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얼마 전에 본 한 신문의 기사이다. 뉴욕시가 너무 배불러 음식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미주전체에서 특히 뉴욕시의 경우 전국 평균치의 두 배나 되는 음식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시 청소국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뉴요커들은 가구당 일주일에 평균 7.1파운드 정도의 음식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참으로 놀라운 숫자이다. 이 수치에 한인업소는 얼마나 많은 분량의 쓰레기를 가세하고 있을까? 아마도 어느 다른 민족의 레스토랑에서 쏟아내는 음식 쓰레기 분량보다 훨씬 많은 수치의 음식 쓰레기를 이 통계가 집계되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한인식당은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 너무나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계 식당을 가도 그렇게 많은 음식의 쓰레기양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직 우리 한인만이 하는 식당에 가야 그런 광경을 보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너무나 타민족에 비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까?
한국식당은 보통 메뉴를 시키면 나오는 밑반찬 수가 한 두 가지가 아닌데 보통 본 메뉴의 음식을 먹다보면 밑반찬에는 거의 손을 안대 그대로 남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때마다 저 많은 음식이 쓰레기로 처리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해방이후 가까스로 목숨을 연명했던 보릿고개 시절을 생각하면 이런 낭비습관은 너무나 사치스런 우리의 음식문화다. 지금은 지구촌 곳곳에서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 밀가루 죽 등으로 연명하며 하루 1달러를 벌기위해 조그만 아이들이 하루 종일 고사리 손으로 양탄자를 짜거나 노동판에서 돌을 나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먹고 살기가 어려운 것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재 우리가 사는 뉴욕시만 해도 정부 발표에 의하면 홈레스 숫자가 미 전체의 총 74만 4000명중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도시인 뉴욕에서 이처럼 많은 수의 홈레스가 살고 있다니 참으로 믿기 어려운 기록이다. 부유 속의 빈곤이라 할까. 실제로 이 뉴욕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먹고 살기도 어려운 빈곤층의 숫자 또한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다. 한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보유하고 있는 재력이 수 천만 달러에 이르는 한인들이 우리 사회에 꽤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도 한인사회는 많은 수의 가정이 살림을 제대로 꾸려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살림을 너무 잘해 3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세계경제도 나아진다는 청신호가 켜지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생활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전에는 20달러짜리 와인 한 잔에 30달러짜리 스테이크를 양 손으로 먹던 미국인들 조차 이제는 한 손으로 먹는 값싼 샌드위치 등으로 요기를 떼우는 식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생활도 렌트 비 해결이 어려울 정도로 장사가 잘 안되고 모기지 정산도 쉽지 않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집을 팔기 위해 내놓고 있다 한다.
이처럼 지금은 모든 여건이 너무 너무 어려워 쓸 돈은 고사하고 먹는 것조차도 줄이지 않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연쇄반응으로 인해 한인사회도 이제는 모금하면 옛날처럼 돈이 없어 꼭 주어야할 행사나 사업에만 후원금을 주되 금액이 옛날에 주던 액수보다 점점 적어지고 있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생활은 언제부터인가 낭비벽과 사치벽의 노예가 돼버렸다. 있든 없던 우리는 무슨 수가 나도 좋은 것을 가져야 하고 사야하고 입어야 한다. 한민족 특유의 허세와 허영심의 극치이다.
상수도 물이 끊어지면 하수도 물도 금방 끊어지는 거와 같이 연방정부의 살림은 이라크 전비로 바닥이 나 그동안 정부혜택에 많이 의존해 살던 우리 같은 소수민족들의 경우 걱정이 태산 같다. 그나마 모든 제품의 원자재인 기름 값이 인하되고 은행이자가 제자리를 유지하고 증권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 때와 비교하면 낭비와 허세만 우리가 안 부리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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