어우러진 죽밥이 된다. 술로 얼얼해진 속 달래기에는 최고란다.
<육수 불고기에 김치찌개를 넣어 끓이는‘육수 불고기 김치찌개 전골’>
#의사와 정치
술잔이 오고가기를 두세 번. 술기운이 무르익자 이야기는 어느새 정치로 빠져갔다. 요즘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앞으로 다가올 대선까지 이 위원장은 한국 사정에 어눌한 1.5세 의사로 보기에는 이미 한국 정치 식견이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하기야 한국 제1 야당의 해외 분과 위원장이 친분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한국 국회 의원 출마 설이 솔솔 피어나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그저 싱글벙글 웃음으로 넘겨 버렸다. 한인회장 시절 위기관리 때마다 보여주던 바로 그런 웃음이었다.
한인회장 시절. 그러니까 한인사회 최초의 1.5세 한인회장으로 당선돼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오던 2005~2006년 임기 중 그는 병원과 한인회를 오고가며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야 했다. 환자들의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점심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 없었다. 모든 낮 사무가 다 점심시간대로 몰리니 어느 때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흘려가며, 2년을 정신없이 뛰었다고 한다.
한인회장 임기를 마친 지난해 여름, 한나라당 해외 분과 위원장의 중책을 맡았다는 본보 보도가 나간 후에는 타운에 “이용태 내과의가 한국에 갔다더라”는 뜬금없는 소문까지 퍼져 나갔다. 그는 급기야 “나 여기 있습니다”를 알리는 병원 광고까지 내야 했다.
이 위원장은 “본업은 의사 아니냐”면서도 “미국서 자린 1.5세 의사의 경험을 살려 한국에 미국식 의료 복지 제도를 접목시키고 싶다”며 한국 정계 진출의 포부를 숨기지는 않았다.
이 위원장은 요즘 LA서 불고 있는 한나라당 대권 유력 후보 지지 모임들에 대한 조심스런 우려도 나타냈다. 한 후보를 놓고 생겨나는 우후 죽순식 후원 단체 난립이 자칫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분열화로 한인사회에 비쳐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눈치다.
#술과 건강
그는 평소 건강관리를 어찌 하느냐고 묻자 ‘반주 한잔’이라고 짧게 답했다. 술이 몸에 좋지 않다는데 어찌된 답변인지 의아해 하자 “스트레스 이완에 아주 좋다”는 것이다. 하루 한두 잔의 와인이 심장 등 건강에 좋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다소간의 반주는 스트레스 푸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술은 가장 가치 있는 음료이고, 가장 맛있는 약이며, 가장 즐겁게 해주는 음식”이라고 예찬했다. 또 있다. 중국 한나라 시대 왕망이 저술한 ‘식화지’에는 “술은 백약 중의 으뜸” 이라고 기록돼 있다. 동서양 모두 술을 영약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
5명의 일행이 나눠마신 양주 한 병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이 위원장은 “내 주량은 양주 반병”이라고 넌지시 귀띔해줬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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