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서울 근교에 보신탕을 아주 잘 하는 식당이 있단다. 편의상 A식당이라고 하자. 수많은 식도락가들로 붐비는 곳이란다. 이 식당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보신탕의 맛 때문만은 아니란다. 이 식당 주인의 고압적인 자세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식당을 찾게 만든 또 다른 이유라고 한다.
나는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신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 본 기억이 없다. 친구들 중에는 보신탕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보신탕의 조리법은 아주 다양하단다. 어떻게 조리를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단다.
보신탕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유명하다고 하는 보신탕 전문 식당들을 순례하듯이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가는 곳마다 “보신탕은…” 하고 자기들이 먹어봤던 보신탕의 조리법에 관하여 설명을 하곤 한단다. 대부분의 식당 주인들이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빙그레 웃으며 들어준단다.
하지만 A식당의 주인은 다르단다. “제가 해드리는 대로 드시고 싶으시면 앉아 계시고 손님께서 원하시는 보신탕을 드시려면 그 식당으로 가십시오!”라고 단호하게 말을 한단다. 그러면 손님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곤 한단다.
나에게 A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분에 의하면 그 식당의 주인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가 만든 보신탕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란다.자기도 한마디씩 했다가 여러 차례 무안을 당하곤 했는데도 A식당을 계속해서 찾았던 이유는, 그 식당만이 갖고 있는 흉내낼 수 없는 보신탕의 맛 때문이었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뉴욕 일원에 한국어 라디오 방송은 AM 1660이 유일하다. SCA 방식으로 송출하는 방송국들이 있기는 하지만, 특수 수신기가 있어야만 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중파를 이용하여 전파를 송출하고 있는 AM 1660과는 차원이 다르다. AM 1660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일부 진행자들의 태도가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방송의 운행 중에 사고가 발생해도 사과 멘트를 내보내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토론 프로의 의도적인 진행에 항의를 하는 청취자를 향하여 “못마땅하면 듣지 말라”고 호통을 친다.방송의 내용에 항의 전화를 했던 청취자를 향하여 “녹음을 해 두었으니 언제 방송으로 내보내겠다”고 협박을 했던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나서는 “테입이 잘못 걸려 있었다”고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몇 십초도 아니고 5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테입이 잘못 걸려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오발탄>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 모라고 하는 사람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던 것 같다. “뉴욕한국일보의 ‘오피니언’ 란에 기고하는 독자들이 한국일보사의 청탁에 의하여 글을 쓰고 있다”고… 나도 뉴욕한국일보에 종종 기고를 하는 사람이지만, 정 모라는 사람이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오피니언’란에 기고하는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청탁을 받고 글을 쓰겠는가? 원고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그 정 모라는 사람은 세상물정을 알 만큼은 나이도 먹었다고 들었다. 나이값을 못하면 추해진다. “당신은 누구의 청탁을 받고 그런 방송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고압적인 자세는 자신감에서 나올 수도 있다. A식당 주인의 손님에 대한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자세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많은 보신탕 전문 식당들이 있어도 자기네 식당에서 만드는 보신탕이 최고라고 하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런 경쟁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의 고압적인 태도는 졸렬함일 수도 있고, 치사함일 수도 있다.
식당이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는 시골 동네의 식당 주인이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결코 자신감의 발로라고 말할 수 없다. 뉴욕 일원에 있는 유일한 한국어 방송의 진행자들이 청취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고압적인 자세는 결단코 자신감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신문은 독자들을, 방송은 청취자들을 깔보지 않는 자세가 언론의 바른 태도이다. 신문 기자도, 방송 진행자도 언론인다운 품위를 가지고 글도 쓰고 말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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