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아서 깊이 있는 대화 한두 마디 못해 본다고 하소연을 해 오는 부모님들을 자주 만난다. 미국에서 자라는 자녀들에게 한국어, 영어 둘 다 편안한 대화를 하도록 가르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무래도 영어가 더 편안해지는 자녀들에게 한사코 한국말로만 대화를 고집할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 우리말로 대화하기를 기대한다면 부모도 영어를 배워 대화를 나눌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부모님들의 불만 중에서 자녀들이 대화에 좀처럼 응해 주지를 않는다는 불만을 자주 접한다. “오늘 학교 어땠어?” “Field trip은 어땠어?” 이렇게 아이들에게 물으면 “Fine” “Okay” 아니면 “It was good” 하고는 제 방으로 쏙 들어가 컴퓨터나 다른 것에 매달려 더 이상의 대화에 진전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 그 원인을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자녀들이 자신의 경험을 진술하는 설명 능력의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자신의 서술(statement)을 사실(facts)로 뒷받침(support)하여 입증하는 인과관계(casuality)의 규명과 같은 능력은 학교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학습기능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여러 종류의 읽기 및 에세이 시험, 그리고 리서치 논문 등을 작성할 때 바로 이 능력을 시험받게 된다. 자녀에게 이러한 능력을 키워주면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부모 대화기술의 방법을 좀 알아보자.
우선 “Fine” 그러면 어떻게 “fine”인지 물어보고, “Okay” 하면 왜 Okay인지 물어보아야 한다. “Fine? Tell me more.” 아니면 “Oh, why was your field trip good?” 이렇게 물어보고, “Okay” 하면 “It was okay because…?” 또는 “Can you tell me more about it, please?” 이렇게 후속적인 질문을 통하여 아이가 자신의 대답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주문하고 그리고 그 설명을 귀 기울여서 들어줄 자세를 보여준다. “엄마는 귀찮게 뭘 자꾸 알려고 해?” 이렇게 나온다면 문제가 약간 심각하다고 하겠는데, 이때는 엄마가 물어보는데 왜 귀찮은지를 물어보고 엄마가 질문을 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기분을 물어보아야 한다. “정말 짜증나게 왜 그래?” 이러면 그 짜증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묘사(describe)해 보라고 주문해야 한다. “You sound very irritated(angry or frus-trated). What’s that like for you to answer these questions?” 이렇게 물어보아야 한다. 여기서 What’s that like for you 다음에 “to 부정사” 용법으로 다른 여러 가지 형태의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 “to tell me how you feel?” “to describe what you did at school in more detail?” “to explain to me how the field trip was today?” 이런 식으로 부모에게 자신의 기분을 말해주는 일이, 학교에서 있은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그리고 field trip이 어떠하였는지 설명하는 일이 어떤 기분인지 아이의 기분을 설명해 주기를 주문하여야 한다.
아이들이 간단한 대답으로 대화를 끝내고자 할 때 부모가 이렇게 후속질문을 던져서 그 대답에 대한 보충설명을 주문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사고행동에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아, 그냥 good 하면 왜 good인지 엄마가 또 물어보니까 여기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야지.” 이렇게 사고의 영역을 넓혀서 자신의 진술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한 차원 높은 복잡한 사고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 방법을 사용해서 지속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하면 몇 달 가지 않아서 아이들의 대답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학교 공부를 통해서 배우면 좋겠지만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해야 하는 선생님으로서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의 대화를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가르칠 수 있는 학습기능 중의 하나이다.
(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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