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한류’를 미국에서도 실감한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널리 수용되는 현상을 한류(Korean Wave)라고 하는데, 미국의 이 지역도 분명히 그 영향권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겨울연가’의 대본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는 일본인 그룹이 있다. 이매진 아시아의 채널에서
많은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다. 몇몇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어떤 미국 대학생이 한국 연예인 이름을 알고 있다며 ‘나는 아무개를 좋아해요’라고 말해 놀라게 한다. 2세 청소년들이 한국가요를 애창한다.
반가운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런 분위기의 첫 단계는 아시아에 있는 색다른 한국문화가 눈에 띄인 것이다. 그 한국문화가 독특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먹을거리에도 관심이 가고, 한국 친구도 사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말을 한다.
말하자면 한국 대중문화의 흐름은 한국과 한국인을 이해시키는 길잡이가 되었다. 이와 같은 매체를 통하여 상호 이해가 촉진되고, 독특한 문화가 다른 문화와 소통할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렇게 시작된 문화교류는 그 이상의 것 한국인의 정신문화 즉 본질적인 한국문화를 알리는 길을 열 수 있다.
앞으로의 일은 한류를 일과성 바람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 훈풍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내용에 서서히 깊이와 무게가 실린 우수한 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대중문화의 질을 높이는 일은 한국내나 한류를 위하여 유익한 일이다. 한류를 즐기게 하는 것은 홍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은 예민한 감상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 발언의 파장을 부른 ‘한류 속 민족 과잉’ 문제는 하나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빠지기 쉬운 민족주의나 국수주의에 대한 경종이라고 해석한다. 어느 누구나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고, 같은 민족에 대한 따뜻한 정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강조하면 바라지 않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절제하고 세상을 넓게 보는 편이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의 것을 주고 받는다.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문화 역시 주고 받으며,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이 때 받기만 하고 줄 것이 없으면 친구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래서 2세들에게 한국문화 교육이 필요하고, 이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바탕이 된다. 한류는 2세들을 자극하여 문화교육에 도움을 주고 있다.한국학교 학생들이 서로 텔레비전에서 본 사극 이야기를 한다든지, 말투를 흉내내는 것도 그 예이다. 어떤 학생은 집에서 엄마 아빠를 ‘아바마마, 어마마마’로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배움의 시초이다. 그들은 미국 친구들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스럽게 느껴지다가 자기 자신도 한류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더 큰 영향은 미국내 각급 학교에서 한국어를 선택 혹은 제 2의 외국어로 채택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들이 바라던 일이며 한류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한류가 아시아를 거쳐서 미국과 유럽으로 퍼지는 일을 국력 그 중에서도 경제력과 결부시키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부수적인 산물이고, 본래는 문화의 소통이고 교류라고 생각한다. 본말이 바뀌면 성과를 올리기 힘들다.
즉,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매진 아시아의 채널에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아시아에 관계되는 것 뿐이다. 그들은 비슷하지만 하나하나의 특색이 따로 있다. 이 특색을 알아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아시아의 현황이 이러컨대, 세계 여러 민족이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한국인을 친구로 대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여러 방법으로 이러한 노력이 진행 중이며 차차 그 효과도 보인다.한류는 세계를 향한 한국발 문화의 잔잔한 흐름이고 파도이다. 우리는 이 파도를 타고 우선 내 자신이 즐기면서 멀리 멀리 항해하는 것이다. 서두를 것 없이 파도의 리듬을 따르되, 지치지 않도록 영양을 취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영양이란 우수한 작품을 만드는 물심 양면의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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