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외 단기 체류자와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최근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제안한 선거법 개정안은 과거 4명의 국회의원이 제출한 개정 법안 중 좋은 점을 종합해 만들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정 내용의 요점은 2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재외국민 중 누구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느냐는 것과 둘째는 어떤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느냐는 선택권이다. 이 두 문제는 과거 유신헌법 전에 실시된 결과도 있고 재시행에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 않다는 보고도 나와 있지만 다시 추진하기에는 많은 정치적 이해득실이 걸려 있다.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이미 선진 국가에서 실시하는 제도이며 글로벌 사회에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지연되는 것은 대선이나 국회의원 비례 대표 선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 더욱 열을 올리는 야당은 재외 국민 투표권자의 범위를 단기 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에게까지 확대시키자는 요구에 비해 여당은 단기 체류자에 국한시키자는 개정안을 관철시키려고 한다. 야당은 재외국민들의 보수 성향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현 여당의 친북 정책과 반미 성향에 적대감을 갖고 있는 재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할 경우 총 170만여 재외동포 유권자중 과반수이상의 지지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여당은 단기 체류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단기 체류자 중 상당수가 젊은 세대와 유학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야당보다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기대감에 재외 국민 유권자 숫자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결국 여당과 야당은 각각 자당에 유리한 정략적 기준에서 개정안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법안 통과가 처음부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번 국회에서 선거법 법안의 개정 움직임을 두고 재미 한인들 가운데 찬반의 논란이 크게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13일이 매년 “한국인의 날”로 미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되면서 동포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이에 여, 야가 주목하고 있다.
재외 동포 참정권 부여 반대 의견은 재외국민과 한국의 정치는 별개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참정권 행사를 통해 본국 정치의 병폐가 그대로 전염되어 한인 사회가 사상 대결로 반목과 분열로 치달을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한인 사회 일부 지도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거주국 정치 및 사회 참여가 지연되고 본국 지향적인 해바라기 사회로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외동포 참정권으로 인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본국 정치인들의 악영향이 한인 사회에 미치고, 그로 인한 불법과 타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들은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재외 동포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반대론자가 우려하는 병폐는 한 번쯤 여과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199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재외동포 참정권은 대선을 앞두고 서울 시민의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다. 일부 서울 시민들은 세금도 한 푼 내지 않은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허용하는 것은 권리와 의무의 연계성을 무시한 단견이라며 참정권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일본의 내각제와는 달리 생사를 건 좌, 우파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 대결인 만큼 명분은 어떨지라도 여, 야가 쉽게 모험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선거 전문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LA 방문을 맞아 한인 집중 거주지인 LA에서는 이미 재외 국민 참정권 회복 서명 운동이 시작되었다. 오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 세계 한인회장 대회가 본국에서 열릴 예정인데 재외 동포 참정권 회복을 촉구하는 강력한 결의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대통령 선거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한인 사회에도 큰 회오리바람을 불고 올 것만은 확실하다.
김동열 자유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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