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世紀(중국세기). 한자어가 눈에 띈다. 22일자 타임지 커버스토리의 컷이다.
‘미국의 세기’가 올 것이다. 1941년 타임지 창간인 헨리 루스가 한 선언이다. 그로부터 60년도 훨씬 지난 오늘 타임지는 중국세기 특집을 내보낸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란 미로에서 헤매는 사이 중국은 세계적 파워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국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이해와 충돌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면서. 이 중국은 그러면 결국 미국의 적이 될 것인가. 타임지가 던지는 질문이다.
뚜렷한 결론은 없다. 그리고는 21세기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시기로, 새로운 파워로 뻗는 중국이 그 공백을 상당 부문 메울 것이라는 모호한 전망을 내렸다.
21세기는 중국세기인가. 타임지만이 아니다. 전문가란 사람들마다 던지는 화두다. 가장 결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사람의 하나가 역사가 엘리엇 코언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워로 부상한다는 게 그의 단언이다.
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 대표주자가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 관한 많은 것들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은 경제적 난쟁이로, 그나마 공산체제에 편승한 극히 일부만이 경제발전에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느 쪽이 실체에 가까운가. “멀리서 볼 때에는 엄청난 존재로 비친다. 가까이 접근해 보면 온통 약점뿐인 모순된 존재다.” 중국을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한 사람들의 결론이다.
분명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면 계속 높은 성장률을 보일까. 아니, 한계에 이르렀다. 세계적 파워로 부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전부다. ‘1당 체제’로서는 더 이상의 점프를 기대할 수 없다.
현대 중국은 근본에 있어 강한 나라인가, 약한 나라인가. 외형의 통계수치만 보면 강한 나라로 보기 쉽다. 수치 뒤의, 그러니까 실체의 중국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의 중국 공산당 지도층은 이 점에서 착각을 하고 있다는 거다.
말하자면 현재의 공산당 최우선 체제야 말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가져온 새로운 ‘중국형 모델’이 되고 있다는 엉뚱한 확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착각 속에 정치적 개혁을 꾀하지 않고 있는 1당 체제의 중국의 앞날은 극히 불투명하다는 말이다.
“관리들은 인민들로부터 훔친다. 친구가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고, 삼촌이 조카를 등친다. 속여야만 생존할 수 있는 땅이 중국이다.”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 들어가면 바로 맞닥뜨리는 게 이 문제다.
골수까지 썩었다. 게다가 불신풍조가 만연해 있다. 중국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 부패, 불신풍조의 뿌리는 공산체제에서, 그 연원은 문화혁명에서 찾아진다.
상식이 실종됐다. 인간간의 가장 근본적 관계마저 흠집을 냈다. 모택동이 주도한 문화혁명이 가져온 병폐다. 그 모택동주의가 중국의 지도 원리로 굳었다. 그 체제가 여전히 중국을 지배하고 있다. 그 결과는 뿌리 깊은 부패에, 불신풍조 만연이다.
‘중국은 가장 중요한 파워로 부상할 것이다’-. 앞서의 이야기로 되돌아보자. 맞는 전망인가. 이렇게 수정될 것 같다. “중국은 영원하다. 이점에서는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산체제로서 중국이란 면에서는 틀린 전망이다. 그 체제는 결코 영원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방의 시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거인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내부 모순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여전한 공산당 1당 독재, 빈부격차, 파산상태의 은행, 법치부재, 그리고 부정부패 등.” 현장체험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모순은 계속 증대되고 있다. 반비례해 갈등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인민들이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에는 5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2004년에는 7만4,000건, 그 다음 해에는 8만7,000건이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대형 난동사태’다. 사실에 있어서는 15만건이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중국의 인민들이 현 중국 체제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수 천년동안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시달려왔다. 그 인민들이 이제 그 질곡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는 민주체제로서 ‘자치’의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그 중국이 전 세계 200여개국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부상한다. 가능한 일일까.” 한 중국계 전문가의 독백이다.
‘21세기는 중국세기다’-. 잘못된 전망 같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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