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새로운 관행과 원칙 세우는 계기 삼아야
인수인계를 둘러싸고 내연상태에 있던 샌프란시스코지역한인회 전임 집행부와 신임 집행부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이는 지난 6일 열린 제25대 SF한인회의 2월 정례이사회에서 강승구 인수위원장이 24대 SF한인회(회장 김홍익)의 미결문제를 공식 거론하면서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2월31일로 2년 임기를 마친 24대 집행부는 특히 근거나 귀책사유가 없는 주장과 관행상 무리가 없는 주장을 공식석상에서 거론, 24대 집행부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이는 두 집행부 문제를 넘어 숱한 의혹을 남기고 미봉상태로 종결됐던 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회장 김근태 전 한인회장)의 문제까지 다시 들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크게 4가지로 나타난 쟁점 중 3자 입장확인이 필요한 KAWAWA 문제를 제외한 3가지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과 전후사정을 짚어본다.
◈25대 한인회의 지적 : 강승구 인수위원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4대 미결문제(총금액 6,528달러16센트)를 보고했다. 그는 “인수인계 문제를 오늘로 종결했으면 한다”는 취지의 사견을 달기는 했으나 누가 들어도 24대 집행부가 건전재정(제로 밸런스) 인계라는 외부발표와는 달리 적자인계를 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1)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에 대한 IRS의 벌과금 체납(4,717달러77센트) : IRS가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김근태 회장에게 보낸 통지서를 통해 4,717달러77센트의 돈이 구체적으로 어떤 명목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념사업회가 비영리단체였으므로 세금은 아니고 비영리단체의 설립 존속 해체에 필요한 제반 보고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 따른 행정적 벌과금일 것으로 추정된다. 25대 인수위는 이 통지서가 24대 임기 중 한인회 사무실로 배달됐으므로, 24대 한인회에서 적절하게 당사자(김근태)에게 전달해 해결토록 했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일정부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2)언론사 광고비 및 구독료(4개사 합계 843달러50센트) : 인수위는 중앙일보 구독료 43.50달러, 선데이토픽(해당사 표기는 일부 착오가 있으나 인수위측 공식자료에 의거함, 이하 같음) 450달러, KTVN뉴스 200달러, 한미라디오 150달러 등 843달러50센트를 24대 한인회 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보고했다. 강승구 인수위원장은 앞서 2일 김신호 인계위원장으로 앞으로 공문에서는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앞으로 보낸 중앙일보의 광고비미수급 1,410달러10센트까지 포함시켰으나 6일 이사회에서는 이는 “(중앙일보와 기념사업회 간에) 해결됐다”며 제외시켰다.
(3)물값 및 회계사비 등(1,010달러39센트) : 인수위는 24대 한인회가 알함브라 물값 70달러39센트와 H회계사에 대한 회계사비용 940달러가 미납됐다고 밝혔다.
◈24대 한인회의 해명 : 김신호 인계위원장은 물론 김홍익 전 회장은 25대 인수위의 문제제기가 근거없는 흠집내기라며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면으로 충실히 답변을 했음에도 공식석상에서 이를 발표해놓고 “종결하자”고 나오는 것은 전형적인 치고빠지기식 물귀신작전이라고 규정하며, 모든 쟁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입장이다.
(1)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건 :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는 24대 한인회 출범 이전인 2004년에 사실상 해체됐으며, 그나마 독립적으로 운영됐던 임의단체인데 이 단체의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24대가 분담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IRS가 김근태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 앞으로 보낸 편지가 한인회관으로 배달됐다고 해서 한인회에 전달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주문이라는 반론도 뒤따른다. 김홍익 전 회장과 김신호 전 부회장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남의 이름으로 온 편지를 일일이 열어보란 말이냐, 그것은 법 위반 아니냐”며 “그것 말고도 한인회에는 도대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앞으로 편지들이 자주 배달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내 임기 끝나고 나한테도 혹시 그런 게(우편물) 왔을지 몰라 전에 사무장한테 지나는 길에 한번 확인해보라고 했다”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거기 주소를 쓴 단체간부나 한인회 사람들은 임기가 끝난 뒤에 이런 걸 알아서 처리해야지 가뜩이나 일손이 달리는데 어떻게 일일이 갖다달라 알려달라 하느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그럼 지금 한인회는 일일이 남의 편지를 허락도 없이 맘대로 뜯어보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하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2)언론사 광고비와 구독료 등 : 24대 한인회는 해당언론사들의 인보이스 청구시점이 공교롭게도 24대 한인회 임기종료 뒤에 일제히 이뤄진 점을 의아해하면서 동시에 불쾌해하고 있다. 예컨대, 강승구 위원장이 “해결됐다”고 설명한 중앙일보의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광고비 인보이스 발송날짜는 올해 1월16일로 청구요인 발생기한이 2003년과 2004년으로 돼 있다. 중앙일보의 구독료 미수금 인보이스 발급날짜는 1월3일로 돼 있고, 선데이교차로가 보낸 인보이스의 날짜는 각각 1월10일과 1월29일로 돼 있다. 한미라디오의 인보이스 발급일은 1월30일, KTN의 인보이스는 1월20일로 돼 있다.
때문에 24대 한인회는 이석찬 회장의 무투표 당선으로 인수인계가 속개돼 1월23일 전달됐고 25대 한인회장 취임식과 24대의 공식임기 종료 등 절차가 차례차례 진행됐는데, 어떻게 임기 끝난 뒤에 언론사들이 무더기로 인보이스를 보낸 것에 대해 “깜박했다가 뒤늦게 생각이 난 것인지, 무슨 곡절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갸우뚱거리고 있다. 김신호 인계위원장은 중앙일보의 구독료는 올해 2월분까지 선납했고 그 지출결의서까지 인수인계 자료에 들어있으며, 지난해 봄 민속축제에 대한 KTN 광고료의 경우 IIC에서 부담하기로 했으며 그 사실을 강승구 위원장에게 구두로 서면으로 설명을 했는데도 이를 거론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강승구 위원장은 8일 통화에서 “우리(25대)가 언론사한테 (인보이스를) 보내라고 한 것도 아니고”라며 모종의 음모설을 차단한 뒤 “그 문제는 언론사 하고 24대 간에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3)물값 및 회계사비 등 : 24대는 공식 인수인계 당일인 12월23일까지 불찰로 빠뜨린 것 말고는 모든 빌(청구서)에 대해 정산을 마쳤다며, 물값이나 전기요금 등 일부 유틸리티 비용은 후임 한인회가 지불하는 것이 관례라는 입장이다. 또 그렇게 악착같이 따지자면, 25대는 24대로부터 인수받은 각종 사무용품 비용을 정산해줄 것이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김신호 인계위원장은 24대 한인회가 23대 한인회의 임기말 체납비용을 정산해준 것만 해도 4,053달러94센트(04년 한국의 날 행사관련비, H회계사비 등 7개항목)이고, 25대가 지불해야 할 비용 가운데 올해 2월까지로 돼 있는 중앙일보 구독료와 10월까지로 돼 있는 건물보혐료와 웹관리비 등 총 3,180달러92 센트를 24대가 선급한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은 없이 마치 우리가 약속을 어기고 적자로 넘겨준 듯이 말하는 것은 사실과도 다르고 예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에 따르면, 24대가 지불한 23대 미결비용 4,000여달러를 무시하더라도, 24대가 미리 낸 25대몫 선급금에서 24대 귀책사유 미급금을 빼면 약 1,500달러가량 흑자인수를 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남겨진 숙제와 해결방안 : 이번 사태는 명확한 인수인계 절차와 새로운 원칙수립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임기말 유틸리티 비용에 대한 요금청구가 임기후에 발생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1차 인수인계는 임기말에 즈음해 하고 일정기간(통상적으로 1개월) 유예한 뒤 임기후 비용정산을 한 뒤 인수인계를 마무리짓는 관행과 원칙을 세워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아울러 30만달러 이상 펀드가 조성돼 구구한 의혹을 낳은 끝에 2004년 여름 감사파동까지 겪었던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문제가 조성된 금액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 5,000달러 미만의 사안조차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한인단체 바로세우기와 유사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규명해야 할 과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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