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당인 열린 우리당이 공중분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게 되어 열린 우리당 이름으로는 대선이고 총선이고 해 볼 자신이 없어지자 간판을 내리고 새 간판을 달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직도 당을 지키자는 사수파가 많지만 당의 핵심 세력이 신당 창당을 위해 탈당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열린 우리당의 운명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열린 우리당은 새천년 민주당의 탈당파가 만든 정당이다. 노대통령의 당선 이후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심해지자 친 노무현 세력의 일부가 탈당하여 국민 참여 통합 신당을 만들었다. 이 정당이 의원의 수를 47명으로 불려 2003년 11월 11일 열린 우리당으로 발족했다. 열린 우리당은 다음 해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국회의석 299석 중 152석을 차지하는 원내 제1당이 되었다.
그러면 이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열린 우리당이 3년 남짓 지난 후에 왜 공중분해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여당이 지금 맞고 있는 상황은 완전한 실패이며 정치적 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단기간에 거대 여당이 파멸의 위기까지 이른데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꼽자면 첫째는 열린 우리당이 뻥튀기 정당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바람을 타고 대통령이 된 것처럼 열린 우리당도 탄핵 역풍을 이용하여 거대 여당이 됐다. 의석수는 많았으나 뿌리도 없이 하루아침에 금배지를 단 사람들로 이루어진 정당에 경륜이나 비전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니 천방지축으로 튀는 대통령을 제대로 뒷받침하지도 못한 채 세월만 까먹다 보니 지지도는 바닥까지 떨어지게 된 것이다.
둘째는 정당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린 우리당은 정강정책으로 새로운 정치, 잘 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 한반도 평화 등을 내걸었다. 그런데 지난 3년간을 회고해 보면 이대로 된 것이 없다. 새로운 정치라는 것은 하루도 국민의 마음을 편치 않게 한 시끄러운 정치였고 부동산 투기와 사교육비 등으로 가진 자에게는 천국이고 없는 자에게는 지옥인 나라를 만들어 놓았고 남남갈등을 증폭시켜 따뜻한 사회가 아니라 불화와 반목의 사회로 만들었다.
한반도 평화는 현재의 북한 실정이나 국제정세로 볼 때 북한을 가만히 두어도 평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부가 돈을 대줘서 핵무기를 만들게 했으니 오히려 평화를 깨는데 도움을 준 셈이었다. 그리고 셋째로 아주 중요한 것은 열린 우리당의 정체성이 잘못되었던 점이다. 열린 우리당은 스스로 진보정당을 자처한다. 진보정당은 자본주의의 약점인 부의 편중을 시정하는데 역점을 두는 정당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은 누가 돌보지 않아도 잘 살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정책의 배려가 필요하다. 이 배려에 역점을 두는 정당이 진보정당인 것이다. 그런데 열린 우리당이 근로대중이나 일반 서민을 위해 한 일이 있는가. 오히려 노 정권과 열린 우리당의 지배 아래서 한국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최근 한국 국민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보수, 진보, 중간성향이 거의 3분의 1씩 나타난다고 한다. 열린 우리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제대로만 했더라면 최소한 절반 정도의 지지율은 확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10%대의 지지율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열린 우리당이 진보노선은 제대로 가지 못하면서 엉뚱하게도 친북 반미로 국민을 선동하여 진보정당이 아니라 좌익정당으로 찍히고 만 것이다. 아직도 한국의 현실에서 좌익 정서만으로 국민을 현혹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열린 우리당이 간판을 바꾸어 새 당으로 나선다고 해도 그 당이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흔한 말로 호박에 줄긋는다고 해서 수박이 되는 것이 아니며 파산한 사람이 이름을 바꾼다고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열린 우리당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새로운 당을 만들어도 그것은 열린 우리당일 뿐이다. 이름을 바꾸는 것은 또다시 국민들을 속여보자는 수법인데 한국국민들이 이번에도 또 속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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