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들에 영감을 주는 롤모델이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UC머시드에 한인커뮤니티 관심을…
남들만큼 넘어 남들보다 더 잘해야’
-UC머시드의 2대 총장에 선임됐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됐나?
-지난 2005년 설립된 UC머시드의 초대총장 캐럴 탐린슨 박사가 지난해 3월 사직한 이후 UC에서는 곧바로 미 전국의 교수와 학장, 총장 등을 대상으로 후보자 물색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서류 심사과정을 거쳐 나를 포함한 7명의 후보가 최종 선정돼 지난해 10월 중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근의 한 호텔에서 UC머시드 현직 교수 5명, UC평의회 위원 5명을 비롯해 지역 커뮤니티 리더, 학생, 동창회장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25명 앞에서 인터뷰를 본 바 있다. 인터뷰 이후 총장 후보는 3명까지 압축됐는데 최종까지 남게 된 3명 중 일차적인 선택권이 있는 UC의 총 대표(President) 로버트 다인 총장으로부터 지난 1월 5일 총장으로 선출됐음을 통보 받았었다. 이후 17일 주지사를 포함해 주지사가 임명한 이사들로 구성된 UC평의회에서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준 절차를 거쳐 총장에 최종 확정됐음을 당일 통보 받았다. 따라서 근 1년이란 기간 동안 서치와 심사과정을 세월을 내가 UC머시드의 차기 총장으로 최종 선택된 셈이다. UC머시드에는 올 3월 1일부터 공식 출근하게 된다.
-한인으로서 UC최초의 총장이 된 소감은?
아마도 UC뿐 아니라 전 미국 대학에서 한인이 총장이 된 케이스는 최초인 것으로 안다. 우리는 미국에 이민와 사는 사람들로서 지금의 세대보다 후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교육계에도 일종의 롤 모델이 필요한 시점에서 내 자신이 그들의 길을 터주고, 계기와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며, 그것이 한인으로서의 내 ‘미션’이라 생각한다.
-UC머시드 총장에 취임한 이후 총장으로서의 계획은?
-좋은 계획을 지닌 좋은 총장이 되려면 학교실정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우선 학생, 교수, 행정 직원 등과의 미팅을 통해 그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 지를 파악하고, 이를 기준삼아 세부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현재 드는 생각은 UC머시드가 위치한 센트럴 밸리 지역이 캘리포니아 해안지역보다 경제적으로나 일자리 창출 면에서나 여러 면에서 뒤져 있으므로, 지역산업과 경제에 걸맞는 학과를 육성해 나가고, 지역기업들과 공동연구활동을 펼쳐나가 이를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취업시장을 넓혀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졸업생들에게도 많은 잇점을 부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금으로부터 5년 후에는 UC머시드에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UC의 총장으로서 한인사회 및 고국에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현재 한국이던 미국이던 유럽이던 대학 총장들에 있어 펀드레이징 능력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 UC계열 대학들 또한 주정부로부터의 지원금은 20%에 불과한 실정으로 나머지는 교수들이 연구자금을 끌어오고, 총장이 기금을 외부에서 마련해 오는 것에 의지하고 있다. 중국계 출신으로 UC버클리의 총장을 지냈던 티엔 총장도 당시 중국 커뮤니티의 전격적인 지원으로 학교를 위한 많은 기금을 확보,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따라서 UC머시드의 발전에 한인 커뮤니티 유지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가능하다면 한국에서도 각종 기금을 유치해 나갈 계획이다.
-후학양성은 물론, UC샌타 크루즈의 공대학장을 맡아서도 큰 성과들을 거뒀던 것으로 아는데?
-일리노이대학(어바니 샴페인 캠퍼스) 교수 재임시절,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현재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가 돼 있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 정성욱 교수, 고대 전자공학과 김철우 교수, 중앙대 전자공학과 백광련 교수, 광운대 컴퓨터학과 최욱철 교수 등인데 이에 대해 남다른 보람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지난 5년간 UC샌타 크루즈의 2대 공대 학장을 맡으면서는 학교발전과 내실을 기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이같은 성과가 또한 이번에 UC머시드의 총장으로 최종 선출된 데 기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대학들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대안이라면?
-미국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 주고, 토론문화와 학풍도 오픈돼 있는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미국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중 최우선 과제라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초중등교육에서 수학과 과학의 수준이 대학교육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히스패닉을 비롯해 이민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미국이 테크날러지 부문에서 계속적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가려면 고등학교까지의 수학과 과학 교육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현재 ‘캘 티치(Cal Teach)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대학에서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후 캘리포니아 지역 고등학교의 선생을 하는 것을 UC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다.
-1969년 연세대 재학 당시 유학을 떠나와 미국대학에서 느낀 점은
1969년 당시 연세대학교의 박대선 총장이 뉴저지주 티넥(Teaneck)에 소재한 페어레이 딕킨슨(Fairleigh Dickinson)과 자매결연을 맺으며, 장학생 1명을 선발해 보내기로 합의했다. 이때 내가 장학생으로 선발돼 연세대 전기공학과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가게 됐는데, 장학금은 물론 기숙사비, 식사비 조차도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던 당시 한국상황은 학생 데모가 잦은 시절이었고, 학생들도 입시지옥을 통과한 뒤 대학 진학 후에는 공부를 등한시 했었는데, 미국에 모두가 자발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면학 분위기가 매우 인상깊었다.
-한인 학생들이나 한국 유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미국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지만, 나처럼 이민자 출신이 UC계열의 대학에 총장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나라’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만일 인종에 대한 장애물이 일부 존재한다 해도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히 실력을 인정받을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남들만큼 하겠다는 생각 보다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제로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Diversity)이 UC계열 총장을 선출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이제 아시안 또는 한인이라는 것은 장점이지 단점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므로 보다 용기를 갖고 도전해 나가기 바란다.
-현재 가족 사항은?
-유학은 나에게 학업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한 행운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행운은 바로 집사람을 그곳에서 만나게 됐다는 점이다. 페어레이 딕킨슨 대학에서 당시 수학을 전공중이던 동갑내기 차명아(61)씨를 만나 72년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에서 석사를 마친 뒤 뉴욕 UN빌딩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자녀로는 예일대와 존스홉킨스 대학원을 나와 현재 필라델피아의 한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장녀 제니퍼 강(31)과 UPEN을 졸업하고 현재 UC버클리에서 MBA과정을 밟고 있는 제프리 강(27) 등 1남 1녀를 두고 있다.
<김철민 기자>
andykim@koreatimes.com
*UC머시드는
UC머시드는 캘리포니아주 샌 호아퀸 밸리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 위치한 10번째 UC계열 대학으로 2005년 9월 5일 개교했으며 개교 당시 학생수는 900명. 현 학생수는 1,300명이다. UC머시드는 학부가 자연과학대, 공대, 문리대 등 3개 단과대로 구성돼 있으며 대학원 총8개 학문 분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측은 오는 2030년까지 등록학생수가 2만 5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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