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재(내과전문의)
지난 2월 1일자 LA 한국일보는 ‘한국정원 기금 마련 가속도’라는 제하로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기사를 간추려 보면 (1) LA카운티 수목원 내 한국정원을 조성하고 (2) 총 예상 경비 1,500만달러 중 500만달러를
본국정부 지원을 요청할 것이며 (3) LA한인회,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및 샌디에고 한인회 3곳에서 ‘코리아 가든’ 매스터플랜 제작을 위한 2만6,500달러를 지난 1월 31일 최병효 LA총영사에게 전달하고 (4) 미전국에서 최초로 조성되는 한국식 정원인 만큼 모금활동을 미전국 한인사회로 확대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틀 뒤 2월 3일자 기사에서는 남가주 교회협의회에서도 1만달러 성금을 지원했는가 하면 LA카운티 식물원장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마크 윔스’ 식물원장은 “한국정원은 아시아 정원을 대표하는 정원이 될 것”이라 했다. 모형은 한국의 ‘비원’이란다.
기사를 읽어본 나의 반응은 두가지다.
첫째가, 미국에는 이미 100여개의 일본정원과 10여개의 중국정원이 기존하는데 드디어 한국정원이 생길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 하는 잔뜩 부풀은 기대감과 둘째는 9.11 테러 1년 후 첫 모금행사를 주최했던 퀸즈식물원 한인후원회(Korean Friends for Queens Botanical Garden)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언짢음이었다.내가 알기로는 해외 한국정원(Korean Garden)은 프랑스 파리에 유일무이하게 있고 그 외는 한국정원이라는 이름만 붙은 남새밭 규모의 정원들이 이곳 저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뜻이야 좋지만 내용에서 어찌 한국정원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을까,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없는 것보다야 낫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여기서 미국 최초로 식물원을 위한 후원회로 출발한 퀸즈식물원 한인후원회를 뒤돌아 보고 싶다. 그 이전에 9.11 테러의 악몽을 말해야 하는 어쩔 수 없음이 있다.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아침을 기억하는가?그럴 수 없이 청명하고 화창했던 뉴욕의 초가을 아침 미국의 상징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완전 붕괴되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이스트 리버에 우뚝 서 그 위용을 자랑했을 뿐만 아니라 110층의 건물이라기 보다 미국의 상징이었다. 그 상징이 잿더미가 된 것이다.우리 한인은 무고하게 죽어간 젊은 영혼(평균나이 39세)을 진혼하고 슬픔에 잠기고 혼돈에 빠진 이 나라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숙고 후에 탄생한 것이 후원회였다.
인종간의 화합과 인간 본성의 회복을 자연에서 찾고 싶었던 것이다.
1939년 세계박람회 개최 이후로 발전, 1964년에 39에이커의 현 위치에 있는 퀸즈식물원의 모토는 우리가 염원하는 바와 일치하고 있었다.
-Where People, Plants and Culture Meet.(사람과 식물(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장소-로서의 퀸즈식물원! 뉴욕한인의 60%가 살고 있는 퀸즈의 심장부에 위치한 식물원은 우리가 생각했던 바를 펼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였다.
2002년 9월 12일 목요일 오후 6시, 식물원에는 하얀 텐트가 쳐지고 아름다운 현악 4중주가 가을 초저녁 하늘을 적시고 우리의 아이들이 꽃보다도 더 고운 한복을 입고 부채춤에 장고춤에 동네 주민과 지역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해주고 있었다.
어느 은퇴한 미국 변호사의 말을 지금도 잊지 않는다. “백악관 만찬에도 여러번 갔었지만 이런 아름답고 의미있는 파티는 못 보았다”던 그 말을.
다음 해도, 그 다음 해도 우리는 가을 초저녁을 퀸즈의 심장부에서 서로의 가슴을 달랬다. 그런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 올해로서 3년째다.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가 있어 우리의 아름다운 가슴을 그 정서를 다 함께 나눠가지게 할 수는 없는가 이 새벽에 물어보고 있다.
누가 있어 퀸즈식물원 후원회가 부활되면 그 때는 한 걸음 더 나가 멀리 있더라도 LA의 한국정원 만들기에도 다 함께 뜻을 같이 하자.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부채춤을 추고 장고춤을 출 때 두둥실 같이 춤이라도 추고 싶다. 그런 날이 조만간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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