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33분 미사일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이천수(10번)가 김치우의 축하를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KOREA 축구 드라마
한국대표팀, 이천수 한 방으로 유럽챔프 그리스 격침 1-0
한국축구가 축구종가의 심장부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이천수의 통렬한‘미사일’프리킥 한 방으로 현 유럽챔피언 그리스를 격침시켰다.
FIFA(국제축구연맹) A매치데이인 6일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카티지(풀햄 홈구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후반 33분 이천수가 페널티박스 왼쪽 25야드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차 넣어 곧 있을 유로2008 예선에 대비해 정예 라인업을 내보낸 FIFA랭킹 16위의 강호 그리스를 1-0으로 격파했다. 그리스는 종료휘슬이 올리기 직전 스텔리오스 기안나코풀로스가 한국 골문을 출렁였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7월 출범이후 6번의 A매치에서 약체 대만에게만 2승을 거뒀던 베어벡호는 이날 세계축구의 중심인 런던에서 디펜딩 유럽챔피언을 잡는 큰 성과를 거둬 이후 행보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 베어벡호의 전적은 3승2무2패가 됐다.
초반은 팽팽한 가운데 그리스가 약간 우세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캡틴 엔젤로 바시나스의 활기찬 움직임을 앞세워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한 그리스는 경기시작 3분만에 왼쪽에서 득점찬스를 잡았으나 맨체스터시티 스트라이커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의 왼발 땅볼슛이 반대쪽 포스트 밖으로 향했다. 26분에도 위협적인 헤딩슛이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에 걸린 그리스는 35분 한국문전에서 혼전 중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바로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또 다시 감각적으로 몸을 날린 김용대의 선방에 막혔다.
한국 역시 몰리고만 있지는 않았다. 30분 이천수의 강력한 프리킥을 골키퍼가 힘겹게 쳐냈고 35분 결정적인 위기를 넘긴 뒤 2분 뒤인 37분 오른쪽을 오버래핑으로 돌파한 풀백 오범석이 올려준 크로스를 박지성이 날카로운 헤딩으로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춰 그리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어 전반 44분에는 그리스 왼쪽에서 볼을 잡은 이천수가 중앙을 향해 원스탭 이동한 뒤 날카로운 오른발 슛을 뿜었으나 볼이 반대쪽 포스트를 살짝 비껴나갔다.
후반 시작과 함께 3명의 교체멤버를 투입한 그리스는 곧바로 공세를 강화했다. 3분만에 이 중 한 명인 기안나코풀로스가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맞췄다. 한국은 후반 10분께 문전에서 설기현의 어설픈 백패스가 빌미가 돼 연속에서 두세 차례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았으나 김용대의 필사적인 선방과 수비수들의 몸을 날리는 수비로 간신히 막아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으나 18분 박지성의 논스톱 왼발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것 외엔 이렇다 할 장면이 나오지 않아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던 경기는 33분 이천수의 통렬한 미사일 한 방으로 단숨에 활기를 되찾았다. 그리스 페널티박스 왼쪽 코너 바로 바깥쪽 약 25야드 지점에서 박지성이 프리킥을 얻어내자 키커로 나선 이천수는 수비벽을 살짝 넘기며 그리스 골 왼쪽 상단에 꽂히는 대포알같은 오른발 킥을 뿜었고 볼은 필사적으로 몸을 날린 골키퍼의 손을 뚫고 그물을 출렁였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곧바로 1분 뒤 설기현이 왼쪽에서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으나 오른발 슛이 살짝 빗나가 쇄기골을 놓쳤다.
만회를 위해 총공세에 나선 그리스는 44분 문전 혼전중 안젤로스 카리스테아스의 근접 슛이 골문을 외면했고 인저리타임 막판에는 혼전 중 김용대가 상대의 위협적인 슛을 쳐내자 리바운드볼을 기안나코풀로스가 차 넣었으나 슛 당시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다.
이적불발 마음고생
미사일포 한방으로 날렸다
<연합> “사실 대표팀에도 올까 말까 고민했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영국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 걸로 믿습니다. 올 여름엔 반드시 이 곳에 돌아오겠습니다.”
이천수(25·울산)가 그리스와의 신년 첫 A매치에서 통렬한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에 값진 1-0 승리를 안겼다. 지난 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 입단을 추진하다 좌절을 맛본 이천수는 그 동안 마음고생을 담담하게 털어내며 다시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기를 마친 소감은.
▲운동을 많이 못했고 이적문제로 힘들었다. 이번 대표팀이 소집될 때 올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고 감독님과 상의도 했다. 나를 믿고 기용해준 데 감사드린다. 그런 믿음 덕분에 골을 넣은 것 같다. 원정경기에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100% 상태가 아니고 긴장도 많이 해 힘든 경기였는데 이겨서 기쁘다.
-이적 실패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을 텐데.
▲영국에 꼭 나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힘들었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땅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영국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 걸로 믿고 올 7월에는 반드시 이적에 성공하겠다.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는데.
▲필드골보다 프리킥에서 골을 넣어 더욱 기쁘다.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어 100%는 아니지만 만족한다.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운동을 못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텐데.
▲선발 투입된 뒤 바로 교체될 줄 알았다. 끝까지 믿어준 감독님께 감사한다. 운동은 많이 안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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