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세계적 파워란 있을 수 없다. 모두 한 때의 파워일 뿐 결국은 역사의 뒤로 사라진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그 파워가 어떤 유산을 남겼나이다.” 영국의 블레어 수상이 한 말로 전해진다.
한 줌도 채 안 된다. 인구수도, 땅 면적도. 중국대륙에 비할 때 홍콩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홍콩이 중국에 끼치는 영향과 중국이 홍콩에 끼치는 영향은 어느 쪽이 더 클까.
한 역사학자는 주저 없이 홍콩의 손을 들었다.‘모택동 어록’보다 홍콩, 다시 말해 영국이 남긴 유산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의미에서다.
‘서방’(West)이란 무엇인가. 요즘 다시 유행하는 화두다. 그 정의가 달라진다. 서방이란 세계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테러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대두되는 현상 같다.
21세기의 최대 사건은 서방세계의 몰락이 될 것이다. 한 쪽에서 나오는 전망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사회의 모슬렘화와 함께 서구는 붕괴된다는 얘기다. 다른 쪽에서의 전망은 그러나 이와 대조를 이룬다.
21세기 최대 사건은 중국이 서방세계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민주주의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의 민주화, 다시 말해 서방세계 편입은 필연이라는 전망이다.
관련해 나오는 개념이 ‘Greater West’다. 일본은 벌써 서방국가가 됐다. 한국도 서방에 편입됐고, 홍콩도 그 일원이다. 인도도 서방이란 범주로 곧 분류될 전망이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서방세계’란 외연이 넓어지면서 그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은 더 이상 지리적 개념으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백인중심의 세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다시 말해 인권, 다원주의, 자본주의 등 가치관을 존중하는 ‘열린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피부색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서구는 자살의 길을 선택했다. 극심한 인구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풍요로운 웰페어 사회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왜 서구의 몰락이 얘기되는지, 그에 대한 설명이다.
모자라는 인구를 결국은 모슬렘이 메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은 서방을 지탱하는 모든 가치관을 부정한다. 유럽 회교도의 60%가 회교 율령이 곧 법인 사회를 꿈꾼다.
문제는 그들이 그 사회의 다수가 됐을 때다. 그 때에도 유럽은 서방세계로 과연 남아 있을까. 벌써부터 던져지는 심각한 질문이다. 이탈리아니, 네덜란드니 하는 이름은 단지 지도에만 남아 있는 지명일 뿐 유럽은 전 근대적인 회교근본주의의 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 되면서 제기되는 우려다.
인구감소는 일본도, 한국도 겪는 문제다. 그 경우는 그러면 어떻게 되나. 여전히 경제적 파워로 남을 것이다. 왜. 그 자리를 필리핀인이 메우든, 동남아인이 대체하든 문제가 없다. 그들은 같은 가치관을 신봉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던져지는 질문은 그러면 누가 진짜 서방의 적인가 하는 것이다. 서방의, 다시 말해 현대문명의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극렬 회교 테러리스트 그룹이다.
테러전쟁은 사실 이 극렬세력과 다수 온건 무슬림간의 전쟁에서 비롯됐다. 극렬세력이 서방에 공격을 가해왔다. 20년에 걸친 테러행위와 9.11사태다. 때문에 미국은, 또 서방은 그 싸움에 말려든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미국은, 서방은 무슨 권리로 한쪽 편을 들고 있는 것인가. 논쟁은 또 확산된다. 일종의 문화논쟁의 형태로.
하여튼 모든 잘못은 서방에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도 그랬고 테러전쟁도 그렇다. 오늘 날 세계가 맞고 있는 재난은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방 탓이라는 주장이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반(反)서방의 이론이다.
문화전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동시에 전선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마치 냉전시대 좌파와 우파의 대립을 방불케 할 정도다.
서방은 그러면 이 싸움에서 궁극적으로 승리를 거둘 것인가. 상당수가 회의적이다. 군사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그리고 인구학적으로 볼 때는 장담할 수 없다. 나이올 퍼거슨 같은 사람의 진단이다.
“문명은 자살로 스스로 소멸하지, 외부의 공격에 멸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명의 기록치고 야만의 기록이 아닌 것은 없다.” 누가 한 말이던가. 이 말이 새삼 새겨지는 요즘이다. 언란(言亂)에 휩싸인 한국이 다른 한편 떠올려지면서.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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