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은 교회에서 믿음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얘기나, 방탕하던 자식이 마음잡고 새로운 인생설계로 잘 살아간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 인기가 좋은 3-D 입체로 보는 사이버 세계 ‘Second Life’를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주로 재미로 하는 거지만, 이것이 가진 기술적, 경제적 의미가 상당해서 앞으로 우리 모두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확실한데, 이것이 좋아하기만 할 게 아닌 것 같아서 좀 염려되는 것이다.
이 환상과 현실이 합쳐진 경험은 사람을 현혹시키고, 또 어떤 젊은이들은 여기에 중독증세 까지 보인다. 다운로드 받은 소프트웨어를 쓰면 컴퓨터 속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만화 같은 아바타(Avatar)란 또 하나의 자기 자신을 만들어 그 사이버 세계에서 돌아다닌다. 이것이 못가는 데가 없다. 새로운 도시, 상점들, 사무실, 술집이며 또 스키장, 골프장, 테니스코트 등 진짜 ‘내’가 다니는 생활권을 사이버 세계에 새로 하나 만들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 세계이니까 평소에 잘 안되던 것을 쉽게 업그레이드 시켜놓을 수 있다. 테니스게임에서 실수가 많은 우리 보통 사람들은 실수 없는 상당한 실력을 가진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고, 누구든 뜻만 있으면 스크래치 골퍼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조사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섹스클럽을 만들어놓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물론 본인의 보통 취미생활에 따라서 이 환상의 세계에서는 못할 게 없다.
미남이 되고 싶은 사람은 이 가공의 Avatar를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를 닮은 자기 자신으로 할 수도 있고, 무서운 드레곤이 될 수도 있고, 가능성은 무한이다. 물론 날아다닐 수도 있다. 하늘에 날을 때는 높은 데서 아래 세상을 보는 경치가 나온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에 의하면, 20세 정도 되는 Avatar(모두가 좋아하는 나이)가 제일 많다는 얘기다.
정보기술 산업 분야에서는 Second Life의 등장을 제2의 인터넷 혁명 정도로 크게 보는 것 같다. 특히 제품판매 쪽으로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IBM에서는 실제 그들의 일 자체를 이 사이버 세계에 들어가서 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하고, 시어스 같은 다른 회사의 점포도 이 사이버 세계에 지어주었다.
이 현상을 보면서 필자는 갑자기 19세기 중반의 미국과 지금이 비교가 되었다. 그 당시의 미국은 1970년대의 한국이나 지금의 중국처럼 나라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에의 도전으로 신나 있던 시기였다. 서부 프론티어로 전진하면서 젊은이들은 자기 집을 떠나 지금까지의 처지와는 다른 미래에의 꿈을 가지고, 고생을 하면서도 벅찬 미래에의 기대로 희망에 차있던 시기였다.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란 얘기가 적합하던 때였다.
그러나 여행할 때는 물론 불편하기가 그지없었고, 잘 산다는 사람들과 판사, 변호사들조차 순회재판 때에는 동부나 중서부할 것 없이 초라한 호텔방에서 한 침대에 둘이 자야 하는 경우가 흔했다. 아니, 항상 그랬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하니 그걸 크게 힘들어 하지도 않았다. 꿈이 있는 사람은 현재의 어려움이 참을 만하고, 행복의 기준도 상대적이라 지금보다 사람들은 더 행복해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도 1970년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는데, 사람들이 그만큼 더 행복해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때는 늙으나 젊으나 모두가 꿈을 갖고, 사회가 역동적이던 시대였다. 무언가 생길 것 같았고, 미래는 더 좋아보였고, 어려운 건 참을 만했다. 지금의 현실이 조금 만족스럽지 않아도, 이렇게 노력해서 나아져야지 하고 노력하는 사람과, 현실이 서글프면 자기 말고 또 다른 자기를 환상의 세계에 만들어놓고 그 속에서 자기만족을 구하는 사람 - 이 두 가지의 사람들이 세월이 가면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컴퓨터가 미래의 사람들을 자기 혼자서 노는 사회성 없는 외톨이들로 만들 것이라는 기우도 기우지만, Second Life 같은 경험이 혹시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마약이나 환각제 같은 독성을 주는 건 아닐까. 환상의 세계는 그저 잠시의 환상으로 그칠 수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정보기술 회사들이 미래의 기회로 생각하는 이 3-D 경험들이 이 사회에 가져올 악영향을 걱정하는 것은 나 혼자 만일까.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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